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처벌엔 공감… 종교·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종교 관련 발언들이 교계 안에서 공감과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회견을 통해 이단 단체의 조직적 정치 개입을 뿌리 뽑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개신교를 향한 수사를 언급해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단과 정통 교회를 먼저 구분하고,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종교 시스템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반란행위”에 비유했다. 엄중 처벌과 법률 보완도 약속했다. 특히 “큰 돌부터 집어내고 나중에는 자갈도 집어내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비유를 통해 이단 문제 해결 후 제도권 일부 교회에 대한 사법적 개입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종교인의 정치적 목소리를 반란으로 규정한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헌법 제20조가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의 정치개입뿐만 아니라 국가 권력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막이기도 하다. SNS에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이재명을 죽이라는 설교를 한 목사를 목사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처벌하거나 목회를 강제로 막는 것도 옳지 않다”면서 “이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더 정확히 말하면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대통령의 발언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보수정권을 비판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부터 해산돼야 한다는 논리가 되는데 그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선거법 위반과 같은 명백한 불법을 넘어 목회자의 강대상 설교까지 제한하려 한다면 곤란하다는 인식도 있다.
크로스로드 이사장인 정성진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회는 잘못된 길을 가는 사회에 성경적 관점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예언자적 사명이 있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제한하는, 교회 목을 조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종교가 가진 순기능을 막고 길들이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어 곤란하다는 취지다. 정 목사는 “통일교나 신천지처럼 문제가 드러난 단체에 대해서는 특검 논의가 가능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를 일반화해 종교 전반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은 종교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정교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정 목사는 “종교가 불의 앞에서 침묵하라는 의미의 정교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의미의 정교분리는 불편부당하지 않는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력에 순응하며 축복만 말하는 교회는 결국 나치 시대 독일교회의 전철을 밟게 된다”고 경고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도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종교가 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반대로 정치가 종교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억압, 통제하려는 것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의한 정권이나 정치적 문제가 생겼을 때조차 종교가 아무런 개입도 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창일 임보혁 손동준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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