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2000안타' FA, 강민호·최형우 웃고 손아섭 우는 이유

케이비리포트 2026. 1.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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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00안타+' 리빙 레전드 FA들의 엇갈린 운명... '통산 안타왕' 손아섭 외면받는 이유는?

[케이비리포트 기자]

 FA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KBO 통산 안타왕 손아섭
ⓒ 한화이글스
과거 KBO리그에서 마흔살 안팎의 선수에게 FA 계약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40대에 현역으로 뛰는 선수조차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스토브리그(2025~2026)는 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베테랑 재평가의 장이었다. '에이징 커브'라는 단어가 단순히 생물학적 나이로만 재단할 수 없는 개념이 되었기 때문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43세 최형우(삼성)가 2년 26억 원, 41세 강민호(삼성)가 2년 20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를 증명했고 2025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38세 김현수(KT/ 통산 2532안타)는 3년 50억 원(전액 보장)의 잭팟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바야흐로 '슈퍼 베테랑' 전성시대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같은 시대를 풍미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라는 평가를 받던 '안타 제조기' 손아섭(38)에게 이번 겨울은 유독 춥고 가혹하다. 40대 선배들이 20억대 계약을 서로 축하하며 우승을 목표로 내세우는 사이, 통산 2618안타로 KBO 안타왕인 손아섭은 해를 넘기고도 FA 미계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을까?

'장타 실종' 코너 외야수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좋은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한 40대 최형우와 강민호
ⓒ 삼성 라이온즈
9년 만에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한 최형우(통산 2586안타)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결정력을 갖춘 지명타자다. 2025시즌에도 타율 0.307, 24홈런, 86타점, OPS 0.928 승리기여도(WAR/ 케이비리포트 기준) 4.37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냈다. 나이를 잊은 최형우의 방망이는 자식 뻘인 젊은 투수들의 150km/h 이상 패스트볼을 공략해 장타를 만들어냈다.

리그 최초로 4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강민호(통산 2222안타)는 또 어떤가? 체력 부담이 큰 포수 포지션에서 타율 0.269, 12홈런 OPS 0.753 WAR(케이비리포트 기준) 2.56을 기록하며 공수를 겸비한 안방마님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뽐냈다.

반면 손아섭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2025시즌 중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된 손아섭은 총 11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8, 107안타 OPS 0.723을 기록했다. 겉보기엔 준수한 성적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손아섭의 장타율은 2023년 0.443에서 2024년 0.396, 2025년 0.371로 뚜렷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홈런은 단 1개에 그쳤다.
 FA 손아섭의 주요 타격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
ⓒ 케이비리포트
현대 야구에서 지명타자나 코너 외야수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정교함보다는 파괴력이다. 수비 부담이 적은 만큼 타석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직전 2시즌 동안, '똑딱이'(단타 전문)로 전락한 손아섭의 타격은 시장 가치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수비 이닝은 361이닝(우익수 314/ 좌익수 47)에 불과하고 전성기에 비해 수비 범위가 축소되어서 외야수라기 보다는 지명타자에 가깝다. 한화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강백호(4년 100억)를 영입하고, 거포형 외국인 타자 페라자를 재영입한 것은 손아섭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정타가 됐다.
 강백호와 페라자를 영입한 한화(출처: 2026 KBO 야매카툰 중)
ⓒ 케이비리포트/최감자
손아섭은 이번 FA 시장에서 C등급으로 분류됐다.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5억)의 150%인 7억 5000만 원만 원소속팀인 한화에 지급하면 영입이 가능하다. A, B등급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각에서는 샐러리캡 하한선 미달 위기에 처한 키움 히어로즈가 손아섭을 영입해 연봉 총액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키움이 샐러리캡 하한액을 채우지 못해 내야 할 벌금은 약 5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손아섭을 영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보상금은 7억 5000만 원이다. 여기에 선수의 연봉과 계약금까지 더하면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 냉정한 자본 논리로 따져볼 때, 키움 입장에서는 손아섭을 영입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셈이다. 허승필 키움 단장 역시 영입을 검토하지 않았고 선수 측과 접촉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현시점에서 손아섭에게 남은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원소속팀 한화와의 잔류 협상 뿐이다. 하지만 한화 구단 역시 급할 것이 없다. 이미 강백호, 노시환, 문현빈, 채은성, 페라자 등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이제 주전 보장이 아닌, 백업 경쟁부터 시작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전인미답 '3000안타' 대기록 도전, 이대로 멈추나?
 3000안타 달성까지 382개를 남겨둔 손아섭(출처: 2026 KBO 야매카툰 중)
ⓒ 케이비리포트/ 최감자
손아섭은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2618개) 보유자다. 전인미답안 3000안타 달성 까지는 382개의 안타가 더 필요하다. 대기록 달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3~4시즌은 꾸준히 출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분위기로 볼 때 손아섭이 주전 보장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한 시대를 주름잡은 스타 플레이어라도 이름값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와 효율성을 앞세운 구단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한 과거를 가진 레전드라도 한순간에 설 자리를 잃을 수 밖다. 그것이 45년차가 된 KBO리그의 싸늘한 현실이다.

[관련 기사] 갈 곳 없는 손아섭, 강민호·최형우와 왜 다를까?! [KBO야매카툰]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 KBO기록실]

덧붙이는 글 | (글: 민상현 / 김정학 기자) 스포츠 전문 필진 지원하기[ kbreport@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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