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가 대단합니다, 문자 한 통에 팔 걷어붙인 사람들

박이연 2026. 1. 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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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의 집 사은품 증정 소식에 의욕 활활... 오전 시간대 쉴 새 없이 들어온 사람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이연 기자]

필자는 지난해 여름, 친구 어머니가 급하게 지정 헌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헌혈의 집을 찾았다. 20대 시절, 헌혈을 하려고 도전을 했지만, 낮은 빈혈 수치로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간절한 마음에 헌혈의 집 '오픈런'을 했다. 까다로운 헌혈 조건에 또 낙방할까 봐 아침도 거르고 빨리 갔다.

"식사하고 오셨어요?"
"아니요, 급해서 안 먹고 왔어요."
"문진 후 센터에서 준비해 둔 음료와 간식 좀 드세요."

공복 상태에서 헌혈을 하면 혈압과 혈당이 떨어져 몸이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었다. 피 검사 후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했다. 친구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분 후 간호사가 말했다.

"헌혈 가능합니다."

몸이 건강해졌다는 신호이기에 좋았고, 친구의 어머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러나 첫 헌혈을 무서웠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과도하게 긴장하는 필자를 보며 간호사가 말했다.

"오렌지 주스 한 캔 마시며 긴장 푸시고, 준비되면 이야기해 주세요."

간호사의 배려로 심호흡하며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애도 둘 낳았는데, 피 좀 뽑는다고 어떻게 되려고! 해보자.'

음료를 2개를 마시고 초코파이를 먹으며 긴장감을 낮추는데 20분의 시간이 걸렸는데, 수혈 의자에 앉아 피는 뽑는 데는 5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수혈이 끝나자 필자의 긴장감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준 간호사가 말했다.

"잘하셨어요. 생각보다 쉽죠? 전혈헌혈 하셨으니 8주 경과 후 재헌혈 가능합니다. 또 오세요."

헌혈 의욕 다시 불타오르게 한 문자
 헌혈의 집 '두쫀쿠 마케팅'
ⓒ 박이연
필자는 뿌듯한 마음으로 가을에 다시 헌혈의 집을 찾으려고 마음먹었었다. 그 후 헌혈의 집에서는 정기적으로 헌혈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왔지만, '귀차니즘'으로 그해 가을과 겨울 헌혈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22일 헌혈 독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의욕이 활활 타올랐다.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증정!"

며칠 전 중1 아들이 유행하는 '두쫀쿠'가 먹어보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집 근처 유명한 가게가 있지만 새벽 '오픈런'을 해야 맛을 볼 수 있기에 고민하던 차였다. 아이에게 메시지를 보여주니 인스타그램에서 헌혈의 집 '두쫀쿠'가 유명하다고 했다.
 수유역 헌혈의 집
ⓒ 박이연
그렇게 23일 아침, 헌혈의 집으로 향했다. 헌혈 앱(레드커넥트)로 예약을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갔다. 오전 10시 예약이라 오전 9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내 앞에는 4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20대의 젊은 남성들이었다. 몇 분 후 대기자는 9명으로 늘었고,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왔다. 안내를 하는 어르신이 말했다.

"이상하네~ 오늘은 아침부터 사람이 많네요."
"어르신, 오늘 '두쫀쿠' 증정 때문에 사람이 하루 종일 많을 거예요."

필자는 유경험자답게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갔다. 순서를 기다리며 준비해 간 차도 열심히 마셨다. 곧이어 이름이 불렸고, 수혈 의자에 앉았다. 떨리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몇 번하니 간호사가 와서 바늘을 뽑았다.

"벌써 끝났어요?"
"네, 사람에 따라 속도가 다른데, 회원님은 피가 잘 뽑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수혈 의자에 앉아 1차 지혈을 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필자보다 먼저 와서 채혈하던 사람이 아직도 바늘을 꽂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분은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저분은 혈소판 헌혈을 하러 정기적으로 오시는 고마운 분이에요. 백혈병 환우들을 위한 혈소판 헌혈은 최소 1시간~2시간 정도 소요돼요. 어려운 헌혈이에요."

혈소판 헌혈을 또 다른 헌혈의 영역이었다. 그분을 존경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대기실로 향했다.
헌혈을 하려고 기다리는 대기자들 사이에서 필자는 팔을 걷어붙이고 지혈대를 한 채 음료수를 마시며 10여 분 간 쉬었다.
 헌혈의 집 기념품
ⓒ 박이연
파란색 지혈대가 마치 완장이라도 되는 듯했다. 어깨를 쫙 펴고 간호사가 챙겨준 물품들을 나열하며 사진을 찍었다. 건강도 체크하고, 기념품도 받고, '두쫀쿠'도 받고, 헌혈증서까지. 1석 4조의 '득템'이었다. 오전 30분 투자가 오늘 하루를 뿌듯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집에 돌아와서 아들에게 두쫀쿠를 내밀었다.

"우와, 엄마 어디서 구했어?"

필자는 당당하게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헌혈의 집에 다녀왔지. 사람 진짜 많더라."

아들 덕분인지, '두쫀쿠' 마케팅 덕분인지, 미루고 미루던 헌혈을 하게 되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이게 바로 마케팅의 긍정적인 힘이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h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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