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막겠다며 국회서 추진 중인 민법 개정에 교계, “취지 공감하나, 정교분리 역훼손 우려”
법조계, 주무관청 권한 과다 문제 지적·사법 판단 우선해야
교계, ‘특별법’ 통해 독립기구 설치·객관성 확보해
이단·사이비 맞춤 대응 필요 의견

국회에서 정교 유착을 막기 위한 민법 개정 등이 추진되자 교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을 통한 제재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자칫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를 역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다. 민법 개정 방식이 아닌 사이비 단체의 반사회적 행위를 규제할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교분리 원칙 확립과 반사회적 종교 집단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의사를 밝힌 이후 5일 현재 국회에서는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손솔 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입법 논의 중이다. 이른바 ‘정교 유착 방지 법안’이다.
하지만 교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들 법안의 세부 내용에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 의원의 법률안에는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해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하거나 정치 활동에 조직적, 반복적으로 개입해 공익을 현저히 해할 때 주무관청이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박기준 변호사(법무법인 우암)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결탁’이나 ‘정교분리 원칙 위반’, ‘공익’ 등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 법안에 담겼는데, 그 판단을 주무관청이 할 수 있는가의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무관청이 직접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보다는 최종 판단은 최소한 법원이 판단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단체 스스로 규제·정화 능력이 안 돼 조직적, 반복적으로 사회에 손해를 끼친다면, 행정 기관이 법원에 설립허가 취소를 청구하고 취소 여부는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절차가 맞는다는 의미다.
또 “주무관청은 제1항에 따른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경우 소속 공무원이 법인의 사무소, 사업장 또는 그 밖의 장소에 출입하여 장부, 서류,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하게 하거나 관계인에게 질문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도 문제다. 박 변호사는 “법원의 허가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압수수색 수준의 권한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을 계기로 현지 통일교 단체의 해산 명령이 내려졌을 때도, 모든 과정이 법원의 사법적 통제 가운데 이뤄졌다.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장은 “민법은 개인 간 권리, 자유의사를 정하는 법이라 그 적용 범위가 넓은데, 행정청이 이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현 민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며 “민법에 이를 적시한 건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려는 꼴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교계 연합기관도 최근 연이어 성명을 내며 반대 뜻을 표명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정석 목사)은 지난 2일 “종교를 법으로 규제하는 시도는 그 의도가 어떻든 종교자유,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고경환 목사)도 앞선 법안들이 “일부 문제 사례를 근거로 종교 전반을 일반화해 규제하려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특검 과정에서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신천지, 통일교와 같은 특정 단체의 불법 혹은 탈법 행위가 있다면, 이는 현행 법체계 또는 이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해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교계에서는 이단·사이비 종교 단체의 해악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정 종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특정 종교 이념에 편향되지 않도록 법안 설계 단계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며, 피해 접수와 조사 절차는 독립적인 기구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미 비슷한 정부 기구가 있는 프랑스의 ‘종파적일탈행위감시-퇴치위원회(Miviludes·미빌뤼드)’ 사례가 참고 대상이다. 미빌뤼드는 사이비 종교 등으로 인한 정신적·물리적 세뇌, 착취 등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총리실 산하 범정부 기구로, 이단·사이비 종교 위험성 분석, 피해자 지원, 공공기관 교육, 법적 조언 등에 나선다.
장헌일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은 “법률과 정책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싱크탱크(두뇌집단)’를 만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심하고 철저히 준비해 종교가 없는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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