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이어간 '우정', 이렇게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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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기자]
방학이면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1994년 2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만들어진 계 모임이다. 졸업 후 각지로 발령 나면 만나기 어려울 테니 돈으로 강제해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얼굴 보자는 게 모임의 취지였다. 당시 모임을 주도한 친구는 같은 과였던 여학생 중에 두리뭉실하게 어울릴 것 같은 친구들로 계를 만들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계모임을 제안 받은 친구가 다른 한 명의 가까운 친구를 데려오는 방식으로 여섯 명의 친구가 모인 계모임 '육각형'이 꾸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계모임과 함께 각자 결혼했고, 아이를 낳아 길렀고, 대학까지 보냈다. 오십 고개에 이르면서 부모님과 이별하는 슬픔도 함께하고 있다. 해외여행도 함께 3번이나 다녀왔다. 1년에 많아야 2번 만나는데 32년 전이나 지금까지 여전한 것도 달라진 것도 있다. 눈가에 주름이 늘었고 처진 피부, 기미 등을 슬퍼하다가 받아들이는 나이가 됐고 성격은 둥글둥글해졌다.
사실 젊은 날의 우리는 생각이 다르고 취향도 달라 삐걱거리기도 했다. 잠시 모임이 멈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날 자신의 주장이나 취향도 친구들 앞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과 취향, 사는 방식이 다 달라도 그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이다. 달라서 더 재미있고 더 소중함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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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드뮤지컬 공연장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극장 밖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찍었다. |
| ⓒ 이정미 |
공연 당일, 같이 출발하기로 한 친구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점심 약속에 맞춰 11시 부산행 버스를 탈 계획이었는데 표가 모두 매진되어 가장 빠른 것이 12시란다.(친구는 터미널에서 나는 그 버스가 지나는 길목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로 약속했었다.) 1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친구는 집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는데 잘못 타서 다시 내려 택시를 탔다며, 오늘 일진이 안 좋다고 했다. 다른 두 친구는 부산에 오는 1시간 20분 동안 서서 왔고, 또 다른 친구는 기차가 연착되어 고생했다. 주말에 부산에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그렇게 생쇼(?)를 한 후 극장에 도착했다. 여섯 명이 함께 관람하기 위해 3층 R석을 구했다. 무대와 거리가 멀어 제대로 관람할 수 있을지, 한글 자막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을 나누고 있는 사이 막이 올랐다. 화려하고 신비로움이 가득한 무대, 배우들의 역동적인 춤과 돋보이는 가창력,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노래 가사들과 감동적인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졌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에 초연됐다. 그러니까 20년 넘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뮤지컬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재해석 했다기에 막연하게 어린이 대상 뮤지컬인가 생각했는데 전달하는 메시지가 깊었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모두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외모 지상주의와 편견', '다른 눈으로 본다는 것' 등 여러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체제에 순응하면 '선'이 되고 체제의 불의에 반하면 '악'이 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지난한 삶에서 알 수 있듯이, '선'을 선택했는데 '고통'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관계적 동물인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라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변화할 수 있는 생명이 우리 '취약한' 인간이 아닐까. 그렇기에 뮤지컬 속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처럼 서로를 더욱 아름답게 완성하는 존재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우리, 꼭 방학이 아니더라도 좋은 공연 있으면 자주 같이 보러 가자."
"같이 공연 보는 거 너무 좋아. 모두, 같이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 발견하면 카톡에 올려주기."
공연을 보고 친구들과 나눈 대화다. 30년 넘게 서로의 좋은 일은 축하하고 슬픈 일은 함께 울며, 이렇게 공연을 같이 보고 함께 밥을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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