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한인 고교생 개발 의료기기, 제도권 진입 잰걸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 학생이 미국 유학 중 개발한 혁신 의료기기 시제품이 제도권 진입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주목된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포르톨라(Portola)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현주원(영문명 다니엘 현) 학생이 설립한 디에이치랩스(DH Labs)는 최근 충북 오송에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와 규제과학지원팀을 찾아 의료기기 제품화와 인허가 절차를 주제로 미팅을 진행했다.
현 학생은 임플란트 식립 각도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저비용 수술 가이드를 개발해 왔지만, 의료기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규제·인증·임상시험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번 미팅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가 장비 대체하는 의료기기 개발
제도권 진입 위한 규제·인허가 검토 착수

한국 학생이 미국 유학 중 개발한 혁신 의료기기 시제품이 제도권 진입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 주목된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포르톨라(Portola)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현주원(영문명 다니엘 현) 학생이 설립한 디에이치랩스(DH Labs)는 최근 충북 오송에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와 규제과학지원팀을 찾아 의료기기 제품화와 인허가 절차를 주제로 미팅을 진행했다. 치과 진료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바탕으로 만든 시제품이 실제 의료기기로 쓰이기까지 필요한 제도적 경로를 본격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번 만남은 아이디어와 시제품 단계에 머물던 연구가 상용화를 전제로 한 검토 단계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 학생은 임플란트 식립 각도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저비용 수술 가이드를 개발해 왔지만, 의료기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규제·인증·임상시험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번 미팅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현 학생의 문제의식은 치과 진료실에서 출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한국 아산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나눔 치과 진료소에서 이주민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치과 진료 봉사에 참여해 왔다. 접수 보조와 물품 정리, 기구 소독, 통역까지 맡으며 진료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장비 부족으로 치료가 지연되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그는 “그때는 그냥 의료기기는 다 비싼 줄만 알았다”고 회상했다.
임플란트 수술을 지켜보던 어느 날, 그의 생각은 질문으로 바뀌었다. 수술을 집도하던 치과의사가 반복적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각도를 확인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정밀하게 각도를 가이드하는 장비가 있긴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사용법도 복잡해 결국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현 학생은 아두이노(Arduino) 키트와 센서를 활용해 첫 시제품 제작에 나섰다. 아두이노 키트는 센서와 제어 장치를 손쉽게 연결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 개발 도구다. 그는 수술 부위 인근 치아에 고정한 센서와 수술 기구에 부착한 센서 간의 상대 각도를 계산해 설정된 각도에서 벗어나면 LED로 즉시 경고하도록 하는 장치를 구현했다.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임상 현장에서 반복되는 불편을 정확히 짚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발 결과는 학술 무대의 검증도 거쳤다. 현 학생은 2024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의생명공학 분야 최대 학술단체인 미국 의생명학회(BMES·Biomedical Engineering Society) 연례 학회 고교생 포스터 세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4년 학회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지난해 학회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실험 과정에서 가속도·자이로 센서를 함께 사용한 1차 모델보다 자이로 센서만 적용한 2차 모델에서 측정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점을 확인했다. 실험 환경 기준으로 각도 측정의 표준편차는 0.006 수준까지 낮아졌다. 현재 시제품은 의사가 설정한 수술 각도에서 1도만 벗어나도 즉시 경고하도록 구현됐다.
물론 초기 모델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아두이노 기반 시제품은 실제 수술에 쓰이기엔 크기와 무게가 부담이었다. 소형화와 추가 자금, 의료기기로서의 자격 확보 역시 필요했다. 이에 현 학생은 성남 하이메이커스페이스 시제품 제작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해 4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이를 핵심 부품 재설계에 투입했다. 그 결과 실제 치과용 핸드피스에 부착 가능한 소형 시제품을 완성했으며, 이 작품으로 세계발명학교엑스포(WISE)에서 은상을 받았다.
이후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업화로 옮겨갔다. 현 학생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관한 국제 청년 창업 올림피아드(IYEO·International Youth Entrepreneurship Olympiad)에 참가해 인공지능(AI) 개념을 접목한 의료기기 사업계획을 제시했고 동상을 수상했다. 기술 아이디어가 연구 차원을 넘어 사업적 관점에서도 평가받은 첫 사례였다.
또 그는 미국 UC 버클리에서 개최되는 고등학교 대상 생명공학 경진대회인 BioEHSC™(Bioengineering High School Competition)에 참가해 지난해 4월 열린 파이널 심포지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UC 버클리 생명공학 명예학회(BioEHS)가 주최·운영한다.
그러나 기술적 성과가 곧바로 제품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BioEHSC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 학생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보며 의료기기 규제의 복잡한 현실과 마주했다. 그는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에이치랩스는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와 규제과학지원팀과의 미팅을 통해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와 규제과학의 기본 구조, 향후 제품화까지 필요한 로드맵을 점검했다.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 쓰이기까지 필요한 준비 과정을 제도적 관점에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 학생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바이오신호 처리와 저비용 임상기기 설계를 중심으로 의료공학을 공부해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모든 환자에게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그는 대학에서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을 전공할 계획이다. 현 학생은 “의료기기를 만드는 과정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윤리, 안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배웠다”며 “현장에서 시작된 질문을 실제 의료 시스템 안에서 풀어낼 수 있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닷새 지나도 뭘 털렸는지 모르는 교원그룹
- 韓 당혹감 속 법적 대응 시사… 당내선 “정치력 증명해야”
- 야유 나오자 ‘가운뎃손가락’ 올린 트럼프…욕설 입모양도 포착
- 김경 ‘자수서’에 “보좌진에 1억 줄 때 강선우 함께 있었다” 주장
- 또 ‘1480원’ 위협…환율, 엔화 약세 속 열흘째 상승
- 日 “독도는 일본 땅…고문서 자료 71점 확보”
- 트럼프 “정부 기관 장악하라” 최측근은 팔라비와 회동…이란 정권교체로 기울었나
- 한동훈, ‘당게 사건’ 윤리위 제명에 “민주주의 지킬 것”
- 尹 “근현대사 가장 짧은 계엄… 망국적 위기에 국민 깨우려는 것”
- 누를 수록 뛰는 환율, 통화량 급증이 원인… 이재명정부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