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만든 ‘강남언니’, 6천억 플랫폼 되다 [내일은 천억클럽]
전 세계인들이 자신의 외모를 꾸미는 시대다. 글로벌 미용 의료 시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896억달러 규모였던 이 시장은 2033년 24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만 11.7%에 달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평균 13.5%의 높은 성장률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미용 의료의 핵심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눈에 띄는 플랫폼이 있다. 성형·피부 시술 정보를 중심으로 성장한 ‘강남언니’다. 한때 단순한 병원 후기 앱으로 알려졌던 이 서비스는 이제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자, 글로벌 미용 의료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힐링페이퍼다.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
힐링페이퍼는 2012년 7월 설립됐다.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본과 3학년 재학 중이던 홍승일 대표가 창업했다. 그는 의사의 길을 걷던 중 환자들의 의료 정보 접근이 제한적인 현실을 목격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초기에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의 건강관리를 돕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하지만 급여 중심의 의료 체계 안에서는 지속적인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시행착오 끝에 2015년 피봇팅을 단행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미용 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다.
당시만 해도 성형이나 피부 시술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병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지인 소개, 블로그 검색 등 제한적인 채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 시술 방식, 의료진 정보 등 핵심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고, 온라인에는 상업적 후기와 광고성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었다. 강남언니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강남언니 앱 이용자들은 시술받은 사람들의 후기, 가격 정보, 의사 정보를 확인하고, 여러 병원을 비교한 뒤 상담을 신청하거나 예약할 수 있다. 일종의 ‘성형·시술의 네이버 지도’인 셈이다.
홍 대표는 “과거 온라인에서 어떤 의료 정보가 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면, 강남언니는 정확한 시술 가격과 실제 이용자 후기를 통해 의료 소비자의 알 권리를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누적 투자금 741억원 확보
강남언니는 철저히 정보 신뢰성 확보 전략에 집중했다. 2021년부터 ‘영수증 인증 후기 제도’를 도입해 시술받은 환자만 후기를 남길 수 있게 했다. 병원이 거짓 정보를 올릴 경우에는 경고부터 퇴점 조치까지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광고 자동 검수 시스템을 도입해 불법 광고도 사전에 차단한다.
정보 투명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결과, 강남언니는 현재 누적 285만건의 후기와 740만건의 상담 신청 수를 확보했다. 경쟁 플랫폼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방대한 규모다.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1월 24만9000명이었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월 29만1000명까지 증가했다. 글로벌 시장 성과도 눈에 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019년부터 일본어 버전 앱을 출시한 힐링페이퍼는 2020년 일본 미용 의료 플랫폼 ‘루쿠모’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로컬 공략에 나섰다. 현재 일본 내 가입자 수는 170만명에 달한다. 또한 2024년 11월 출시한 태국어 버전 앱은 7개월 만에 이용자가 10배 이상 증가하며, 동남아 시장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해외 진출이 성공하자 매출도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린다. 힐링페이퍼는 2021년 당시 158억원 매출과 함께 46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2024년에는 매출 530억원, 영업이익 128억원을 올려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투자자들도 힐링페이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2019년 7월 프리미어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원익투자파트너스 등 투자사로부터 4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어 2020년 4월에는 레전드캐피탈, 하나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가 참여, 18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금을 확보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2월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키움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사가 대거 참여한 시리즈C 투자에서 428억원을 조달했다. 누적 투자금은 741억원에 달한다.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힐링페이퍼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3년의 실패, 그리고 코로나
“아시아 넘어 전 세계로”
힐링페이퍼의 여정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 3년간은 만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 이후 비급여 중심 미용 의료 시장으로 피봇한 이후에야 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사업 영역을 시술과 비급여 분야로 좁히고, 타깃을 명확히 설정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홍 대표 설명이다.
두 번째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19년 일본을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을 본격화한 직후,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며 사업 모델 전체가 멈췄다. 그러나 힐링페이퍼는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과감하게 일본 현지 플랫폼 ‘루쿠모’를 인수한 뒤, 일본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로컬 의료 예약·정보 서비스를 강화하며 사업 방향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2019년 11월 시작한 강남언니 일본 서비스는 2023년까지 60배 성장하며 초기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힐링페이퍼의 향후 계획은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확장이다. 힐링페이퍼는 미용 의료 병원을 위한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준비 중이다. 병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이용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해외 진출 사업 역시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2023년 12월 영어 기반의 플랫폼 ‘UNNI’를 내놓고 미국, 캐나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104개 국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인 환자들이 직접 한국 병원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2024년 말에는 태국어 버전 ‘UNNI’도 선보이며 동남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국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뷰티 카테고리 2위, iOS 건강·운동 카테고리 11위에 오르는 등 시장 반응이 뜨겁다.
홍 대표는 “글로벌 뷰티 의료 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잠재력을 지녔다”며 “현재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충분히 확대한 뒤 다른 국가로의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4호 (2026.01.21~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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