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방황의 끝에서 만난 ‘진짜 아버지’…부산 영도에 일군 사랑의 기적

정홍준 2026. 1.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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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바울교회(황희수 목사)에는 특별한 온기가 흐른다. 이곳 중심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소외된 아이들의 '영적 아버지'가 된 황희수 목사가 있다.

바울교회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는 이정향(14, 부산 남항초)양은 황 목사를 '진짜 가족'이라고 말한다.

황 목사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자 하나님의 소망이다.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이 이곳에서 회복되고 훗날 누군가에게 다시 사랑을 흘려보내는 선교사가 되는 것, 그것이 제 남은 생애의 유일한 기도 제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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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소망으로 바꾼 예배의 힘
부산 바울교회 황희수 목사가 전하는 ‘다음 세대’의 비전
황희수 부산 바울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교회 3층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영성 교육을 하고 있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겐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고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치유의 시간이다.

부산 영도구 바울교회(황희수 목사)에는 특별한 온기가 흐른다. 이곳 중심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소외된 아이들의 ‘영적 아버지’가 된 황희수 목사가 있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어린 시절 황 목사를 지배한 단어는 공포와 절망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의 폭력은 일상이었고 집은 전쟁터와 같았다. 깨진 술병과 고함이 가득했던 가정환경은 소년을 집 밖으로 내몰았다. 중학교 시절 그는 ‘비행 청소년’이었다. 곁에 있던 친구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끔찍한 비극을 목도하며 인생 밑바닥을 경험했다. 이런 역경을 헤치고 오뚝이처럼 우뚝 선 황희수 목사를 지난 16일 교회에서 만났다.

황 목사는 그 어둠의 터널 끝에서 운명처럼 교회를 만났다고 한다. 친구의 전도로 발을 들인 교회에서 그는 생전 느껴보지 못한 평안을 맛보았다. 육신의 아버지가 주지 못한 사랑을 ‘하나님 아버지’라는 존재를 통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황 목사는 “하나님은 제 인생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손을 내미신 진짜 아버지였습니다. 그분의 사랑을 깨닫는 순간 방황하던 제 삶의 나침반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황희수 목사가 부산 영도구 기독교연합회 직전 회장으로서 지난 7일 영도침례교회에서 열린 신년조찬기도회에서 ‘선한 손의 도움으로“ 주제로 설교를 하고 있다.

회심 이후 황 목사의 삶에는 기적 같은 일이 잇따랐다. 평생 술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을 끊어내는 기적이 일어났다. 본인 역시 큰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도 수술 없이 회복되는 치유의 역사를 경험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그는 하나님께 평생을 헌신하기로 서원했다.

황 목사의 사역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폐쇄 위기에 처한 교회를 인수해 바울교회를 개척했을 당시 자금 한 푼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적처럼 하나님의 은혜로 무상 건물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곧 폭발적인 성장의 발판이 됐다. 바울교회는 단순히 국내 사역에 머물지 않고 해외 12개 교회를 개척하며 지경을 넓혀갔다.

황희수(왼쪽 두 번째)목사가 2023년 7월 탈북 중도입국자 남자 기숙사에서 생일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축복기도를 하고 있다.

현재 황 목사가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역은 탈북 중도입국자들을 돌보는 일이다. 탈북민 부모가 제3국에서 낳아 한국으로 데려온 이 아이들은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황 목사는 이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직접 아이들의 양육을 도맡았다. 처음 센터에 온 아이들은 상처로 가득했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고, 극심한 ADHD 증상을 보이며 학업을 포기한 아이들도 많았다.

황 목사는 이 아이들에게 단순한 복지 서비스를 넘어 가족이 돼 줬다. 언어를 가르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아이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만졌다. 변화는 서서히 나타났다. ADHD로 통제가 불가능했던 아이가 차분히 책상에 앉아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어 한마디 못 하던 아이가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성취를 이뤄냈다.

바울교회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는 이정향(14, 부산 남항초)양은 황 목사를 ‘진짜 가족’이라고 말한다. 정향양은 센터에 오기 전 외로운 섬에 있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황 목사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으며 삶이 180도 바뀌었다. 정향양은 “목사님은 저희를 단순하게 도와주시는 분이 아니라 아빠처럼 챙겨주세요. 예전에는 친구도 거의 없고 늘 혼자였는데 이제는 친구들도 많아졌고 학교 가는 게 정말 즐거워요. 목사님과 함께하는 예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정향양은 센터를 통해 학업 지원은 물론 원만한 친구 관계를 맺는 법도 배웠다. 사회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성격도 몰라보게 밝아졌다. 아이들에게 예배는 단순히 종교적 의식이 아니다. 예배를 통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느끼고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치유의 시간이다. 황 목사는 예배 속에서 아이들이 인생의 해답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황 목사의 시선은 이제 더 먼 미래를 향해 있다. 그는 다음세대 사역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임을 강조한다. 특히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 및 다문화 청소년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미래 한국 사회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바울교회는 향후 교회 예배당과 선교사들을 위한 안식처,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전용 공간 마련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황 목사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자 하나님의 소망이다. 상처 입은 어린 영혼들이 이곳에서 회복되고 훗날 누군가에게 다시 사랑을 흘려보내는 선교사가 되는 것, 그것이 제 남은 생애의 유일한 기도 제목”이라고 말했다.

부산 영도의 작은 교회에서 시작된 사랑의 파동은 소외된 아이들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지역 사회와 세계 열방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소년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변화돼 또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는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잊고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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