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받은 허리디스크 치료, 이게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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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지난달 아내는 허리 통증 때문에 MRI를 찍었다(관련 기사 : 5개월 만에 잡힌 MRI 검사, '행운'이 된 이유). 결과는 허리디스크였다.
한국 같으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물리치료라도 바로 받았을 텐데 캐나다 의료시스템은 답답하다. '패밀리 닥터'에게 가서 소견서를 받고, 한국으로 치면 전문의인 '스페셜 닥터'를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보통 예약하고 몇 달은 기본이라 날짜를 잊고 지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정도다. 다행히 지난번 MRI 검사 때도 크게 기다리지 않았고, 이번 전문의 진료 예약 역시 운이 좋았는지 한 달도 안 되어 의사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예약 날, 아내의 통증 치료를 위해 함께 동행했다. 종합병원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진료 받을 병원은 일반 빌딩 5층에 있었다. 다행히 의사가 한국 분이라 답답함 없이 속 시원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디스크는 일을 쉬고 꾸준히 운동하며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어 옆에 있던 나에게 "남편 분이 집안일 좀 도와주시나요?" 하고 물었다. 집안일도 결국 몸을 쓰는 일의 연속이니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소리였다. 그 질문에 아내가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답했다. 아내의 그 말에 고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머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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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가 진료를 받은 캐나다 병원 진료실 모습. 한국 병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어딘가 담백한 느낌이다. |
| ⓒ 김종섭 |
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아내 양손에 말랑한 공을 하나씩 쥐여주었다. 아프면 이 공을 꽉 쥐고, 대신 소리는 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주사가 얼마나 아프길래 맞기도 전부터 공까지 줘가면서 그럴까 하는 생각에 아내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실제로 주사를 맞고 난 아내는 정말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허리가 아파 겪어온 일상의 고통에 비하겠냐고 스스로 위로했다.
진료를 다 마치고 나왔지만, 캐나다 병원 어디를 가보아도 한국처럼 돈 내는 수납 창구가 없다. 진료비가 공짜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주사 비용이 꽤 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간호사에게 주사비는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간호사는 "별도의 주사비나 시술 비용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 맞은 주사약과 앞으로 두 번 더 맞을 분량까지 총 3개의 주사약을 약국에서 직접 사다가 다음 예약 날짜에 병원 오실 때 채워 넣어주시면 됩니다"라며 처방전을 내밀었다.
병원 찾는 일 늘어난 요즘
진료비와 주사를 놓는 비용 전액 무료이지만, 정작 몸속에 들어가는 주사약 값만큼은 환자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게 이곳의 규칙이었다. 이날 맞은 주사약을 다시 채워 넣고, 앞으로 남은 두 번의 치료에 쓸 약까지 미리 준비하기 위해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섰다. 만약 다음 예약 때 상태가 좋아져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어진다면, 사 온 약은 병원에 맡겨두었다가 나중에 몸이 안 좋을 때 맞으면 된다고 하니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들어 몸 이곳저곳이 아픈 데가 늘어나 병원 찾을 일이 자꾸 늘어난다. 돈도 돈이지만, 역시 몸이 아플 때는 병원 문턱이 낮은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다 보니 문득 한국 살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젊어서 그랬는지 산부인과나 애들 어릴 적 가벼운 진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 말고는 병원을 갈 기회가 없어 병원 귀한 줄 모르고 살았나보다.
가끔 몸이 아프면 문밖만 나서면 병원이 널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간절해진다. 캐나다는 응급 상황이 아니면 예약 기다리다가 진이 다 빠지니, 아프면 고민부터 깊어지는 게 이민 생활의 현실이다. 그래도 이날 만난 한국인 의사의 따뜻한 잔소리와 아내 손에 쥐어졌던 공 두 개를 떠올리며, 오늘은 저녁 설거지를 위해 고무장갑을 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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