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현빈 "백기태는 성공과 양심 묻는 시대의 자화상"
14kg 증량해 '제임스 본드'처럼
시즌2는 1979년 격동의 이야기
정우성 논란엔 "부단한 노력 알아"

"예전 같으면 장건영 검사를 연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백기태라는 인물에 끌렸습니다. 배우로서 처음 표현해보는 동작과 표정을 쏟아낼 수 있는 현장이었죠."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속 백기태의 잔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1970년대 혼란기를 배경으로 국가를 수익 모델 삼아 야망을 분출하는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는 현빈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거칠고 치명적인 인물이다.
현빈은 이번 작품을 위해 외형부터 완전히 바꿨다. 전작 '하얼빈'(2024)에서 근육까지 모두 덜어냈던 그는 이번에는 13~14kg을 증량하며 화면을 압도했다. 그는 "우민호 감독님이 1회 비행기 장면에서 제임스 본드 같은 느낌을 원했다"며 "증량한 몸에 수트가 유니폼처럼 완벽하게 밀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체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백기태는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한 뒤, 칼처럼 움직이는 인물이다. 현빈은 "실제 생활에서는 백기태처럼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하기에 연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다"며 "현장 전체가 1970년대에 와 있는 것처럼 조성돼 어느 때보다 신선한 자극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전했다.
작품의 배경은 1970년대지만, 계엄 등 주요 사건은 현재와 맞닿아 있다. 그는 "작품이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며 "극 중 사건들은 지금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1979년을 배경으로 한 시즌2에 대해서는 "과거를 통해 현시대를 비춰보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리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순한 역사 재현에 그치지 않고, '성공과 양심'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딜레마를 그리고 싶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백기태를 '악역'으로 규정하는 시선에 대해 현빈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백기태는 자신의 행동이 애국이라고 믿었을 것"이라며 "명분이 있어야 움직이는 인물이고, 그 명분이 양심에서 벗어나더라도 성공을 위해 스스로를 합리화한다"고 분석했다.

현빈은 드라마 속 모든 인물이 결국 백기태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봤다. 그는 "천석중, 표 과장, 황 국장, 심지어 건영까지도 각자의 서러운 욕망과 야망에 따라 선택을 한다"며 "그 합리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이 이 싸움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이어 "백기태는 방심하면 누구나 될 수 있는, 현시대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이는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시크릿 가든'(2010), '사랑의 불시착'(2019) 등을 통해 구축해온 '완벽한 남성상'의 틀을 허물고, 연기 스펙트럼을 거칠게 확장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현빈은 "백기태라는 인물이 던지는 질문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며 "방심하면 누구나 백기태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작품이 하나의 거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정우성의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동료 배우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시즌1이 끝이 아니라 시즌2로 이어지는 작품인 만큼, 더 많은 고민 끝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백기태의 동기이자 중앙정보부 부산지사 정보과 과장 표학수 역의 노재원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엇박자에서 오는 연기적 희열이 있었다"며 "무척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아내 손예진의 반응을 묻자 "촬영 중이라 매회 함께 보진 못했지만, 배우로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본 것 같다고 응원해줬다"며 미소를 지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개 직후 플릭스패트롤 기준 국내 디즈니+ TV쇼 부문 21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대만·홍콩·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시즌1을 마무리한 현재, 엔딩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빈은 말을 아꼈다. 그는 "엔딩은 노코멘트"라며 "6부 마지막에 남은 여운이 큰 만큼, 기대를 갖고 시즌2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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