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수고 영하 10도에 반나체로 끌고 나왔다"…美 ICE 과잉 집행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이민 단속을 둘러싼 과잉 집행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장한 ICE 요원들이 귀화 시민권자의 자택에 강제 진입해 반나체 상태로 체포·구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연방 법원과 행정부 간 갈등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거주하는 충리 타오(56)는 전날 ICE 요원들이 총을 들고 자택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와 자신에게 수갑을 채운 뒤, 반바지와 크록스 차림 그대로 집 밖 눈밭으로 끌고 나갔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세인트폴의 기온은 영하 10도였다.
타오는 라오스 출신 몽족으로,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1991년 시민권을 취득한 귀화 미국 시민이다. 그는 “체포 이유에 대한 설명도, 신분증을 가져올 시간도 주지 않았다”며 “네 살 손자가 덮고 있던 담요로 몸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ICE는 차 안에서 지문과 얼굴 사진을 채취한 뒤 몇 시간 만에 그를 풀어줬지만, 구금 사유는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는 담요를 두른 채 수갑이 채워진 타오가 눈발이 날리는 거리로 끌려 나오는 모습이 담겼고, 이를 본 이웃 주민들은 차량 경적을 울리며 항의했다. 타오 가족은 성명을 통해 “불필요하고 굴욕적이며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남긴 사건”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미 국토안보부(DHS)는 성범죄 전과가 있는 불법 체류자 2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DHS는 “해당 주소에서 수배자를 수사하던 중, 현장에 있던 미국 시민이 지문 채취와 얼굴 인식을 거부해 일시적으로 구금됐다”며 “수배 대상자와 인상착의가 유사했고, 작전 현장에서 모든 인원을 확보하는 것은 안전을 위한 표준 절차”라고 밝혔다. DHS는 또 도주 중인 수배자들이 라오스 출신 불법 이민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오 가족은 “문제의 인물들은 현재 이 집에 거주하지 않으며, 가족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미니애폴리스 일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국토안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작전’이라며 미네소타 지역에 ICE 요원 약 3000명을 투입했다. 이후 지난 7일 ICE 요원의 총격으로 30대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경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이에 대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민주당 소속 미네소타 주지사와 폭력 시위대를 비판했다. 놈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법 집행 작전을 방해한 폭력 시위대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주지사와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지 못해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차량을 무기로 사용해 요원들을 위협한 데 따른 정당방위”라고 밝혔다.
반면 사법부는 제동을 걸었다. 미네소타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16일 ICE 요원들의 보복성 체포·구금과 과도한 무력 사용을 제한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무기 조준, 위협적 체포 등이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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