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돌봄도 병원 밖까지… 소아암 환자 위한 ‘산타’ 될 것”

이정헌 2026. 1. 1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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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정낙균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장
정낙균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초대 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정 원장은 “어린이병원의 소아 중증·희귀질환 진료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권현구 기자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 중의 필수의료로 불린다. 저출생·고령화 구조 속에서 아이는 줄어들고, 난도 높은 의료 행위와 의료사고 부담, 충분치 않은 보상 등을 이유로 젊은 의료인들 사이에선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꺼리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인력난에서 비롯된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등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익숙한 풍경이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성모병원은 지난달 23일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을 개원했다. 기존 소아청소년센터의 지위를 한 단계 높여 중증·희귀·난치성 소아 진료를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재정비에 나선 것이다. 가톨릭 교계에서 어린이의 수호성인이자 산타클로스의 모태가 된 ‘성 니콜라오(영어명 성 니콜라스)’의 이름을 인용했다.

지난 7일 초대 병원장을 맡은 정낙균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외래 진료실에서 만났다. 아이들과 보호자로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한 진료 대기실에선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번갈아 들렸다. 정 원장은 “우리 병원이 아픈 아이들을 위한 커다란 선물이 됐으면 한다”며 “아이와 가족 전체가 함께 회복할 수 있는 전인적 치료를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을 개원하게 된 배경은.

“원내 소아청소년센터에서 소아전문병원으로 한 단계 승격시키려는 취지다. 소아암, 희귀·난치성질환, 신생아·미숙아, 소아 중환자 등의 고난도 치료와 함께 미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맡으려고 한다. 소아청소년과 세부 분과 전문의 51명, 15개 다른 과목 전문의 23명이 소속돼 있다. 아픈 아이들에게 더 신뢰감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전인적 관점의 소아 의료를 지향한다고 했다.

“병원 밖 외래·가정·지역사회로 치료와 돌봄을 확장하는 것이다. 소아중증·희귀질환 환아에겐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고, 입원·외래 모든 과정에서 다학제 진료와 돌봄도 제공돼야 한다. 가령 키가 크고 사춘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거나 항암 치료가 이뤄지면 호르몬 부족 등으로 내분비 진료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평생 가져가는 희귀·선천성 질환에는 정서적인 돌봄도 꾸준히 필요하다. 환아 가족의 사회·경제적인 상황도 파악해 도움도 줘야 한다.”

-환아와 가족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뭔가.

“일정한 사이클에 따라 잘 굴러가던 일상이 절단, 단절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 아이를 전담 간병하기 위해 한쪽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잦은 외래·입원을 경험하는 환아는 진학·진급, 또래 관계에서 부적응이 생긴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부터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환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기간을 힘들어한다.”

-이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건가.

“소아청소년완화의료팀 ‘솔솔바람’에선 환아의 심리적 지지, 개인 맞춤형 돌봄을 맡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담 간호사, 사회복지사뿐 아니라 성직자, 미술·음악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아이를 면담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아이의 상태를 살펴 필요하면 적정한 약도 쓴다. 병원 안에 가령 임종 환아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면 보호자들도 돌봄 대상이 된다. 소아혈액종양병동에 설치된 라파엘어린이학교에선 교육 수업도 이뤄진다. 강남교육청과 협약을 맺은 덕분에 정규 교과 과정으로 인정받는다.”

-최근 소아암 발생 추이는 어떤가.

“소아암 환자 중에서 가장 많은 병이 백혈병으로 30% 정도 차지하고 뇌종양, 림프종, 고형암 등 순서다. 그래도 15세 미만 소아암 환자 1300여명 중 80% 정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치료 종결, 이른바 ‘완치’가 된다. 매년 완치되는 아이들이 1000명 정도 누적되는 셈이다. 여기에 소아암 발병률은 일정한 반면 출생률은 낮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아암 환자는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소아 환자가 줄더라도 의료진은 항상 필요하지 않나.

“인력난이 있다. 의원급에선 소아청소년과 전공과 임상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정작 개원가에선 자신의 전문 과목과 무관한 성인 진료를 보는 것이다. 이는 인구 요인이 크다. 수도권 외 지역에선 인구도 줄고 고령화됐다. 소아 환자가 없으니 개원할 수도 없다. 같은 이유로 지역의 대학병원에서도 중증·희귀·난치성 소아 관련 인력난을 겪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라는 건가.

“중증 환아일수록 세부 분과 전문의가 필요하다. 신장 투석을 하려면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내시경을 하려면 소아소화기영양분과 전문의, 환아의 심폐기능을 일시적으로 도와주는 체외순환을 하려면 소아흉부외과·중환자 전문의가 필요하다. ‘소아’자가 들어가는 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최근 5년 사이 24시간 소아응급 진료가 가능한 곳도 절반 정도로 줄었다. 작년 하반기에 소아청소년과 모집 인원이 770명이었는데, 지원율은 13.4%(103명)에 그쳤다. 이러다 ‘씨가 마르겠다’고 하는 세부 분과 과목도 있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우리 병원에선 전체 약 1300병상의 10분의 1을 소아청소년과에서 쓰고 있다. 1, 2차 의료기관에서 의뢰를 받은 환아와 8개 부속 병원에서 전원되는 중증 환아를 보려면 추가 인력·시설 확보가 필요하다. 일단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에 포함돼 안정적인 지원을 받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 이번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개원 역시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소아 중증·희귀질환 진료 역량을 강화하려는 병원 내부의 확실한 투자 의지를 보여줬다고 본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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