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도 주목한 우주 데이터센터… 美·中 경쟁에 EU 가세

심희정,김혜지 2026. 1. 2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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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발전 가속화 따라 전력 수요↑
다보스포럼 주요 의제로 떠올라
트럼프도 연설서 ‘에너지 부족’ 언급
24시간 발전·열 관리 수월 ‘장점’
막대한 비용·방사선 문제는 걸림돌
우주 데이터센터 개념도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에너지 위기다. 전 세계 정상들은 인공지능(AI)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보유한 에너지 생산량의 배 이상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 기간 스위스 국가관에서 열린 회의에는 요제프 아슈바허 유럽우주국(ESA) 사무총장과 독일·영국 우주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우주 데이터센터 등 우주 경제의 최신 동향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에 유럽도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투자 규모나 진행 속도 측면에서 미·중보다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원전을 재가동하거나 새로 건설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에너지원은 우주 태양광이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올려보내면 태양광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중국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며 경쟁하고 있고, 유럽도 이에 가세했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전력 효율이 높고 열 관리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우주 궤도는 지상 대비 태양광 효율이 약 7배 높다. 지상에서는 태양 빛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반사되거나 흡수되는데, 우주에서는 날씨나 먼지, 수증기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지상보다 강한 태양 에너지를 24시간 직접 받을 수 있다. 열처리를 위한 냉각수나 공기 순환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우주 공간은 온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적외선으로 열을 방출하는 방열판을 설치해 열을 내보내기만 하면 된다.

해외 우주 선진국과 기업들은 우주 데이터센터 선점 경쟁에 나섰다. 미국 진영 선두에 있는 우주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가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발사체와 위성 인터넷망(스타링크) 등 우주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춘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스페이스X는 태양 방사선에 내성이 있는 컴퓨팅 시스템 실증을 추진 중이다. 우주 인공위성으로 쌓은 데이터를 처리·학습하기 위해서는 가혹한 우주 환경을 버티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실증을 위해서는 우주에 일단 쏘아 올려야 하는데, 스페이스X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체 개발 로켓 ‘스타십’에 컴퓨팅 부품을 태워 발사 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스페이스X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21일 위성 인터넷망 ‘테라 웨이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일반 고속인터넷보다 6000배 빠른 속도로, 현재 글로벌 위성 네트워크 시장의 ‘게임 체인저’인 스타링크의 유력한 대항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지 않고 우주 내에서 주고받는 기술은 우주 데이터센터 설치를 위한 전초 단계로 평가된다.

중국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 ‘삼체 컴퓨팅’ 프로젝트의 구상도. 중국은 지난해 5월 창정 2호 로켓으로 우주 데이터센터용 위성 12개를 지구 저궤도에 올렸다. 저장랩 제공


미국 우주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의 AI칩을 탑재한 인공위성 스타클라우드 1호기를 발사했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구글의 언어학습 모델 ‘젬마’에 셰익스피어 전집을 학습시키는 데 성공했다. 스타클라우드는 올해 10월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인 블랙웰을 스타클라우드 2호기에 탑재할 계획이다. 1호기보다 전력 생산량을 100배 늘려 상업용 클라우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스타클라우드가 구상한 우주 데이터센터 모습. 가로 세로 4km의 대형 태양광 판넬 및 방열판으로 전력을 생산해 GPU를 구동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클라우드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응해 중국은 국가 주도의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 ‘삼체 컴퓨팅’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2035년까지 대규모 상용화를 목표로 지상 700~800㎞ 상공 궤도에 기가와트급 우주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창정 2호 로켓으로 우주 데이터센터용 위성 12개를 지구 저궤도에 올렸다. 2030년까지는 1000개의 위성을, 2035년까지 총 2800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지상과 우주를 잇는 통합 데이터센터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막대한 비용이 지금으로선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주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이 지상에서보다 저렴하려면 발사 비용이 ㎏당 200~300달러(약 30만~45만원)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가장 저렴한 발사 비용은 ㎏당 약 1500달러(약 220만원) 수준이다.


거대한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려면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거나, 대형 위성을 제작해야 한다. 이 역시 비용과 직결된다. 구글은 100킬로와트(㎾)급 위성으로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용량을 재현하려면 1만개의 위성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하고, 긴 지연 시간 없이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쓰임을 다한 위성 잔해물을 회수하는 방법도 논의돼야 한다. 위성이 수명을 다했을 때 떨어지게 하는 추진기관을 갖추도록 하거나, 중·고궤도로 보내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상용화되는 시점은 2030년대 중반쯤으로 예상된다. 김성수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22일 “지구와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주 환경을 버텨야 하는 것”이라며 “태양풍이나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충격을 받으면 데이터들이 일시적으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김혜지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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