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글쓰기 동아줄, 첫 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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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기자]
"작가님, 이제 인쇄를 진행하려 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출판사에서 문자를 받고 나는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나오는구나. 나를 살린 첫 작품집!'
5년 전, 유방암이 전이되면서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4기라는 생각에 벼랑 끝에 선 것처럼 내 처지가 위태롭게 느껴졌다. 얼마나 살지 알 수 없지만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가 잡은 동아줄은 글쓰기였다.
내가 잡은 글쓰기라는 동아줄
처음 항암을 시작할 때, 머리카락이 조금씩이 아닌 한꺼번에 뭉텅 빠졌다. 어색하고 당황스러워하는 내게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다가와 나를 안으며 말했다.
"엄마는 예뻐, 아주 예뻐."
며칠 밤을 내 손을 놓지 않고 잠드는 아이를 보며 나는 뭐라도 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했다. 우선 아침마다 밖으로 나가서 걷고 식사도 골고루 챙겨 먹었다. 틈틈이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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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유의 하루, 맑은 숨 쉬다 |
| ⓒ 김은진 |
잠시 병실에 정적이 흘렀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좀 막막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글을 쓰겠다고?'
나는 학창 시절 국어 성적을 떠올리며 내가 한 말의 실현 가능성을 다시 가늠해 보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 침대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던 환우 한 명이 요즘 SNS에 익명으로 글을 쓰는 사이트가 있다고 했다.
말의 힘이란 참으로 놀라운 것인가 보다. 그때부터 매일 글쓰기 사이트에 들어가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한 줄이 될 때도, 두 줄이 될 때도 있었다. 항암 치료가 끝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모자를 쓰고 인근 도서관에서 강좌를 들었다. 더 관심 있는 분야는 인터넷 강의나 줌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에 내 글은 사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오래된 추억까지 쓰고 나니 다른 소재가 필요했다. 이곳저곳 다녀 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멀리 가지는 못하고 주로 가까운 곳을 다니거나, KTX 열차를 타고 당일에 다녀올 수 있는 하루 여행을 했다.
그렇게 다니니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 것은 아예 잊어버리게 되었다. 많이 걷게 되자 다리에 힘도 오르고 근육도 붙었다. 지도를 보면서 방문할 곳을 찾아다닐 때는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바쁘게 다니다 보니 일상에 생기가 돌았다.
시기에 맞게 쓴 글은 <오마이뉴스>에 보냈다. 편집부에서 검토한 후 기사화 되면 내 글을 다른 사람도 읽는다는 생각에 보람과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지역의 동인지에도 발표했다. 글을 쓰며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문학관에 다니며 아프지만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의 삶도 알 수 있었다. 약한 몸이지만 문예 활동으로 지역에 봉사하는 분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감사하게도 나는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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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잎처럼 피어나는 향긋한 숨 철원 고석정 꽃밭 맨드라미 |
| ⓒ 김은진 |
첫 번째 여정으로 나는 꽃을 찾아다녔다. 화사한 꽃을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꽃이 피어나 향긋한 숨이 몸에 담겼다. 사계절마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꽃을 만났다. 목련, 동백, 맨드라미 등이 나를 보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듯했다. 꽃밭에서 속상한 마음, 슬픈 마음은 어느새 휘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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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물 따라 흐르는 깨끗한 숨 한탄강 직탕폭포 |
| ⓒ 김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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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숙한 하루와 그리운 추억의 편안한 숨 태양을 닮은 빨간 토마토 |
| ⓒ 김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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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가 전하는 희망찬 숨 권정생 동화나라(안동 일직면 성남길 119) |
| ⓒ 김은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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