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살이와 다를 게 없다"… 대체복무, 이들은 왜 다시 거부할까

차종관 2026. 1. 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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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요원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죄인' 취급을 받습니다. 교정시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36개월간 갇혀 지내며, 직원들로부터 '세금 도둑'이라는 비난과 하대를 견뎌야 합니다. 이것은 복무가 아니라 '대체 징역'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 지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의 증언은 참담했다.

그는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 지 6년째지만, 여전히 징벌적 성격으로 인해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교정시설에서 36개월 합숙복무를 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과거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던 때와 과연 무엇이 얼마나 본질적으로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감옥행을 택하는 이들이 나온다는 것은 이 제도가 실패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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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6년 차 맞은 대체복무제, 국회 토론회서 성토 쏟아져

[차종관 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윤·부승찬·서미화 의원,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대체복무 개선모임(전쟁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이 공동 주최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대체복무요원이 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죄인' 취급을 받습니다. 교정시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36개월간 갇혀 지내며, 직원들로부터 '세금 도둑'이라는 비난과 하대를 견뎌야 합니다. 이것은 복무가 아니라 '대체 징역'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 지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장의 증언은 참담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감옥 대신 '대체역'의 길이 열렸음에도, 제도가 여전히 '징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대체복무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부승찬·서미화 의원,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대체복무 개선모임(전쟁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단순한 제도 분석을 넘어, 실제 복무자들의 증언과 정부 관계자의 답변이 오가는 치열한 공방의 장이었다.

이재승 교수 "양심 심사, 도덕적 '성자' 뽑는 시성식 아냐"

첫 발제자로 나선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체복무제도의 근본적인 철학 부재를 꼬집었다. 그는 "병역거부의 양심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권에 해당하며, 대체복무제도는 이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기능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심사 제도가 본질에서 벗어나 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양심적 결정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기계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심사 과정은 마치 도덕적으로 완벽한 '성자'를 뽑는 '시성식'처럼 변질됐다"며 "성자나 모범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확고한 사람을 판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한국의 대체복무제도는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 현역 복무기간의 2배를 고수하는 것은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와도 배치된다"며 "복무기간 단축과 복무영역 확대를 통해 양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새얀 변호사 "기간 27개월로 줄이고, 소방·복지로 영역 넓혀야"

이어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는 구체적인 대안인 '대체역법 시민사회 개정안'을 발표했다. 최 변호사는 "대체복무가 징벌이 아닌 사회공동체에 대한 기여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핵심적인 개정 사항을 조목조목 짚었다.

최 변호사가 제시한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복무기간 단축이다. 그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현역 육군 기준 1.5배를 넘는 기간은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고 본다"며 "현행 36개월을 육군 기준 1.5배 수준인 최대 27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는 복무 영역의 확대다. 최 변호사는 "현행법은 복무 기관을 '교정시설'로만 한정해 사실상 징벌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복무 영역을 소방,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확대하여 요원들이 사회 공동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는 심사 기구의 독립성 강화다. 그는 "현재 병무청 산하에 있는 대체역 심사위원회를 국가인권위원회 소속으로 이관하고, 위원 구성에서 국방부와 병무청의 추천 몫을 줄여 군사적 이익이 양심을 재단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윤·부승찬·서미화 의원,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대체복무 개선모임(전쟁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이 공동 주최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순서대로 발제에 나선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새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상근변호사, 좌장을 맡은 ▲김수정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토론에 참여한 ▲양여옥 전 대체역 심사위원 및 현 법무부 대체복무제 정책자문위원 ▲장길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상근활동가 및 양심적 병역거부자 ▲시우 대체복무개선을위한활동가모임 활동가 ▲형혁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호성 법무부 교정기획과 사무관.
ⓒ 공익저널 차종관
양여옥 전 위원 "심사위, 양심 취조하는 곳…군 영향력 40%"

지정 토론에서는 제도의 운영 실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양여옥 전 대체역 심사위원(현 법무부 대체복무제 정책자문위원)은 심사위원회의 구조적 편향성을 내부자의 시각에서 고발했다.

양 전 위원은 "현재 13명의 심사위원 중 국방부와 병무청 추천 인원이 5명으로 전체의 40%에 육박한다"며 "이는 민간 전문가의 비중을 축소하고 군 당국의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높인 구조적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군 복무를 정상으로, 대체역을 예외로 간주하는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할 때 대체역 제도는 '양심의 자유 보호'보다 병역자원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며 "심사가 '병역기피자 색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신청인의 양심을 의심하고 취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심사위원에게 인권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부적절한 질문이나 태도에 대한 내부 윤리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길완 활동가 "직원이 '세금 도둑' 모욕…대체복무 아닌 '대체 징역'"

실제 대체복무를 마친 당사자인 장길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상근활동가는 복무 중인 대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교정시설 내의 참담한 인권 실태를 폭로했다.

장 활동가는 "응답자 56명 전원(100%)이 현행 36개월의 복무기간이 '길다'고 응답했다"며 "복무 중인 이들의 69.6%가 기간 단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고 전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복무 환경이었다. 그는 "대체복무요원들은 복무관리관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로부터도 상당한 수준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며 "설문 결과, 본인이 직원으로부터 인권침해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응답이 42.8%에 달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폐급', '세금 도둑'과 같은 인격 모욕적 발언이 빈번하고, 90도 인사를 강요하거나 반말과 하대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정시설 특유의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가 민간인 신분인 대체복무요원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장 활동가는 "대다수 요원은 일과 후에도 이어지는 교정시설 내 합숙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사실상 '감금'이라고 느낀다"며 "이것이 '대체 징역'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시우 활동가 "'완전거부' 선언… 제도가 실패했다는 증거"

'대체복무 개선을 위한 활동가 모임'의 시우 활동가는 최근 군 복무와 대체복무를 모두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활동가 '두부'의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의 실패를 지적했다.

시우 활동가는 "두부는 현행 대체복무제도가 병역거부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 또 다른 통제 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는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된 지 6년째지만, 여전히 징벌적 성격으로 인해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교정시설에서 36개월 합숙복무를 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과거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던 때와 과연 무엇이 얼마나 본질적으로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감옥행을 택하는 이들이 나온다는 것은 이 제도가 실패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윤·부승찬·서미화 의원,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대체복무 개선모임(전쟁없는세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이 공동 주최한 '대체복무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공익저널 차종관
형혁규 입법조사관 "기간 단축, 우려할 만한 지표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형혁규 입법조사관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시민사회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현역 복무와의 '등가성' 논리에 대해 "복무의 난이도 기준이라기보다는 국민 정서를 고려한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형 조사관은 "지난 6년간 대체역 신청 현황 데이터를 보면, 개인적 신념에 의한 신청 증가로 병역자원 확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며 "복무기간을 축소한다고 해서 병역기피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지표는 확인되지 않는다. 기간 단축과 복무기관의 의료, 소방 등 확장은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호성 법무부 사무관 "예비군 대체복무 '출퇴근' 검토 중… 예산이 관건"

법무부 교정기획과의 이호성 사무관은 쏟아지는 비판을 메모하며 경청한 뒤, 정부 측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현장의 어려움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개선을 위한 현실적 과제를 언급했다.

이 사무관은 "대체복무 자문단 활동과 실제 교정시설 방문을 통해 대원들을 만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가장 논란이 된 합숙 문제와 관련해 "현재 법무부에서도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예비군 대체복무자들에 대해서는 출퇴근 복무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무관은 처우 개선의 핵심 열쇠로 '국회의 예산 지원'을 꼽았다. 그는 "대체복무 대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합리적인 복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대체복무 운영과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현장의 참석자는 "법무부가 예비군 출퇴근 검토라는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지만, 징벌적 요소를 걷어내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대체 징역'이라는 오명은 씻기 어려워 보인다"는 소회를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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