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차 책방지기가 말하는, 읽는 재미를 뺀 책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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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그 독후감 마지막 문장 '사랑은 아름다운 거야'를 잊을 수가 없네요. 사랑은 아름다운 걸까요?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에서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메모나 편지뿐만 아니라 영수증, 책갈피, 껌종이, 우표, 가정통신문, 현금까지 갈피 속에 들어있죠. 그걸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따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책갈피에 관한 이야기는 써 보고 싶습니다. 400여 개쯤 책갈피를 모았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품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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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사랑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사람이든 일이든 물건이든, 뭐라도 좋아 죽겠다는 사연은 항상 들을 때 흥미진진하다. 조경국 작가의 신간 <책, 읽는 재미 말고>를 읽으며 혼자 실실 웃었다. 이 책은 내게 책이 좋아 죽겠다는 사랑 이야기로 읽힌다. 뭐든 지나친 것은 저어할 그가 "좋아 죽겠다"는 표현에 손사래 칠지는 모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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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국 작가와 비실이 『책, 읽는 재미 말고』 본문 하단은 책과 고양이를 플립북 효과로 즐길 수 있는 깨알 재미가 있다. |
| ⓒ 조경국 |
"표지에 고양이가 들어간 건 내용 중에 반려묘 비실이가 등장하는 사진이 있는데 그걸 보고 아마 디자이너와 편집자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작가 나쓰메 소세키 기념관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도 있고요. 표지뿐만 아니라 본문 하단에 고양이와 책이 등장하는 깨알 같은 플립북 효과도 있으니 책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도 하나 더 즐겨 주세요."
- 제게 작가님은 필사, 책방, 일기, 책 정리 같은 키워드와 함께 떠오릅니다. 책 관련한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끊이지 않고 풀리는 것이 놀랍고요. 이번엔 책을 읽는 재미 말고 달리 향유할 재미를 스무 가지나 풀어놓으셨네요.
"저의 경우엔 읽으려고 사는 것보다 책이란 물건 그 자체가 좋아서 사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합니다. 예뻐서 사고, 다시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 사고, 선물하기 위해 사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걸 보아서 사고(최근 드라마 <콘크리트 마켓>에서 만화 <고우영 삼국지>(문학동네)가 나오는 걸 발견했어요), 재밌을 것 같아서 사고... 그렇게 책이 쌓여 가더군요. 정신 차리고 보니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었고요. 벌써 14년 차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파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책을 팔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니까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 좀 사세요.(웃음)"
- 여러 재미 중 하나만 꼽아 보신다면? 독자님을 위해 한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역시나 다른 서점에 놀러 가는 게 가장 재밌죠. 어느 도시에 가든 그곳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점이나 헌책방에 가보려고 합니다. 현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도 좋죠. 책방지기님들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렴한 숙소부터 맛집, 외지인이 모르는 멋진 곳을 소개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책도 살 수 있고요.
재미를 하나 더 꼽는다면 오탈자 찾는 재미죠. 독자님들께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이 책에서도 저의 실수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재미를 드리기 위해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탈자 찾아내는 재미' 편을 보시면 현재 제 심정이 어떨지 짐작하실 것 같아요."
- 글과 함께 삽입된 다양한 자료 사진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귀한 사진, 재미있는 사진, 신기한 사진… 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책장 사이에서 발견한 어느 아이의 독후감을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며 그야말로 '빵' 터졌습니다.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꼭 103쪽의 독후감 전문을 읽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독후감 마지막 문장 '사랑은 아름다운 거야'를 잊을 수가 없네요. 사랑은 아름다운 걸까요?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에서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메모나 편지뿐만 아니라 영수증, 책갈피, 껌종이, 우표, 가정통신문, 현금까지 갈피 속에 들어있죠. 그걸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따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책갈피에 관한 이야기는 써 보고 싶습니다. 400여 개쯤 책갈피를 모았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품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 질문, 책이 그렇게 재밌고 그렇게 좋습니까?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 하나만 자랑해 주세요.
"책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건, 너무나 만나고 싶은 사람이 남긴 유전자이기 때문이죠. 움베르토 에코와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대담을 담은 <책의 우주>(열린책들)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인간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자식을 낳거나 책을 쓰는 것이라고 했어요.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인간이 만든 것 중 책만큼 생명력이 긴 물건이 있을까요. 그걸 사서 모으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책방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책을 사게 만드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하나 이 책을 읽으며 확신한 것이 있다. 이 책은 이미 책방으로 이끌려 들어가 책을 사고 있는 이, 읽는 것 말고 책의 다른 재미를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는 이들까지 사로잡아 함께 키득이게 할 거라는 말이다.
재미도 가득하지만, 애서가로서의 내공이 엿보이는 책과 책방에 관한 기록의 향연이기도 하다. 책은 물론 책 세상을 전방위로 즐길 책이 나왔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을 읽는 재미 말고 나의 또 다른 재미는 뭘까 생각해 보았다. '오홋! 하는 재미'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는데 책을 읽으며 '오홋!' 하며 밑줄 긋는 재미라고 할까. 마지막으로 그렇게 '오홋!' 하며 밑줄 그은 문장을 옮긴다.
"잠시 편집자나 번역자, 작가의 자리에서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고민한다. 원래 문장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책의 소유권은 독자인 나에게로 넘어왔으니 이 책을 완성하는 건 내 몫이다." - <책, 읽는 재미 말고>,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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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는 재미 말고 조경국 지음(유유, 2025) |
| ⓒ 김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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