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투자로 4조… 스페이스X로 주목받는 ‘야성의 투자자’

“어떤 미친 사람이 4000억원을 그 당시 스페이스엑스(X)에 넣겠나. 박현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평가다. 일찌감치 스페이스X에 투자해 수조원대의 차익 실현 가능성을 만들어 놓은 박 회장은 남다른 선구안이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증시 상장 기대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페이스X 투자는 ‘기념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투자 기회가 많았지만, 박 회장처럼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했다”며 “야성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 글로벌 증권시장의 최대 이슈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IPO다. 연내 뉴욕증시 상장이 예정돼 있다. 2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현재 기업가치는 8000억 달러(약 1200조원)에 육박해 글로벌 비상장사 중 최고 수준이다. 최대 1조5000억달러(약 2200조원)의 기업가치로 상장해 300억달러(약 44조57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의 역대급 상장을 보며 투자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선구안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한다.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 주도로 2022~2023년 스페이스X에 2억78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했다. 2022년 첫 투자 당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270억 달러(약 186조원)에 불과했다. 2023년 두 번째 투자 당시엔 1370억 달러(약 201조원)였다. 만일 스페이스X의 증시 상장 목표 가치가 현실화할 경우 10배 이상 평가이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금투업계 대표 ‘월급쟁이 신화’다. 1997년 6월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나와 자본금 100억원으로 미래에셋을 창업해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을 일궈냈다. 오너십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금투업계인에게는 ‘제2의 박현주’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메리츠자산운용과 한양증권을 연달아 인수한 KCGI(강성부 펀드)가 대표 사례다.
박 회장이 1998년 12월 출시한 국내 첫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는 그의 투자 감각을 대중에게 알린 사례다. 당시 국내 금융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로 투자심리가 냉각 상태였다. 하지만 박현주 1호는 1999년 12월 9일 만기 청산까지 최종 수익률 95%를 기록했다. 1년 만에 원금을 두 배 가까이 불려준 이 펀드는 신생 소규모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지도를 높였다.
그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도 두각을 나타냈는데, 동물적인 감각만으로 이뤄낸 성과는 아니다. 2006년 중국 상하이 푸둥의 대형 빌딩(현 미래에셋상하이타워) 인수 딜을 따내기 위해 숫자가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로 했다. 박 회장과 함께 일했던 한 측근은 “박 회장이 상하이 빌딩 인수를 위해 마오타이주를 50병이나 먹으면서 중국인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렸다”며 “상하이에 수많은 빌딩이 있지만, 외국인이 주인인 곳은 박 회장이 산 그 빌딩뿐”이라고 말했다.
성공 가도만 달린 건 아니다. ‘인사이트펀드’는 박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다. 박 회장은 2007년 10월 글로벌펀드로 불리는 인사이트펀드를 야심작으로 내놨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증시가 급락했다. 중국 투자 쏠림도 패착으로 작용했다.

박 회장의 숱한 투자 성공과 실패 이면에는 ‘강력한 오너십’이 자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인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 때문에 수년 후를 기약하며 막대한 자금을 불확실한 해외 투자에 묶어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패해도 다시 기회가 있는 오너십이 없다면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월급쟁이 사장이었으면 한 번의 실패로 나락을 갔을 수 있다”며 “실패도 많았지만 굴하지 않더라. 지금도 영어로 된 투자 제안서를 쉼표 하나까지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도 나온다. 박 회장은 친족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며 2016년부터 글로벌전략가(GSO)로서 회사의 해외 사업 전반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각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수립했다. 박 회장은 글로벌 투자 경험과 모험자본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의 민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귀여운 AI 캐릭터가 슬쩍 제품 노출… 광고 새 트렌드로
- “집값, 세금으로 잡는 건 마지막 수단… 현실적 공급안 발표”
- 몸값 오르는 현대차그룹… 상속세 부담도 커진다
- 트럼프 “그린란드, 미국만이 지킬 수 있어…무력 사용은 안 할 것”
- 李대통령 “환율 떨어질 것 예측”…발언에 장중 1460원대로 급락
- “LTV 정보교환 담합”… 공정위, 4대 은행에 2720억 과징금 폭탄
- ‘인구 3만8000명’ 괴산에 지난해 방문객 1161만명
- 아파트 단지로 파고든 변종 성매매 업소…경찰, 6명 입건
- ‘또 관세 위협’ 트럼프에 피로감…나스닥 2.39% 급락 마감
- 부천 금은방 강도살인범 ‘김성호 머그샷’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