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독촉 없어도 빌려준 1억7000만원 선순환”

손동준 2026. 3. 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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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은혜교회, 무이자 무독촉 ‘희년기금’ 6년째 지원
신뢰로 만든 희년기금, 무이자·익명성 기반 공동체 안전망
긴급 구제 넘어 청년 기본소득으로 확장
이광하 일산은혜교회 목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열린 희년함께 정기총회에서 교회의 희년기금을 소개하고 있다. 희년함께 제공

경기 고양 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가 2020년부터 운영해온 ‘희년기금’이 교회 안 생활 안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이자 지원에 상환 독촉도 없지만 기금은 고갈되지 않았고 누적 지원액은 1억7000만원을 넘어섰다. 교회는 올해부터 이를 청년 기본소득 형태로 확장해 청년들의 주거 생활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도 시작했다.

희년기금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갑작스러운 파산자가 발생한다면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광하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될 때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만든 방파제 같은 기금”이라며 “말하기 어려운 아픔에 가까이 다가갈 통로가 되길 바랐다”고 기금을 소개했다.

운영의 핵심 원칙은 ‘낙인 최소화’다. 지원 대상과 지원 사실은 심사팀과 실무자 내에서만 공유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공동체 안에서 곧바로 평판이 되는 상황을 피하자는 취지다. 신청도 본인뿐 아니라 소그룹 리더 및 사역자 추천으로 가능하게 해 도움이 필요하지만 손을 내밀기 어려운 이들이 접근할 여지를 넓혔다.

지원은 1인 최대 300만원(최대 2회)까지 가능하며 무이자로 운용한다. 상환을 원칙으로 하지만 독촉하지 않는다. 기금 규정에도 ‘상환을 독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구조지만 교회는 오히려 신뢰가 신뢰를 낳는 방식으로 기금이 유지됐다고 설명한다. 이 목사는 “기금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났다”며 “어떻게 이 기금을 희년 정신에 맞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년기금은 금전 지원만 남기지 않도록 사후관리도 규정화했다. 위원회가 월 1회 대상자의 회복 현황(또는 교육 진행 현황)을 확인하도록 해 단순한 지급이 아니라 회복 과정에 공동체가 동행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 같은 나눔 실천은 교회 밖에서도 주목받았다. 일산은혜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열린 희년함께(대표 김재광) 정기총회에서 ‘제2호 희년증서’를 받았다. 희년함께는 1984년 창립된 토지정의 시민운동단체로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라는 희년 선언을 토대로 토지 및 주거 정의 관련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지난해부터 희년정신을 삶과 관계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개인 또는 교회에 희년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이날 희년증서 수여식에서는 1호 희년증서 수상자인 김대준 하나누리 이사장이 일산은혜교회에 2호 증서를 전달했다. 희년함께는 일산은혜교회의 희년기금에 대해 “희년의 비전을 따라 걸어온 공동체의 창의적이고 대담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교인 대표로 참석한 강경희 일산은혜교회 집사는 “재정이 넉넉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의 본분인 서로 돕는 그리스도인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결단과 용기였다”고 말했다.

교회는 이 모델을 올해 청년 세대로 확장했다. 긴급 생활자금은 사고를 만난 사람을 돕는 성격이 강했다면 청년 기본소득은 출발선 자체가 흔들린 청년에게 숨 쉴 틈을 주는 방식에 가깝다. 강 집사는 “이제 불안한 주거와 생활 경제에 발목 잡혀 꿈조차 꾸기 어려운 청년들을 기본소득으로 응원하고 싶다”며 “좋은 신앙 공동체는 중심에 취약하고 무력한 존재를 포함하고 그들을 축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 지극히 작고도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시작한 작은 행동이 자라났다”고 말했다. 이어 희년의 실천을 ‘벽돌을 한 장씩 쌓는 일’에 비유하며 “서둘러서는 안 되고 한 장 한 장 정직하게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준(왼쪽) 하나누리 이사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희년평화빌딩에서 열린 희년함께 정기총회에서 이광하 일산은혜교회 목사에게 희년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희년함께 제공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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