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K-GX, 녹색전환을 넘어 산업 대전환으로

녹색전환,선택 아닌 생존과제
규제 아닌 경쟁력 키우려면
AI 활용이 결정적 변수될 것
국제정세에 흔들리지 말고
기술력과 산업기반 축적해야
기후위기를 산업혁신과 국가
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어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민관합동 K-GX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2035년 53~61%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성장 전략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전환을 비용이 아닌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다.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큰 대한민국 경제에서 녹색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생존을 좌우하는 구조적 과제다. 다만 우리가 마주한 국제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기후정책은 이제 환경을 넘어 산업·통상·기술 패권과 맞물려 재편되고 있다. K-GX도 선언에 그치지 말고, 급변하는 질서 속에서 국익과 산업경쟁력을 지킬 실행 전략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최근 미국의 기후정책 변화는 극적이고 상징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폐기했다. 더 나아가 석탄 규제를 완화하는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고, 중국은 녹색·첨단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녹색전환은 더 이상 도덕적 의제에 머물지 않는다.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전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기구 합의의 동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기후는 협력의 언어이지만 산업은 경쟁의 언어다. 우리는 이 두 현실을 동시에 직시해야 한다.
K-GX는 에너지·철강·화학·교통·건물·농축산을 아우르는 산업 재설계다. 2035년 NDC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지금의 투자와 기술 선택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환 과정의 비용 부담과 이해관계 충돌을 고려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안정적 수익 모델과 통상 리스크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 녹색전환은 규제를 넘어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과제다.
이 과정에서 AI는 결정적 변수다. 녹색전환이 부담에 머무를지, 생산성 혁명으로 이어질지는 AI 활용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은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수소 공급망, 산업 공정, 전기차 충전, 탄소배출 관리를 정교하게 최적화할 수 있다. 기술 기반이 부족하면 비용은 커지지만 AI 기반 에너지 관리와 스마트 제조, 저탄소 공정, 탄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현 정부가 AI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세계 3대 AI 강국을 목표로 하는 만큼 녹색전환도 AI 국가전략과 결합해야 산업경쟁력과 기후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확대는 설비 증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력망·ESS 보강, AI 기반 계통 안정화, 산업단지 전력 직거래와 분산형 전원 구축, 전력시장 제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정책을 넘어 수출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며,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선택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산업의 미래를 가를 시험대다. 30만t 규모의 파일럿은 출발점일 뿐 상용화 로드맵과 안정적 그린수소 공급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검토 중인 원전 기반 무탄소 수소 생산 인프라 추진은 전력 안정성과 탄소 감축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할 만하며, EU CBAM 등 통상 환경 변화에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기차 정책은 보조금을 넘어 충전 인프라 고도화와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V2G를 아우르는 산업생태계 전략으로 확장해야 한다.
K-GX의 핵심은 기후위기를 산업 혁신과 경쟁력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는 데 있다. 기후정책은 정치적 변수에 흔들릴 수 있지만 산업 구조 전환은 되돌리기 어렵다. 단기적 국제 정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술력과 산업 기반을 차근히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녹색전환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2035년 이후에도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AI와 결합한 녹색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K-GX는 단기 규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 전략이다. 국제 환경의 변동성을 냉정하게 읽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기술과 표준을 주도하는 위치로 도약하는 것, 그것이 국익 중심의 K-GX가 지향할 길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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