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1) 지아조토의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아다지오
지난 3년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빨리, 속성으로 위로만 오르려고 했던 우리 네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선한 목적이라면 어떤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해도 괜찮다는 논리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사는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기본적인 문제까지 들고 나오는 사람도 생겼다. 양 옆, 좌우를 돌어보니 훌쩍 혼자서나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 그동안 미루고 못했던 공부를 뒤 늦게 시작하는 사람, 자신의 재산 모두를 털어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연금으로 사는 사람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들어보면 삶에 대한 마음가짐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한다. 또한 시간의 속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말한다. 비록 학위를 못 딸지라도, 비록 주위에서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비록 내일 다시 팬데믹과 비슷한 상황이 올지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으니 만족하더라고 했다.
음악에서도 이와 비슷한 뜻의 음악용어가 있다. 아다지오(Adagio)다. 정확하게 이태리어의 의미는 '편안하게, 느긋하게, 언젠가 찾아올 안식'으로 영어의 'At ease'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음악에서는 빠르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느리다'는 음악 용어 중 안단테(Andante)와 라르고(Largo)의 중간에 해당하는 용어로 조용하고 느리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안단테는 왠지 조용히 노래하듯 느린 음이고 라르고는 편안함을 넘어서 갚은 안식으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그에 비해 아다지오는 별 생각없이, 내일의 걱정없이, 편안하고 느긋한 느낌의 느림이다. 아마 클래식을 많이 들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또는 실내악 중에서 대부분 2, 3악장에 해당하는(간혹 1악장도 있지만)아다지오의 수려함과 조용하고 깊은 우아함에 흠뻑 빠졌던 기억을, 그리고 마침내는 그 악장에 매료되서 몇 번을 연거푸 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음악에서 아다지오라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곡이 알비노니 주제에 의한 아다지오 또는 현을 위한 아다지오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만 알려져왔던 이 곡의 작곡가는 이태리의 음악학자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 1910-1998)다. 지아조토는 알비노니의 작품목록을 만들고 그의 전기를 쓰며 알비노니를 연구하던 사람으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드레스덴의 한 도서관에서 거의 다 훼손된 알비노니의 교회 소나타를 발견하게 된다. 악보에는 베이스 성부와 주요 선율 몇 마디 밖에 없었지만 지아조토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넣어 나머지 부분을 완성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1958년도에 '알비노니 주제의 현과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라고 발표하게 된다.
베네치아 출신으로 바로크 후기 시대에 속하는 토마소 알비노니는 바흐나 헨델과는 달리 부모로부터 많은 재산을 이어 받아 부유한 환경에서 여행을 즐기며 음악생활을 했던 작곡가다. 또한 알비노니는 오보에의 독주 악기 가능성을 알아 보고 오보에 협주곡을 가장 처음 작곡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곡은 아다지오가 의미하듯,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에 비감(슬픔)을 나타내는 G단조로 올갠의 엄숙함과 한번씩 가슴을 치는 피치카토의 음으로 시작한다. 그 후 유려한 바이올린의 오르 내리는 아다지오는 달리 어떤 표현도 필요없이 그저 음악 속에 푹 파묻히게 되는 곡이다. 아마 한국인 중에 이 곡을 최애의 곡으로 꼽는 사람도 여러 명 있을 정도로 우리 귀에 착 감기는 음률의 곡으로 요즘엔 관현악으로도 편곡되어 연주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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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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