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공실이 묻는다... 광주·전남,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이문석 2026. 1. 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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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행정 통합 넘어... 대한민국 '공간 전략'의 첫 시험대로

[이문석 기자]

▲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공실1 10년이 지난 나주혁신도시의 공실문제가 심각하다
ⓒ 이문석
잘 닦인 도로와 웅장한 공공기관 건물 사이, 상가 유리창에 붙은 '임대문의' 현수막.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를 찾으면 누구나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건물은 지어졌지만, 삶은 없습니다. 단순한 지역 불황이 아니라, 건물과 도시의 생태계가 따로 노는 대한민국 공간 정책의 구조적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도시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일과 생활, 이동과 소비, 관계와 선택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살아 있는 시스템입니다. 나주의 공실은 특정 지역의 실패가 아니라, 하드웨어 중심 개발에 머물러 온 국가 공간 정책의 한계를 묻는 질문입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초집중을 넘어 초광역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 자치권 확대, 재정 권한 이양 등 논의는 여전히 '미완의 설계도' 수준입니다. 청사 위치와 명칭 논쟁이 앞서고, 통합이 무엇을 바꾸고 어떤 미래 모델로 나아갈 것인지는 뒷전입니다. 단순 행정구역 조정으로 축소되는 위험한 신호입니다.

광주·전남은 단순한 지역 통합 대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가 공간 전략의 첫 번째 시험대(Testbed)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5극 3특' 중 가장 앞서 논의되고 있으며, AI·모빌리티(광주)와 재생에너지(전남)라는 두 강력한 산업 축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권역입니다. 성공하면 다른 극과 특례 지역의 모델이 되고, 실패하면 국가 균형발전 전략 전체가 흔들립니다. 중요한 것은 찬반이 아니라, 어떤 통합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입니다.

행정 효율의 핵심은 '집중'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과거처럼 대규모 신청사에 인력을 몰아넣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실제 도시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사무실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는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이미 현실입니다.

행정 기능은 클라우드(Cloud) 기반으로 통합하되, 공무원과 조직은 광주·나주·목포 등 권역별 스마트 오피스(Smart Office)에 분산 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청사 위치 갈등을 해소하면서, 광주·전남 통합을 대한민국 디지털 행정 혁신의 선도 모델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또 광주의 AI·모빌리티와 전남의 재생에너지를 따로 키운다면 경쟁력은 제한적입니다. 두 축을 결합한 'AI-Grid Valley', 즉 에너지 자립형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데이터센터, AI 연산 인프라, 전력 집약형 첨단 산업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수도권 대체 모델이 되며, RE100과 전력 리스크에 직면한 글로벌 기업에게 수도권이 제공할 수 없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지역 산업 육성을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에 내놓을 새로운 국가 산업 모델이 됩니다.

제도 통합은 선언이 아니라 파격적 선택에서 완성됩니다

광주 군 공항 이전 부지와 송정역세권 등 대규모 가용지를 단순한 주거·상업지로 소진하는 방식은 과거의 개발 논리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를 글로벌 비즈니스 특구(Global Business Special Zone)로 지정하고, 두바이·싱가포르 모델처럼 한시적 법인세 제로(Corporate Tax Zero), 규제 특례, 영어 공용화, 외국 인재 비자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야 합니다. 특정 지역 특혜가 아니라, 수도권이 이미 누리는 구조적 이점을 전국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나주의 공실은 이제 대한민국 전체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잘 지어진 도시 한복판의 텅 빈 공간을 지역 실패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국가 구조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로 읽을 것인지. 광주·전남 통합은 단순히 '5극 중 하나'를 만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지역의 선택이, 대한민국 국가 전략의 다음 방향을 가늠하는 첫 기준이 됩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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