‘성경 덕후’ 위한 목회에 푹∼ “설교 쇼츠가 전도지 됐어요”

안중호(44) 목사는 2022년 진실한교회를 세우며 기존 교회 개척 문법과는 철저히 다른 길을 택했다. 새로 정착할 교회를 찾는 이들이 많은 신도시 아닌 구도심 건물 지하에 예배 공간을 마련했다. 설교 시간도 1시간 이상으로 다른 교회보다 긴 편이다. 소그룹 등 성도의 교제를 위해 교회가 마련한 프로그램도 따로 없다.
그럼에도 교회는 개척 6개월 만에 재정적으로 자립해 구제 사역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교회로 몰려온 것도, 일부 독지가가 거액을 헌금한 것도 아니었다. 안 목사가 매일 3편씩 올린 설교 쇼츠(짧은 동영상)와 평일 오전 6시에 실시간 방송한 ‘아침 예배’를 챙겨보는 이들이 “개척교회 같은데, 망하지 말고 설교 영상 계속 올리라”며 십시일반 후원한 덕이다.
8일 현재 이 교회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3만400명이다. 웬만한 대형교회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에 맞먹는 수치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의 예배당에서 안 목사를 만나 남다른 목회를 시작한 배경을 들었다.
“특별한 목회를 위해 열악한 조건을 택한 건 아닙니다.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시작한 것뿐입니다.”(웃음) 백석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애초부터 개척 목회를 꿈꿨다. 급속 성장과 정체기를 거쳐 하락세에 접어든 한국교회 현실을 보며 “어차피 소형 교회서 목회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판단해서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고자 부교역자 생활도 주로 상가 교회에서 했다.
일찍이 뜻을 정한 안 목사였지만 교회 개척 직전까지 ‘내가 가려는 길이 하나님의 뜻과 부합하는지’를 놓고 계속 고심했다. “우리 사회에 이미 교회가 많고 훌륭한 목회자도 충분한데 왜 내가 또 다른 교회를 세워야 하는가”란 질문에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못했다. 그를 움직인 건 창세기 12장 1절 말씀이다. 안 목사는 “본문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보여준 땅이 아닌 ‘보여줄 땅’으로 가라고 말씀한다”며 “이에 힘을 얻어 한 선교단체의 공간을 빌려 지금의 교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개척 즉시 택배 일을 시작했다. “무경력 40대 남성이 목회하며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6개월여간 이중직 목회자로 살았지만 “묵상 중 ‘목회에 전념하라’는 마음이 떠나지 않아서” 결국 일을 그만뒀다. 안 목사는 “이중직 목회가 나쁜 건 절대 아니”라면서 “통장 잔고에 2~3개월 정도 버틸 생활비가 있어 용기를 냈다”고 했다.
퇴직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예배 영상 편집이었다. 1시간이 넘는 설교를 주제별로 15분 분량으로 편집해 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이후엔 이를 다시 1분 분량으로 쪼개 쇼츠를 제작했다. 어머니가 짧은 설교 영상을 보고 이를 SNS로 전달하며 전도용으로 활용하는 걸 보고 착안했다. 이른바 ‘쇼츠의 전도지화’였다.
안 목사는 매일 성경과 교회 생활과 관련된 쇼츠를 3개씩 올리고 매일 오전 온라인 ‘아침예배’를 인도했다. 쇼츠와 아침예배를 꾸준히 이어가자 영상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점차 늘었다. 온라인 아침예배에 참여한 인원도 평소 15명에서 최대 250명까지 증가했다. 교회로 직접 찾아오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 예배공간을 옮겨야 했다. 너덧 명으로 시작한 교회였기에 기존 공간은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없어서다. 현재는 매주 60~70명이 지금의 장소에서 예배하고 있다. 와병 중이거나 해외 거주자를 위해 마련한 온라인 등록 성도는 200명을 넘어섰다.
그는 “유명 목회자 설교도 유튜브에 즐비한데 왜 우리 교회에 등록하는지 처음엔 의아했다”고 했다. 나중에야 여러 성도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온전히 성경을 씹고 뜯고 맛보는 설교를 원하는 ‘성경 덕후(한 분야에 빠진 사람)’가 알음알음 모였기 때문이다.
안 목사 역시 자칭타칭 성경 덕후다. 설교를 1시간 이상 하는 것도, 온라인 아침예배를 매일 인도하는 것도 본문 해석과 그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싶어서다. 원어 해설과 본문 배경 설명, 설교에 인용한 주석까지도 가감 없이 공개한다. 매일 아침예배 설교 후 질의응답 시간도 매번 30분~1시간 정도 갖는다.
주일예배 역시 ‘덕후 친화적’이다. 성경은 좋아하지만 낯선 이들과의 교제를 어려워하는 성도들을 배려해 교회 등록을 강제하거나 크게 인사하는 식의 관심 표현은 하지 않는다. 소그룹도 성도 간 교제가 아닌 성경 해석법을 논의하는 모임 위주다. 안 목사는 “교제가 절실한 분은 모범적인 지역 교회로 안내한다”며 “한국교회는 하나고, 각자의 신앙적 필요에 맞춰 교회를 택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의 역할은 베뢰아 성도(행 17:11)처럼 성경을 상고(詳考)하며 목사에게 의존하지 않는 신앙인을 키워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후배 목회자들에게는 “교회 여론이 좋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본질을 세울 기회다. 개척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개척 노하우보다 중요한 건 결국 말씀”이라며 “교회 이익이 아닌 성도의 인생을 위해 정직히 말씀을 가르치고 함께 순종하는 목회자와 교회 공동체가 더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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