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교육통합 분노하는 대전·충남교육계 “원점 재검토해야”

전희진 2026. 1. 22.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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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공무원 노조 “논의 철저히 배제”
교육감들 “교육계, 주체로 참여해야”
교육환경 달라 특정지역 쏠림 우려
“행정은 광역화, 교육은 밀착형 필요”
대전·충남 지역 4개 교사·공무원 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2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손팻말을 든 채 행정통합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과 교육단체 의견을 배제한 졸속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 곳곳에서 권역별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의 대전·충남 행정통합 제안, 지난 16일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안 발표 이후 통합 논의는 탄력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행정통합을 추진한 대전·충남은 행정통합 특별법을 만들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 교육계 불만은 오히려 커진 모습이다. 통합 논의에서 교육주체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에선 행정통합 특별법에 교육자치 분야가 포함돼 있는데도 교육청 등 교육주체들과 별도의 논의가 없었다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양 지역의 교육환경에 대한 이해와 숙의 없이 통합을 빠르게만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 “통합 논의 배제됐다”

지역 교육계는 교사·교육공무원·학생·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통합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동안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통합을 두고 다양한 논의 과정을 거쳤지만, 어디까지나 시와 도 중심의 논의일 뿐 정작 교육계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는 것이다. 교육계와의 충분한 의견 교환이 없었다는 것은 곧 정치 논리에 따라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대전교사노조와 대전시교육청공무원노조, 충남교사노조와 충남도교육청노조는 최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논의 중인 통합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교육청과 교육단체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한 채 교육을 지방정부의 하위 부속물로 종속시키려는 시도이며, 명백한 교육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과 학부모, 교육가족뿐 아니라 일반 국민조차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통합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교육재정의 불안정과 행정 체계의 혼란, 운영의 자율성 침해는 결국 아이들의 학습권 피해로 직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도 행정통합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과제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교육계가 통합 논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 가치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며 교육자치 관련 사항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행정통합 과정이나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나 도와 별다른 의견 교환이 없었다”며 “교육자치와 관련된 부분은 우리와 협의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대전시 등은 각 교육청에 행정통합 관련 자료를 충분히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으로부터 의견을 접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교원단체·노조 등과의 개별적인 논의나 의견 접수는 원칙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대전시 행정통합TF 관계자는 21일 “관련 단체가 기관마다 수백 개에 달한다. 교육 관련 단체는 교육청 소관인 만큼 교육청 내부에서 의견을 취합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역별 제각각인 교육 현안

지역 교육계는 무엇보다 대전과 충남의 교육환경이 구조적으로 달라 통합이 실현돼도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구현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했다. 대전의 경우 신도시 학군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과대·과밀학급 문제, 원도심과 신도시의 교육격차, 학교 간 경쟁 등이 과제이다. 충남은 당장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충남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일반 초·중·고교 728곳 가운데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255곳으로 나타났다. 1학년 신입생이 1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16곳에 달했다. 각 시·군별로도 도농격차가 심각해 교육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최재영 충남교사노조 위원장은 “충남은 현재 작은 학교의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아이를 키울 최소한의 조건인 학교가 무너지면 읍·면 지역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게 된다”며 “행정통합이 되면 효율성을 빌미로 학교 통폐합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충남에 있는 소규모 도시들은 유령마을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또 “통합이 된다면 교육정책이 현장 상황보다 효율성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도 학생 수에 맞춰 배분될 가능성이 있다”며 “농어촌 학교는 한 반에 학생이 5명 이하인 곳도 많아서 도심지역 학교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제각각인 교육환경과 교육정책은 교사나 공직자들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역별 교육환경에 대한 교육감들의 이해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각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교육전문가들이 교육감에 출마, 권역 특성에 맞는 공약을 내놓고 이를 실현해 왔다. 양 지역의 교육이 통합될 경우에는 특정 지역에 지원책이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도의 행정통합 여부와 관계 없이 대전·충남 교육감 출마예정자 7명은 최근 복수 교육감제 유지를 위한 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대전과 충남은 인접해 있어도 교육 여건과 과제가 서로 다르다”며 “극명하게 다른 두 지역의 현안을 단 한 명의 교육감이 관장하는 것은 어느 한 지역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통합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광역화가 목적일 수 있지만, 교육은 지역별 특성에 부합하는 밀착형 교육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글·사진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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