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내디딘 첫발,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HOF의 꿈은 언제쯤?

이준목 2026. 1. 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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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선정 기준 까다롭기로 유명, 득표 자체로도 의미

[이준목 기자]

 추신수가 프로야구 SSG 랜더스 은퇴 전 마지막 타석에 나서면서 인사하고 있다
ⓒ SSG 랜더스
'한국야구의 전설' 추신수가 한국인 메이저리그(MLB) 도전사에 또 하나의 의미있는 이정표를 수립했다. 한국인 역대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아래 HOF) 후보에 선정된 데 이어 첫 득표까지 성공한 것이다. 비록 예상대로 명전 입성과 후보 자격 유지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인 선수가 아직 도달하지 못했던 첫 발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1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2026년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추신수는 이번 투표에서 처음으로 후보 자격에 포함됐고 총 425표 중 3표를 획득, 0.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진출했다. 수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2005년 메이저리그에 첫 데뷔했다. 이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볐다. 타고난 선구안과 정교한 방망이를 앞세워 빅리그에서도 인정받는 호타준족의 외야수로 성장했다.

추신수는 통산 16시즌간 1652경기 타율 .275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출루율은 커리어 통산 .377에 이르렀다. 전성기에는 3시즌 연속 20홈런-20도루(20-20)를 해냈고, 2018년에는 텍사스 구단 기록인 52경기 연속 출루를 세우며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2021년에는 KBO리그로 돌아와 SSG 랜더스에 입단하며 4년간 더 활약한 뒤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비록 미국 시절 음주운전 과오, 텍사스와의 FA 대형계약 이후 극심한 부진 등으로 아쉬움도 남겼지만, 그래도 추신수가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야수중 최고의 선수였다는 사실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선수로는 스즈키 이치로가 유일... 3표 득표만으로도 의미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미국 야구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수, 감독, 심판, 야구 관계자들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야구 박물관이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후보 심사와 투표를 거쳐 명예의 전당 입회자가 결정된다.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이상 뛰었고 은퇴한 지 5년 이상 넘어야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려면 BBWAA 투표인단 투표에서 75% 이상(올해는 425표중 319표)을 득표해야 한다. 첫 도전에서 하한선인 5%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한 선수들은 이후 후보 자격조차 탈락한다.

누적 기록을 충족하거나 레전드급 성적을 기록해도 약물복용 등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은 명전 후보에서 제외당하기도 한다. 그만큼 선정 기준이 어떤 리그나 종목보다도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명전은 그동안 한국인 선수들에게는 닿기 어려운 꿈의 무대였다. 역대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그이자 아시아 통산 최다인 124승을 거둔 '코리안특급' 박찬호,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2회 우승을 차지한 김병현 같은 전설들도 후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여 투표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특히 한국인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도전의 선구자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빅리그 누적기록도 뛰어난 박찬호의 후보 누락은, 미국 현지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대목이다.

추신수는 한국인 선수로서 최초로 공식 후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5%의 하한선을 넘지못하여 첫 해에 후보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그 까다로운 BBWAA의 심사를 통과하여 실제 득표까지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족적을 인정받았다고 할만하다. 추신수는 이전까지 한국인 선수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에 첫 발을 내디딘 개척자가 됐다.

이미 추신수에게 명전 투표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댈러스 스포츠' 소속 제프 윌슨 기자는 "언젠간 한국 선수가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고 추신수는 개척자로 언급될 것이다. 투표할 이유가 충분했다"라고 밝힌바 있다.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는 외야수 출신 카를로스 벨트란(푸에르토리코)과 앤드류 존스(네덜란드)가 입회에 성공했다. 벨트란은 총 358표를 얻어 득표율 84.2%, 존스는 333표를 기록하며 득표율 78.4%를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이견의 여지없이 인정받는 레전드임에도 벨트란은 4수, 존스는 무려 9수만에 간신히 입성에 성공했다.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후보 자격을 얻은 선수 중에 후보 자격 유지 하한선 5%를 넘긴 선수는 추신수의 텍사스 시절 동료 콜 해멀스(23.8%)가 유일했다. 추신수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맷 켐프, 헌터 펜스, 릭 포셀로(이상 2표) 알렉스 고든, 닉 마카키스(이상 1표)등은 추신수보다 낮은 득표를 기록했고, 지오 곤잘레스나 다니엘 머피처럼 아예 한 표도 얻지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추신수의 3표가 결코 저평가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아시아 선수중 명전 입성에 성공한 선수는 지금까지 일본인 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유일하다. '타격천재' 이치로는 지난해 1월 득표율 99.75%(394표중 393표)로 만장일치에 단 한표가 모자란 압도적인 득표로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이치로 외에는 노모 히데오(득표율 1.1% 6표), 마쓰이 히데키(0.9%, 4표)가 각각 후보까지는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아시아에서 이치로 다음으로 다음 명전 입성이 확실시되는 것도 역시 일본인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0순위로 거론된다. 30대 초반으로 아직 커리어 중반을 지나는 현역 선수임에도 양대리그 합계 MVP 4회, 투타 겸업, 50-50(홈런-도루) 달성 등, 역대급 활약을 선보이며 앞으로 10시즌만 채운다면 만장일치 입성도 가능할만큼 이미 명전행을 일찌감치 예약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메이저리그에서 15시즌을 활약하며 올스타 5회, 다승왕 등의 업적을 남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역시 입성은 몰라도 명전 후보에는 충분히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하다.

한국인 선수중 추신수에 이어 명전에 입후보할만한 다음 선수는 류현진(한화 이글스) 정도가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1시즌을 활약했고 2019년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 2020년 사이영상 투표 3위 등의 업적을 남겼다.

다만 잦은 부상으로 총 승수가 78승에 불과하고 각종 누적 기록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에 사실상 명전 입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중 선수로서의 고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추신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은 높다.

현재는 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송성문 등의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있다. 한국인 선수들은 과거 1세대처럼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직행하여 마이너리그를 거치기보다, KBO리그에서 프로경력을 거쳐 포스팅이나 FA를 통하여 20대 중후반에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게 일반적이다. 박찬호, 추신수처럼 일찍 빅리그에 데뷔하여 명전 후보가 될만한 누적 기록을 쌓기가 쉽지않은 이유다.

물론 이치로나 오타니도 자국리그를 거쳐 MLB에 데뷔한 사례지만 이들은 빅리그에서도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역대급 선수들이기도 하다. 과연 한국야구도 언젠가 명전에 당당히 입성할 레전드가 등장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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