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개입한 베선트… 원화 더 떨어지면 美 ‘관세 효과’ 감소

이누리,양민철,이가현 2026. 1. 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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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가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핵심 광물 재무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의 외환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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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시장 안정 이례적 언급
연 200억 달러 대미투자 차질 우려
환율·무역협상 다목적 포석 분석
스콧 베선트(가운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가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핵심 광물 재무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15일 미 재무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의 외환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까.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이 노리는 관세 효과가 떨어진다. 미국 입장에서도 불리한 전개가 펼쳐지는 상황이다. 원화 약세는 한국이 약속한 연 200억 달러의 대미투자 이행 속도를 늦추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요컨대 표면적으로는 “외환시장의 안정”을 주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환율·무역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의 이례적인 구두개입은 자국의 이익을 고려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원화 약세 국면은 미국의 관세 효과에 악영향을 준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관세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했을 때 이를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방법”이라며 “가령 15% 관세를 매겨도 원화 가치가 15% 떨어지면 달러 표시 가격이 내려가 관세 효과는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연간 2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속도 조절’ 명분으로 쓰일 수 있다. 이 또한 미국 정부가 원치 않는 전개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경우, 대미 투자를 추진 중인 국내 기업들이 투자 집행 속도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환율 상승으로 투자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불어나게 되면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낼 명분이 생긴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김 명예교수는 “원화 약세를 펀더멘털 불일치로 규정해 환율 핑계로 투자를 늦추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인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지영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미 재무부 측에 ‘외환시장 변동성과 불안이 커지면 대미투자 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꾸준히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가 원활히 진행될 것이며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이 심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도 했다.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베선트 장관은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는 엔화에도 우려를 표출해 왔다. 지난 12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을 만나서도 “과도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일 양국은 대표적 대미 무역 흑자국이자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한 국가들이다. 양국의 통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베선트 장관의 이례적 구두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로 전환할지는 미지수다. 한·미 통화 스와프와 같은 극단적 대응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이는 미 재무부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d)의 권한이라는 한계도 있다. 대미 투자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구조적 상황에서는 당국의 인위적 개입만으로 환율 상승 압력을 억누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이누리 양민철 기자, 이가현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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