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린란드 야욕에 유럽 '160조 보복관세' 만지작…"대화가 먼저" 트럼프 달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유럽연합(EU)이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약 160조원에 달하는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위협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EU 주요 회원국들이 930억 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미국 기업의 EU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십 년 내 대서양 관계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라면서다. 해당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는 FT에 “(트럼프가) 마피아 같은 방식을 계속 쓴다면 분명한 보복 수단이 있지만, 공개적으로 진정을 촉구하며 트럼프가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해온 유럽 8개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을 상대로 2월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보복 관세'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의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AFP·DPA 통신 등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유럽 주요국 정상과 접촉하고 있으며 ACI 발동을 공식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ACI는 제3국이 EU나 회원국을 상대로 징벌적 관세와 같은 경제적 위협을 가할 시 대응하고자 도입된 조치다. 관세 부과,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 서비스 접근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적용할 수 있다. 사실상 ‘유럽 시장 퇴출’로 볼 수 있어 2023년 도입된 이래 한 번도 발동된 바 없다.
다만 FT는 “회원국 다수가 ACI 검토에 찬성했지만, 직접적인 보복을 가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먼저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미국에 맞불을 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추가 관세가 실현될 경우 독일을 비롯해 미국에 다양한 품목을 수출하고 있는 8개국이 입을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문제다.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 같은 유럽 전역의 미군 기지 사용을 제한하거나 종료하는 방안도 있지만, 역시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킬 수 있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그린란드와 북극 지역의 안보 상황을 논의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나토 동맹국들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당분간 미국의 향후 행보를 살피겠다는 의미다.

독일은 앞서 그린란드로 파견한 병사 15명을 이날 본국으로 복귀시켰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토 동맹과 유럽 방위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유럽은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 또한 유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U는 22일께 27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중재할 인물로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거론된다. 독일 슈피겔은 “유럽 정상들은 멜로니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여긴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요나스 가르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에게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불발된 것을 그린란드를 통제할 명분과 연결짓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1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이 불발돼 더는 순수하게 평화만을 생각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에서 “우리가 그린란드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권을 가지지 않는 한 세계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정부가 아닌 노벨위원회가 결정하고,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라는 점에서 분노가 엉뚱한 곳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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