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행·역주행 인권위 2년, 의결안건 3분의 2토막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재임 동안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의 의결 안건 수가 이전 5개년과 비교해 3분의 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 국면을 전후해 인권위가 각종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면서, 본래 역할인 인권침해 사건 심의·의결 기능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단 지적이 나온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개년(2024·2025년) 동안 재상정 안건을 제외한 전원위 의결 안건 수는 평균 25.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5개년(2019~2023년) 평균 35.8건과 비교해 3분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재상정 안건을 제외한 상임위 의결 안건 수 역시 평균 35.5건으로 이전 5개년 평균 54.6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의결 안건 수 감소 추세는 2021년부터 시작됐는데, 인권위는 내부적으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한다.

전원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인권위 모든 위원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권 정책과 법·제도 개선 사안을 심의·의결한다. 상임위는 보다 실무적인 성격을 띠는데, 전원위 상정 전 사건을 심의하거나 일반적인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룬다.
같은 기간 재상정된 안건 수도 크게 늘었다. 최근 2개년 전원위에 재상정된 안건 수를 단순 합산하면 78건으로,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개년의 재상정 안건 수를 전부 합한 것(29건)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또 지난해 기준 상임위 재상정 안건 수는 30건으로, 2019년 이후 최대였다. 그해 의결된 안건의 약 40%가 재상정 안건이었던 셈이다.
인권위 내부선 "김용원 거부권 행사가 원인"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임기가 2024년 9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최근 2년 의결 안건 수가 줄어든 것을 위원장 책임으로만 볼 순 없다"며 "재상정 안건이 많은 것도 숙의민주주의 차원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려 고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의 잦은 거부권 행사 역시 원인으로 거론된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 B씨는 “김 상임위원 취임 후 안건 의결이 확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거부권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 아예 안건 상정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안건 의결, 채 해병 사망사건 관련 박정훈 대령의 긴급구제 신청 각하 등을 주도해 논란에 중심에 섰던 인물로 오는 2월 5일 임기가 만료된다.
김 상임위원은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각 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상임위원으로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오히려 이충상 상임위원 등의 공석에 민주당이 1년 넘게 위원을 임명하지 않고 있는 점이 안건 의결을 위축시킨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서미화 의원은 “제 기능을 상실한 인권위를 정상화하기 위한 입법 개혁안들이 이미 발의된 만큼, 국회가 이를 조속히 심사해 연내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아미·문상혁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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