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은 '권력 빼앗기' 아닌 '국민 권리보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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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권 강경파가 폐지를 요구하는 검사 보완수사권에 대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존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력을 빼앗는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라며 개혁의 목표와 수단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또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배타적인 영장청구권에 대한 통제 방법, 예컨대 국민이 참여하는 영장위원회 등을 비롯해 검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 등 세심한 설계가 검찰개혁에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력을 빼앗는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라며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의논하시면 좋겠다"고 강조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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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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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는 검찰청 폐지에 따른 공소청과 중수청의 이원화 등을 담은 정부 법안에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대통령의 발언으로 "(검찰청법이 폐지되는) 10월까지 여유가 있으니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의논하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정부가 공개한 공소청·중수청(중앙수사청) 법안에는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보완수사권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법안에 대해 반발하는 일각의 여론은 검찰에 대한 한없는 불신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검찰이 저지른 수많은 권력 오남용을 상기할 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검찰 악마화는 일면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검찰개혁은 검찰 악마화나 검찰 죽이기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검찰의 부당한 행태는 주로 정치적 사건에서 벌어졌는데, 이는 전체 형사사건 중 극히 일부에 속한다.
일반 국민이 연루되는 거의 대부분의 형사사건은 주로 검찰이 아닌 경찰 단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검찰의 기소와 불기소 등 공소 단계에서 검사의 부당한 행태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비교적 적은 반면, 수사와 사건 송치과정에서 경찰의 부당한 행태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훨씬 더 크다. 즉 대다수의 일반 국민은 경찰의 권한 오남용이나 부패, 그리고 무능 또는 부작위에 의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분리하는 대원칙에는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를 해야 한다. 결국 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권익 보호와 효율적인 범죄 처벌 등 정의 실현이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세밀한 방안을 시간을 가지고 마련하자 것이다. 따라서 진영논리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모 아니면 도라는 식 또는 흑백논리로 사안에 접근하지 말고, 그리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입장을 반 개혁세력 또는 배신자로 악마화하지 말고, 합리적·이성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소청-중수청 상호 견제와 균형 및 통제는 필수적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이다. 즉 국가기관과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검찰개혁과 관련하여서는 공소권과 수사권의 분리 및 공소청과 중수청의 분리, 그리고 이들 양 기관 상호간 및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이는 공소권의 오남용 가능성을 통제하고 중수청 등 다른 기관에 의한 공소청 견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동시에 수사권의 오남용 가능성을 통제하고 공소청을 비롯한 다른 기관에 의한 중수청 견제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소청 검사를 신뢰할 수 없는 것처럼 중수청 수사관 내지 경찰도 신뢰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일제 치하에서 경찰권의 남용과 인권유린을 뼈저리게 경험한 것에 대한 반발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검찰권을 강화한 결과 검찰권의 비대화와 오남용 및 부패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발로 다시 검찰을 악마화하면서 대안 없이 검찰권을 억제하기만 하면 다시 경찰권의 비대화와 오남용 및 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 특히 서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검찰권을 통제하되, 경찰·수사권도 물 샐 틈없이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공소청과 중수청은 상호 분리되어야 할 뿐 아니라, 상호간 그리고 다른 유관기관 및 국민에 의해서도 효율적이고 민주적으로 감시·통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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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창렬 검찰개혁추진단장(국무조정실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정부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 ⓒ 남소연 |
또한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공소청 검사의 남용·악용 가능성을 철저히 봉쇄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 하에서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해 인정될 수 있는 보완수사권에 관한 논의도 처음부터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보완수사요구권 등 공소청 검사에 의한 중수청 내지 경찰 통제수단을 모두 부정한다면 중수청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얼마 전 도입이 논의됐다가 포기한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와 유사한 강력한 경찰 통제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국수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고, 중수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조정·감독하는 기관으로 감사와 감찰, 수사 사건의 적법성·적정성 점검, 불송치 사건 이의신청 조사, 수사담당 공무원 감찰 및 감찰요구 등의 권한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다. 어쨌든 그 통제기구는 중수청에 대한 다양한 통제 역할을 효율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소청 검사에 의해서건 중수청 수사관에 의해서건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논의의 출발점은 공소청 검사를 믿을 수 없듯이 중수청 수사관이나 경찰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권력분립원칙의 출발점이고, 이러한 권력분립원칙의 최후 목적은 바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다. 권력분립의 원칙 그 자체는 수단일 뿐이다.
어떤 특정한 개혁안만이 진리는 아니다. 일반 국민,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보장하고,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효과적인 정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방안이 정답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어 온 유전무죄, 무전유죄 및 전관예우 등의 폐단도 없애는 방안이어야 한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검찰 출신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제도도 나쁘지만 경찰 출신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제도도 나쁘다. 아울러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한 제도 또한 나쁘다.
한편 공소청에 대한 효율적 견제의 일환으로 검사의 부당한 불기소 처분에 대한 통제 방안, 예컨대 기존의 실효성이 별로 없는 항고 및 재정신청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검사의 독단적 기소권을 견제하고 시민의 사법 참여를 높이는 이른바 기소배심제의 도입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배타적인 영장청구권에 대한 통제 방법, 예컨대 국민이 참여하는 영장위원회 등을 비롯해 검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 등 세심한 설계가 검찰개혁에 수반되어야 한다.
공소청, 중수청, 공수처, 국수본 등 수사·공소기관들의 통합·정리도 필요
다른 한편 수사 및 공소와 관련한 국가기관으로 지금까지 거론한 공소청과 중수청 이외에 공수처와 국수본이 있는데 이 기관들 상호간의 관할 및 기능과 관련하여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에 입법예고된 중수청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은 기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던 부패·경제 범죄뿐 아니라 공직자·선거·마약·사이버·대형참사 범죄까지 포함한 9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사실상 2대 범죄로 축소됐던 것과 비교하면, 수사 대상이 대폭 확대된 셈이다.
이들 범죄 상당수는 현재 경찰 국수본이 주력해 온 영역이다. 법안은 중수청과 다른 수사기관 간 수사 경합이 발생할 경우 중수청이 사건 이첩을 요청하거나 직접 이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 착수 단계부터 관할 판단과 이첩 조정이 반복될 경우 수사 흐름이 지연될 수 있다. 이는 관할권 다툼과 수사 및 기소 지연을 야기할 수 있고, 이처럼 복잡한 법체계와 수사과정은 결과적으로 변호 비용의 증가와 변호사 등 법조계의 영업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는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이들 기관의 통합·정리가 필요하다.
결국 공수처의 폐지와 중수청과 국수본의 통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를 못할 이유도 없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유사기관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헷갈리고 피곤한 일이다. 또한 이처럼 복잡한 기관 및 법체계가 존재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도 없다. 수사의 대상에 따른 구분 없이 하나의 수사기관으로 통합해서 모든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면 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조직과 운영은 단순할수록 좋다. 복잡한 것은 법조인의 수입만 늘려주고, 그만큼 운영의 투명성을 저해하며, 업무의 비효율과 부정부패의 가능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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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2025년 11월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자신과 공수처차장이 채해병 특검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사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한 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 ⓒ 유성호 |
지난 12·3 내란 주범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와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초래한 바 있다. 이는 공수처 구성원들의 의지와 자질 부족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부실한 공수처법의 제정이 주 원인이다.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공수처법을 다른 법제도와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검찰개혁의 미명 하에 졸속으로 제정한 것이다. 공수처는 폐지가 답이다.
아울러 또 다른 검찰개혁의 치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이른바 '검수완박'의 경우에도 그 표현과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권 박탈은커녕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검찰권 강화의 빌미를 제공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러한 일련의 부실하고 졸속적인 개혁 입법은 오히려 개혁 후퇴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으로 윤석열 정부라는 검찰정권 탄생에 일조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참담한 실패를 되돌아 볼 때 검찰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에 있어서 더욱 세심한 논의와 설계가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권리보호와 정의 실현
결국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충분한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고, 개혁을 통해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물 샐 틈 없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방안들이 그러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전폭적 지지를 받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력을 빼앗는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라며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의논하시면 좋겠다"고 강조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서두르지 말고 더욱 세심하고 균형잡힌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감정적 접근이나 전투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법체계 전체와 국민을 바라보고, 그리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보고 심사숙고하자. 검찰개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정치적 진영과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국민의 권리보호와 정의 실현이다. 어느 법안이 국민에게 최선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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