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행 앞두고…대만식 ‘약사 직접 배송’ 모델 주목
인건비 문제가 난관

정부가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에 착수한 가운데, 제한적 약 배송 방식을 운영 중인 대만의 사례를 참고한 ‘약사 주도형 약 배송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에 앞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보건의료계와 산업계 단체를 분리해 복수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의 논의 결과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하위법령 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지역 약국 소속 약사가 약 배송을 신청한 거동 불편 환자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처방 의약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약사는 배송 과정에서 환자의 건강 상태와 복약 이행도를 확인하고, 현장에서 대면 복약지도를 함께 실시한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마무리 과정에서 대만식 약 배송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약사가 환자를 직접 확인한 뒤 의약품 관리와 복약지도를 수행함으로써, 배달원을 통한 단순 배송 방식보다 의약품 오남용 위험을 낮추고 환자별 맞춤형 복약 안내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대만식 약 배송 방식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와 약사사회 모두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비대면진료 관련 규정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약 배송 대상 환자는 △도서·산간 거주자 △거동 불편자 △법정감염병 확진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환자 특성에 맞춘 복약지도의 중요성이 크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대만식 약 배송 방식은 오배송 우려 없이 환자에게 의약품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플랫폼 입장에서도 환자 안전을 강화하려면 일반 물품 배송과 의약품 배송은 구분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약사가 직접 환자 상태를 확인하며 복약지도를 진행하면 의약품 오투약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 가정을 방문해 다제약물 관리와 건강 상담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만큼, 대만식 약 배송 방식은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해 추진할 만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약사가 직접 환자에게 의약품을 전달하는 약 배송 방식이 주목받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는 장애물로 지적된다. 특히 비수도권이나 무약촌 지역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있더라도 약을 직접 전달할 약사가 부족해 제도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 중심 약 배송 방식을 도입하려면 인건비와 수가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 적정 수준의 보상안을 마련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약 배송 방식에 대한 논의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배송은 당분간 논의 대상에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진다. 비대면진료 본사업을 먼저 시행해 제한적 약 배송의 효과와 한계를 검증한 뒤 추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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