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개정 알고 PGA 감상하자 [정현권의 감성골프]

그해 7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나오픈 마지막 날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좋은 곳에 옮겨 치기) 규칙을 착각한 탓이다. 골프장에 폭우가 퍼부은 다음 날로 코스 상태가 매우 나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번 홀(파4)과 10번 홀(파4)에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한다고 고지했다. 이 경우 보통 LPGA투어에선 1클럽 길이 이내에 공을 옮겨 놓고 치도록 한다.
이런 로컬 룰이 적용된다는 고지를 스코어 카드를 나눠주거나 대회 게시판 혹은 해당 홀 티잉 마크 옆에 이중삼중으로 빈틈 없이 한다. 그런데 리디아 고는 코스 전체에 적용되는 줄 알고 3번, 7번, 9번 홀에서도 공을 옮겨 놓고 경기를 진행했다.
리디아 고는 11번 홀에서도 이 룰을 적용 받으려고 공을 집어 들었다가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하고 원래 자리에 놓고 쳤다. 이로써 앞서 3개 홀에서 규칙 위반에 따른 2벌타씩 6벌타에다 11번 홀에서 공을 이유 없이 집어 올린 1벌타로 모두 7타를 잃었다.

이를 복수 위반에 대한 단일 벌타 원칙이라고 한다. 가령 잘못된 장소에서 드롭한 공으로 샷을 하면 △잘못된 드롭 2벌타 △그 장소에서 플레이 2벌타를 합하면 4벌타인데 실제론 2벌타만 적용한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리디아 고는 이날 무더기 벌타로 전날 공동 24위에서 공동 65위로 경기를 끝내고 말없이 골프장을 떠났다. 초일류 선수가 당일 로컬 룰을 착각해 벌어진 참사다.
이보다 더한 사례도 있다. 2016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이토엔 레이디스 대회 첫날 우에하라 아야코는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착각해 무려 68벌타를 받고 한 라운드에서 69오버파 141타를 기록했다.
69타가 아니라 69오버파라는 거의 전무후무한 성적이다. 사연인즉 공을 집어서 닦고 원래 자리에 놓고 치도록 한 로컬 룰을 착각해 무심코 보통 때처럼 한 클럽 이내에 옮기고 쳤던 것이다.
골프 진행의 대원칙은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경기한다는 것이다. 단 악천후로 도저히 경기를 제대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에선 예외를 적용한다.

골프 본산 스코틀랜드 날씨가 좋지 않은 겨울철에 적용하려고 만든 동계 규칙(winter rule)에서 온 예외 조항이다. 이는 공을 집어 닦은 다음 원래 위치에 다시 놓고(replace) 쳐야 하는 클린 볼(lift and clean ball)과는 다르다.
둘을 잘 구별해야 불상사를 면한다. 또 프리퍼드 라이 규칙도 당일 대회 조직위원회가 정하는 로컬 룰에 따라 세부 규정이 달라 자칫하면 무더기 벌타를 받기에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이 프리퍼드 라이 규칙에 따른 구제 구역이 올해부터 기존 한 클럽 이내 거리에서 스코어 카드 한 장 이내로 좁혀진다. 아직도 골프대회에선 종이 스코어 카드를 사용하는데 한 뼘 남짓 구제 거리가 얼마나 도움되는지 모르겠다.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에 따르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경우 16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소니 오픈부터 이 개정 룰이 적용됐다. 구제 범위가 원래 공이 있던 자리에서 46인치(약 117㎝)에서 11인치(28㎝) 이내로 제한된다.
또 공이 움직인 사실을 모르고 샷을 하면 2벌타에서 1타로 줄어든다.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단 점에서 선수 책임을 경감한다는 취지다.

그린 근처에서 스프링클러는 물론 다른 움직일 수 없는 인공 장애물이 있어도 추가 구제를 받는다. 이로써 움직일 수 없는 인공 장애물 범위가 마이크 구멍 등까지 확대된다.
경기 도중 심각하게 손상된 클럽은 자기 골프백에 있는 부품으로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동안 선수들은 라운드 도중 손상된 클럽을 수리하려면 누군가 라커룸으로 가서 다른 부품을 가져와야 했다.
앞으로는 골프백에 여분의 클럽 헤드를 넣고 다니다가 클럽이 손상되면 교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규칙 개정을 알고 PGA 경기를 감상하면 이해하는데 도움될 듯하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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