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수장 공백보다 측근 인사 ‘걱정’

장지영,문화체육부 2026. 1. 2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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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세 번째 국립국악원장 공모도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앞서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지난 2024년 6월 3년 임기를 마친 뒤 1년6개월이나 지난 데다 20명 넘는 국악계 인사가 지원했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수장이 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악계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4년 첫 번째 국립국악원장 공모가 적격자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재공모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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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국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세 번째 국립국악원장 공모도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국악계에 따르면 1월 초순 최종 후보 3명에게 모두 ‘적격자 아님’을 통보했다. 앞서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지난 2024년 6월 3년 임기를 마친 뒤 1년6개월이나 지난 데다 20명 넘는 국악계 인사가 지원했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수장이 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악계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국립국악원장은 지난 2000년 공직사회 경쟁력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개방형 직위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악 전문가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가 됐다. 인사혁신처는 공모 지원자들 가운데 1차 서류심사 통과자를 뽑은 뒤 2차 면접심사를 치러 최종 후보 3인을 뽑는다. 이후 문체부가 인사 검증을 통해 1인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4년 첫 번째 국립국악원장 공모가 적격자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재공모가 이뤄졌다. 그런데 국립국악원장이 대통령령 개정으로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로 슬그머니 바뀐 것이 국민일보 보도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종 후보 3인에 지난해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과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위증 논란을 일으킨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이 포함된 게 알려져 국악계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면서 재공모 역시 무산됐다.

최근 세 번째 공모조차 특별한 이유 없이 무산되자 국악계에서는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중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장관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23조 조항(공개모집의 예외)을 들어 문체부가 의도적으로 무산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장관이 직접 임명할 계획은 없으며, 조만간 네 번째 공모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악계 관계자들은 “네 번째 공모가 시행될 경우 대부분의 국악계 인사들은 지원하지 않고, 청와대와 교감하는 인사를 포함한 극소수만 지원하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청와대와 문체부에 대한 이런 불신은 앞서 국립예술기관 수장을 임명할 때 공모 과정이 불투명했고 결과적으로 특정 인사를 뽑기 위해 이용됐다고 보이는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체부 산하기관 가운데 수장의 장기 공백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1년4개월째 원장이 공석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서울예술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영상자료원, 국립정동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수장의 임기가 만료됐어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현직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은 예술감독 임기가 조만간 끝난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에서는 수장 공백보다 ‘측근 인사’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 같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으로 예술교육과 접점이 없는 마당극 운동을 펼쳐온 임진택 연출가를 임명한 것은 대표적이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로 유명한 배우 이원종씨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문화예술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캠프 출신 인사들이 다양한 기관의 수장으로 세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의 트라우마가 번갈아 가며 작동한다.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협하는 블랙리스트도 문제지만 전문성 없는 화이트리스트의 폐해도 말할 수 없이 컸기 때문이다. 이제 둘 다 그만 겪고 싶다.

장지영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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