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받은 허리디스크 치료, 이게 달랐습니다

김종섭 2026. 1. 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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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는 전액 무료, 주사약은 직접 구매... 아내를 위한 의사의 따뜻한 조언을 실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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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지난달 아내는 허리 통증 때문에 MRI를 찍었다(관련 기사 : 5개월 만에 잡힌 MRI 검사, '행운'이 된 이유). 결과는 허리디스크였다.

한국 같으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물리치료라도 바로 받았을 텐데 캐나다 의료시스템은 답답하다. '패밀리 닥터'에게 가서 소견서를 받고, 한국으로 치면 전문의인 '스페셜 닥터'를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보통 예약하고 몇 달은 기본이라 날짜를 잊고 지내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정도다. 다행히 지난번 MRI 검사 때도 크게 기다리지 않았고, 이번 전문의 진료 예약 역시 운이 좋았는지 한 달도 안 되어 의사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예약 날, 아내의 통증 치료를 위해 함께 동행했다. 종합병원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진료 받을 병원은 일반 빌딩 5층에 있었다. 다행히 의사가 한국 분이라 답답함 없이 속 시원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디스크는 일을 쉬고 꾸준히 운동하며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어 옆에 있던 나에게 "남편 분이 집안일 좀 도와주시나요?" 하고 물었다. 집안일도 결국 몸을 쓰는 일의 연속이니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소리였다. 그 질문에 아내가 "남편이 많이 도와준다"고 답했다. 아내의 그 말에 고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머쓱해졌다.

아내 손에 쥐여준 공 두 개
 아내가 진료를 받은 캐나다 병원 진료실 모습. 한국 병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어딘가 담백한 느낌이다.
ⓒ 김종섭
의사는 통증을 줄여주는 재활 주사를 맞아보겠냐고 물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번 맞으면 적게는 서너 달, 길게는 1년 넘게도 통증을 잊고 살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체질에 따라 별 효과를 못 보는 사람도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내는 한국 방문할 때마다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아 '뼈 주사'라고 말하는 주사를 맞아본 적이 있어 "많이 아픈가요?" 하고 물었더니, 의사 선생님은 "보통 주사보다 훨씬 아픕니다"라고 했다.

잠시 후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아내 양손에 말랑한 공을 하나씩 쥐여주었다. 아프면 이 공을 꽉 쥐고, 대신 소리는 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주사가 얼마나 아프길래 맞기도 전부터 공까지 줘가면서 그럴까 하는 생각에 아내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실제로 주사를 맞고 난 아내는 정말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허리가 아파 겪어온 일상의 고통에 비하겠냐고 스스로 위로했다.

진료를 다 마치고 나왔지만, 캐나다 병원 어디를 가보아도 한국처럼 돈 내는 수납 창구가 없다. 진료비가 공짜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주사 비용이 꽤 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간호사에게 주사비는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간호사는 "별도의 주사비나 시술 비용은 없습니다. 다만 오늘 맞은 주사약과 앞으로 두 번 더 맞을 분량까지 총 3개의 주사약을 약국에서 직접 사다가 다음 예약 날짜에 병원 오실 때 채워 넣어주시면 됩니다"라며 처방전을 내밀었다.

병원 찾는 일 늘어난 요즘

진료비와 주사를 놓는 비용 전액 무료이지만, 정작 몸속에 들어가는 주사약 값만큼은 환자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게 이곳의 규칙이었다. 이날 맞은 주사약을 다시 채워 넣고, 앞으로 남은 두 번의 치료에 쓸 약까지 미리 준비하기 위해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섰다. 만약 다음 예약 때 상태가 좋아져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어진다면, 사 온 약은 병원에 맡겨두었다가 나중에 몸이 안 좋을 때 맞으면 된다고 하니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들어 몸 이곳저곳이 아픈 데가 늘어나 병원 찾을 일이 자꾸 늘어난다. 돈도 돈이지만, 역시 몸이 아플 때는 병원 문턱이 낮은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다 보니 문득 한국 살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젊어서 그랬는지 산부인과나 애들 어릴 적 가벼운 진료를 위해 다니던 병원 말고는 병원을 갈 기회가 없어 병원 귀한 줄 모르고 살았나보다.

가끔 몸이 아프면 문밖만 나서면 병원이 널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간절해진다. 캐나다는 응급 상황이 아니면 예약 기다리다가 진이 다 빠지니, 아프면 고민부터 깊어지는 게 이민 생활의 현실이다. 그래도 이날 만난 한국인 의사의 따뜻한 잔소리와 아내 손에 쥐어졌던 공 두 개를 떠올리며, 오늘은 저녁 설거지를 위해 고무장갑을 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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