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변질된 복음, 소음은 아닐까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홍해가 갈라지던 순간이나 오병이어로 5000명을 먹이시던 그곳에 가고 싶다. 또 가고 싶은 곳은 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을 초연하던 1824년 5월 7일(금요일) 케른트너토르 극장이다. 그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장면을 재현한 영화가 ‘카핑 베토벤’(아그네츠카 홀란드, 2007)이다.
교향곡 9번 합창은 베토벤(에드 해리스)이 완전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쓰였다. 그러니까 베토벤은 세상의 소리가 아니라 오로지 하늘의 소리만으로 이 곡을 쓴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곡인 9번 합창을 작곡한 뒤 그가 죽기 직전까지 음악이 바뀐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용하던 음악이 아니었다. 합창을 만든 이후 현악4중주 제12번 Eb 장조 No.1을 시작해서 1827년 3월 26일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집중해서 다른 형태의 곡들을 작곡하는데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들이다. 이 곡들은 불협화음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연속성을 가진 까닭에 초연됐을 때 청중은 이해하지 못했고 평단은 그 곡들에 대해 혹평했다.
왜 이런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영화 속의 가상 인물이지만 베토벤을 도와 악보를 정리해주던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역시 그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악장이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죠”라고 묻는다. 그때 나온 곡이 현악 4중주곡 제14번 C#단조 op.131이었는데 베토벤이 이렇게 대답했다. “끝나지 않아. 계속 흐르는 거지. 시작과 끝의 개념은 잊어버려…. 성장할 뿐이지. 1악장이 2악장이 되는 거지. 각 악장이 죽고 새로 태어나는 거야.”
끝나지 않는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은 끝나지 않는 음악이었다. 이렇게 베토벤은 죽기 직전 곧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끝나지 않는 음악을 작곡했다. 하나님은 베토벤이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까지 영감을 주셨다. 그가 끝나지 않는 음악을 작곡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처럼 끝나지 않는 이유는 설명했듯이 하나님 때문이다. 하나님은 끝나지 않는 분, “영원하신 하나님”(사 40:28)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품은 자들은 베토벤처럼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요한복음은 우리가 믿을 때 영생(the everlasting life) 곧 영원성을 지닌 존재, 끝나지 않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 말을 듣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겼느니라.”(요 5:24)
이처럼 영원하신 하나님을 품기 때문에 이 세상을 살지만 하나님 나라를 사는 초월적 태도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러한 영원성은 사라진 채 이 세상에 집착하는 크리스천과 목회자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놀랍게도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이 세상 이야기가 전부이다. 베토벤의 음악으로 표현하면 음악이 끝나버린 것이다. 세상을 넘어서는 초연한 믿음은 사라지고 이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끝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게 영원을 품은 크리스천과 목회자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교회가 세상과 비슷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 속에서 안나 홀츠가 베토벤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가 창가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상한 일이었다.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에 매우 격하게 피아노를 치며 작곡해야 했다. 그래서 무척 시끄러웠던 까닭에 안나 홀츠가 그 할머니에게 왜 이사를 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할머니의 대답이 의외였다. “이사? 난 베토벤의 옆집에 살아. 누구보다도 먼저 작품을 듣는 걸. 심지어 초연 전에 말야. 비엔나의 모두가 날 질투할 걸. 7번 교향곡 때부터 계속이라오.”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우리 소리에 귀를 막는 것 같다. 우리 소리가 아름다운 복음이 아니라 세상화된 복음, 그저 소음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정완 꿈이있는교회 목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 미션에 접속하세요! 어제보다 좋은 오늘이 열립니다 [더미션 바로가기]
- 디지털 주보·다회용품·새활용… “쓰레기 제로” 깃발 든 교회
- 다시 일어선 아들, 사명 세운 아버지… 고난은 부르심 됐다
- ‘핏빛 박해’ 시리아 12계단 급등… 북 23년째 1위
- “예수 그립지만 교회는 두려운 청년 위해… 장벽 허물었죠”
- 초등교 공사판 되자… 이웃 교회가 문을 열었다
- 신입생 유치 사활건 신학대… 자유 전공·실무형 교육·AI 유료 계정 ‘손짓’
- “골목 버거집 주방은 목양실”… 몽골유학생 사역이 익는다
- “140년 건너 살아난 조선 선교사들 뜨거운 청춘 이야기 보여줄 것”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