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자퇴하고 정치 뛰어든 청년, 지금이 더 안타깝다
김성호 평론가
기업이 대학을 소유한다.
다른 나라라면 낯설 수 있는 이 문장이 한국에서만큼은 달리 들린다. 삼성은 성균관대학교를, 두산은 중앙대학교를 인수해 소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공과대학교를, 현대는 울산대학교를 설립했다. 한진의 인하대학교, 과거 대우가 가지고 있었던 아주대학교도 빼놓을 수 없겠다. 때로는 설립부터, 또 때로는 인수를 통해 기업이 사립대학교를 보유하고 운영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한국이다.
기업의 대학 소유가 그 자체로 문제일 수는 없겠다. 현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은 법이 금하지 않는 한 모든 것을 가질 자유 또한 보장하니까. 하지만 교육 본연의 목적과 기업의 작동방식이 상충한다면 어떨까. 기업의 이윤추구가 대학교육이 추구했고 앞으로도 추구해야 마땅한 목적을 저버린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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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미래다? 스틸컷 |
| ⓒ 조이예환 |
< 사람이 미래다? >는 이제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변신한 조이예환의 2011년 작 다큐다. 그로부터 3년 전 두산에 인수된 뒤 대대적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 있던 중앙대학교 이야기를 다룬단 걸 그 제목부터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직후인 2009년부터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를 통해 '사람이 미래다'란 메시지를 일관되게 밀어붙인 두산그룹이다. 실제 이로부터 기업이미지가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영화는 바로 이 유명한 카피 뒤에 물음표를 붙임으로써 두산이란 기업과 그에 인수된 중앙대학교의 현 상황에 물음을 던진다.
영화는 모두 세 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김주식, 노영수, 김창인이 바로 그들로, 중앙대 학생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했다가 퇴학이며 무기정학 처분을 받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저항의 이유는 이렇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독자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취업률 등 가시적 성과를 기준으로 삼아 학과를 없애고 합쳤다. 18개 단과대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 46개 학부로 통폐합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불문과, 독문과, 일문과 등 오랜 전통을 가진 학과들이 줄줄이 폐지됐다. 반면 경영대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고 모든 학생이 회계학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런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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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 첵 표지 |
| ⓒ 들녘 |
요컨대 두 편의 영화는 근 10년을 오르내리며 두산의 중앙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다 끝내 학외로 내몰린 학생의 어제와 오늘을 담는다. < 기업이 미래다? >는 투쟁 뒤 얻은 건 없고 잃은 건 많았던 청년 김창인의 암울한 과거를,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는 자퇴 후 정치에 투신했으나 진보정당 소속으로 공천 한 번 받기 어려운 현실을 담았다.
그의 선택은 다분히 이례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학생은 바뀐 현실을 그러려니 감내한다. 적잖은 이는 중앙대가 학교를 인수한 뒤 올라간 명성이며 취업률, 입시결과 커트라인을 거론하며 잘 된 일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수많은 학내 공사를 두산그룹 계열사가 수주하고 대학재정은 불안정해진 사실을 거론하는 이는 소수뿐이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사라진 가치 따위야 누가 관심을 두겠는가.
책 <추락하는 대학에 날개가 있을까>를 여기 소개하는 건 지난 회차서 다룬 신작 영화 주인공인 김창인에 대하여 보다 깊은 이해가 따라야 한다 여기기 때문이다. 김창인 뿐 아니라 이동현과 고준우까지, 각기 관심 있는 대학교 문제를 깊이 살피는 2019년 출간된 서적이다. 그중 가장 앞서는 글이 김창인의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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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미래다 광고 스틸 |
| ⓒ 두산 |
해당 글은 대학이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논설이다. 20세기 말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세계, 특히 미국의 대학이 어떻게 기업화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와 얼마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효율화된 한국의 대학을 이야기한다.
학생 정원수를 늘리고 등록금을 올렸으며 수업당 교원수를 줄이면서 비정규직 강사를 채용해 그 자리를 메우는 대학의 모습은 중앙대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쉬이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다. 청소노동자와 급식노동자도 외주와 하청으로 채웠으며 대학건물과 공간은 상가와 주차장으로 임대되었다. 심지어 자금을 마련해 부동산이며 주식, 채권투기에 나서는 대학까지 생겼고, 중앙대의 사례처럼 대학 자체가 상품으로 기업에 팔리기까지 했다. 요컨대 한국 대학의 보편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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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포스터 |
| ⓒ 익스포스 필름 |
출산율 급감과 지방소멸, 재정악화까지 겹친 대학교 현장의 구조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해당 문제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경쟁 및 학벌주의와 맞물린 폭발적 의제인 관계로 이제껏 어느 정치세력도 쉬이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해온 게 오늘에 이르렀다. 철학도 청사진도 부재한 대학교와 고등교육 개혁의 디데이가 시시각각 닥쳐온다. 기존의 작동방식으로는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언젠가는 근본적으로 손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결국은 정치가, 공동체 일반의 합의로써 해내야 할 일이다.
신작 다큐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를 보며 가장 아쉬웠던 건 한국 정치가 그에 걸맞은 자산을 얻지 못하는 모습에 있었다. 청년정치가들이 기성 정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엎어지는 광경을 보여주는 이 다큐 속의 김창인을 나는 안타깝게 여긴다.
그 안타까움은 김창인 개인을 향한 것만이 아니다. 그건 김창인 개인이 아니라 한국 정치, 사회 전반의 타격이다. 그를 경쟁에서 거꾸러뜨린 이들이 누구인지를 돌아보면 이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안타까움이 더욱 커질 뿐이다.
좌와 우를 모두 끌어안으려 시도한 영화가 청년 정치가의 패퇴 이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에 다가서지 못하므로, 나는 이번 씨네만세를 빌려 그 함의를 톺아보려 한 것이다. 스스로 마땅한 기획이라 여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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