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천지, 이만희 ‘탈세 기소’ 막으려 대형로펌에 거액 ‘성공보수’ 약속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가 2020년 국세청으로부터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됐을 당시 기소를 피하기 위해 대형로펌에 10억원의 성공보수를 약속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신천지 탈퇴자 등에 따르면 당시 거액 추징에 이어 이씨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부상하면서 위기에 몰렸던 신천지 수뇌부가 법조·정치권 인맥을 총동원해 전방위 대응을 시도했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 측은 2020년 11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이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법무법인 태평양과 형사사건 위임 계약을 맺었다. 태평양이 수사에 대응하는 대가로 이씨가 6억원을 지급하고, 불기소시 10억원을 추가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당시 국세청은 신천지가 조세 회피 목적으로 각 지파 교회 등의 매출을 따로 신고했다며 이씨를 고발했다. 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신천지 수뇌부 내에서는 특가법 처벌조항이 적용되면 이씨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대화가 오갔다.
신천지 측이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속한 배경에도 대형로펌의 법조계 인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 2인자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회총무는 2021년 6월 10일 신천지 소속 간부와의 통화에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 A씨가 (조세포탈 사건들을 담당하는) B부장검사와 엄청 친하다고 한다”며 “B부장검사가 (A변호사에게) ‘수원지검이 너무 바빠 조세포탈 사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어졌다. (곧 있을 인사로 부장검사가 바뀌면) 친한 사람을 찾아 잘 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정치권 인사에 접근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합수본이 확보한 녹취록 중에는 고 전 총무가 “(이씨가) 이희자 한국근우회장에게 도와달라고 전화할 것이고, C의원을 통해서 수원지검장을 좀 요리해 달라고 말을 정확하게 하겠다(고 했다)”고 신천지 간부에게 말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은 국세청 고발 이듬해인 2021년 10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이 항고했으나 수원고검이 2022년 항고를 기각하며 이씨의 조세포탈 리스크는 일단락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씨와 태평양 사이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이씨가 약속했던 11억원(부가가치세 포함)의 추가보수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태평양 측은 지난해 변호사 보수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이세라)는 지난달 16일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계약서에 추가보수의 지급 조건으로 ‘불기소’가 적혀있는 만큼 추가보수 11억원이 ‘성공보수’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계약은 무효라는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태평양 측이 이달 초 1심 판결에 항소하며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윤준식 이서현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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