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당께" 아령이면 어떻고, 덤벨이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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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기자]
언제부터인가 앓는 소리를 달고 사는 나를 발견했다. 고작 계단 몇 칸에도 금세 숨이 차오른다. 대책이 필요했다. 본격적으로 PT를 받아볼까 고민하던 중, '체력증진교실'이라는 펼침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바로 저거야!"
전문가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을 절호의 기회였다. 군산 국민체력인증센터 3층에서 진행하는 시니어 수업은 벌써 4기째라고 했다. 운동 처방사들이 기본 동작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기 때문에 오래 다니신 분도 꽤 있는 듯 했다. 연배가 있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 얼굴들에는 세월의 흔적보다 설렘이 먼저 보였다. 배움 앞에서 나이는 힘을 잃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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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평생 배운다고 했던가. |
| ⓒ andreastuart on Unsplash |
"준비물 : 요가 매트, 물, 수건, 그리고 덤벨"
덤벨이라구? 집에 있는 것은 아령 뿐인데 어떡하지. 다음 날 아침, 급한 마음에 조금 일찍 센터 1층 사무실로 향했다.
"혹시 덤벨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잠시 후 직원이 내민 것은 아령이었다.
"저는 아령 말고 덤벨이 필요해서요."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아령이랑 덤벨은 같은 거예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머쓱함을 밀어내며 황급히 문을 나왔다. 진짜 소동은 수업 시간에 벌어졌다. 준비 운동을 마친 처방사가 물었다.
"덤벨 다 가져오셨죠? 혹시 안 가져오신 분 계신가요?"
그때 내 뒤에 계시던 분이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아령밖에 없는디!"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처음에 몰랐당께! 고놈이 고놈인것을."
누군가의 정겨운 외침에 민망함은 금세 사라지고, 강의실은 언니 동생 같은 훈훈한 공기로 채워졌다. 나도 슬쩍 뒤를 돌아보며 속삭였다.
"사실 저도 몰랐어요."
같은 초보끼리 마주 보며 또 한 번 웃었다. 우리는 처방사의 구령에 맞춰 가슴 위로, 어깨 위로 아령을 들었다 내렸다 했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보태지자 동작은 한층 더 절도 있고 활기차졌다. 집에 돌아와, 덤벨의 어원을 찾아보았다. 소리가 나지 않는 종이란 뜻이 들어 있었다. 사람은 평생 배운다고 했던가. 나는 또 하나를 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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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력증진 교실 홍보 펼침막 |
| ⓒ 최혜정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익숙한 것들과 헤어지고 낯선 것들과 만나는 과정의 연속이다. 운동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처방사의 입에서 나오는 '덤벨'이니 '인치웜'이니 '사이드플랭크'니 하는 용어들은 평생 '아령'과 '앉았다 일어나기'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참으로 생경하기만 하다.
그날의 운동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모른다고 말할 수 있었던 우리였다. 그렇게 낯선 것을 마주할 때 쫄지 않고 당당하게 부딪치리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건 다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즘도, 아령 또는 덤벨을 들 때마다 그날의 소동이 생각나 미소 짓는다. 시니어들의 열정과 순수한 눈빛을 떠올리며 갖가지 동작을 연습해본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근육은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다. 멈추지 않고 배우는 사람의 근육처럼.
아령이면 어떻고 덤벨이면 어떠리. 우리는 지금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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