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진짜성' 회복과 '공간 민주주의'

김진애 2026. 1. 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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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공간 민주주의]

'K-민주주의'는 우리 공간 곳곳에도 스며들어야 한다. 바로 '공간 민주주의'다. 내 것이자 우리 것이라는 '주인의식',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 '함께성', 서로의 선을 이어주는 '관계성', 미래를 같이 만드는 '참여성', 그리고 그 공간의 가치를 찾고 높이는 '진짜성'. 공간 민주주의의 다양한 의미를 우리 공간에 실현하여 이 시대의 삶을 풍부하게 하고 싶다. <기자말>

[김진애 기자]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복귀가 임박한 지난해 12월 21일 종로구 청와대에 경찰이 외곽을 점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짜성'을 체감하는 공간

공간 민주주의의 최고봉은 바로 그 공간의 '진짜성(authenticity)'을 찾는 것이다. 모든 공간에는 진짜성이 숨어 있다. 그것을 찾아 걸맞은 이름으로 불러주며 아끼고 가꾸면서 마음속 공간이자 실제 쓰는 현실 공간으로 키우는 것이 공간 민주주의 실현의 최고 수준이다.

청와대 복귀는 바로 이 공간의 진짜성을 다시 찾은 일이다. 공간 민주주의의 최고 수준을 이루었다. K-민주주의 파워를 전 세계인들에게 체감케 한 국민과 그 개념에 이름을 붙여준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 복귀하며 공간 민주주의 가치도 실현한 것이다. 용산 대통령의 3년 흑역사를 마치고 되찾은 진짜성이라 그 의미는 한층 커졌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피지배적 심리를 드러내며 당선 열흘 만에 용산 이전을 발표하고 청와대에 한사코 안 들어갔던 윤석열. 청와대에서 밤을 보내면 무슨 저주라도 받는다는 그 누군가의 주술적 가스라이팅에 속았던지, 밖에서 멋대로 돌아다닐 핑계를 찾았던지, 각종 사업 먹잇감을 찾았던지, 이 모든 동기가 합해졌던 건지도 모른다. 공약도 아니었던 느닷없는 용산 이전에 국민 선택권은 부정되었고,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에 흠이 났고, 국방 관련 기능 연쇄 이동에 안보 전선이 흔들렸고, 용산의 서울 미래 잠재력 실현에도 장애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었고, 군부와 가깝게 지내면서 친위쿠데타라는 만용에까지 이어졌다.

공간에 대한 선택은 이토록 중요하다. 개인의 공간은 물론, 공공 공간 특히 국가적 공간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이 청와대에 들어갔더라면 청와대가 품고 있는 국가 시스템의 정통성과 위엄과 절도와 전통이 윤석열까지도 다소 순치시켰을지도 모른다.

윈스턴 처칠 수상이 런던 폭격에 파괴된 하원의 재건을 주창하는 연설에서 "우리는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라 했던 명언은 공론장 재건의 가치를 설파하며 공간이 사람과 사회의 의식과 무의식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했던 말이다. 공간을 잘 만들고 잘 쓰면 우리의 정신력이 튼튼해지고 생활에 건강과 평화가 찾아오고 영혼도 맑아질 수 있다. 물론 쓸데없는 짓을 할 위험도 줄어든다.

청와대라는 공간의 의미

청와대 공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역사성뿐 아니라 오래된 서울의 역사성을 안고 있다. 고려 시대부터 남경으로 썼고, 조선시대에 정궁으로 설정한 경복궁이라는 명당에 속한 공간이다. 비록 일제강점기의 훼손을 거치고 독재 시대의 경무대라는 아픈 역사를 품고 있지만 그를 딛고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우뚝 선 공간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양대 성공을 이끌었고 이제 진짜 선진국으로 뛰어오르며 그 상징성이 더해질 것이다.

청와대는 세계의 공간이기도 하다. 어느덧 세계적 브랜드가 된 이름이 '블루하우스(Blue House)'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예찬하던 공간이자 온 세계 정상이 만든 장면이 깃들었고, 남·북한 갈등과 화해를 오가는 장면까지 청와대발 뉴스가 전 세계에 타전된다. '블루하우스'로 구글링을 하면 수십만여 기사가 나온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국가적 브랜드다. 요즘은 화이트하우스만큼이나 지명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 공간으로서의 실제적 이점도 훌륭하다. 안보적으로 탁월한 입지다.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도시가 전개되는 형국은 안보 면에서 또한 전통적 공간 개념에도 부합하고, 또한 바쁜 서울의 일상적 기능을 덜 방해한다. 서울 한가운데 용산으로 이전해서 얼마나 교통을 마비시켰으며, 그 억지를 한사코 보호하려다가 이태원 참사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는가?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라고? 퀴퀴한 고리짝 시대의 말이다. 바야흐로 온라인, 라이브 시대다. 국민과의 소통은 청와대 회의, 국무회의를 라이브로 보여주는 소통이 이루어지는 시대 아닌가? 대통령이 어떤 인물과 어떤 손님과 만나고 일하는지가 손바닥에서 보인다. 대통령이 그럴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청와대는 직·주 근접 또는 직·주 통합의 공간으로서 24시간 일하는 대통령의 소명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우리가 잠들어 있어도 누군가 깨어있어 나라의 돌발 위기에 대응하고 온갖 갈등과 소요를 치유하고, 사랑방(영빈관과 상춘재)을 이용하며 이동시간을 아껴 일하라는 뜻이다. 보안 완벽한 공간에서 숙면하고 밝은 안색과 힘찬 목소리로 나라의 아침을 열라는 뜻이다.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청와대를 '공개 관람'으로 돌릴 때, 일제가 창경궁을 동물원·식물원으로 개조했던 '창경원' 만행이 떠올랐다. 궁궐을 국민에게 개방한다는 허울좋은 핑계로 식민 통치의 본질을 호도하고 유희로 조선인을 농락했던 그 기만적 행위, 생각할수록 치가 떨린다. 잊지 말자, 그 만행을!

그러나 청와대 건축 공간은...
 지난해 7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화상 연결로 지역 언론사 기자가 질문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 공간의 입지적 훌륭함에 비해서 솔직히 건축 공간은 꽤 미흡하다. 노태우 정권이 만든 마스터플랜은 의전과 보안에 치우쳐서 대통령을 본관에 고립시키고 비서진을 여민관으로, 기자들은 춘추관으로 분리해버렸다. 국빈 만찬과 기자회견을 하는 영빈관도 따로 있고 관저도 마치 섬처럼 홀로 떨어진 형국이다(<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다산초당, 2019). 직무 생산성을 높이려고 이재명 대통령이 안 그래도 비좁은 여민관에 일상 집무실을 만들어야 할 정도다.

대통령 업무보다 의전, 접근성과 관계성보다는 통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청와대는 고칠 데가 수두룩하다. 대통령-비서진-기자진이 비좁더라도 맞부닥치며 일할 수 있는 공간 환경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잘 알려졌듯이 백악관은 대통령이 집무하는 웨스트윙에서 북적북적 프레스룸까지 같이 일하고, 이스트윙에는 퍼스트레이디 집무실이 있고, 위층에는 아예 관저까지 같이 있다. 아예 직·주 복합이다.

지금 세종시에 제2청사를 지으려 설계경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전체가 움직일지는 개헌 여부에 달려 있지만 제2청사의 상징성도 만만치 않다. 부디 '관계성'과 '함께성'이 좋아서 일이 잘되고, 관료가 아니라 국민의 '주인의식'을 높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설계경기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행정 편의적 방식이 아니라 국민의 진정한 '참여성'을 높이는 방식을 고민하기 바란다. 제 2청사 공간의 '진짜성'이 무르익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마음이 절로 우러나올 만한 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공간 민주주의는 일상의 민주주의다

공간 민주주의란 말이 어려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K-민주주의, 경제민주화보다 외려 더 쉬운 개념이다. 왜? 우리의 모든 일상이 공간에 담기고, 일상 공간에서 24시간 365일 체감될 때 민주주의가 사람들 마음 속,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관청에서, 주민센터에서, 광장에서, 가게에서, 쇼핑몰에서, 직장에서, 작업장에서 말이다. 우리는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다시 우리를 만든다. 주어는 '우리'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진애는 도시계획박사이며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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