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이란 반정부 시위, 정권에 충성했던 상인들은 왜?
[정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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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확산한 이란 북부 마슈하드 지역 시위 현장 모습. |
| ⓒ AFP/연합뉴스 |
미국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2,403명의 사망자를 확인했으며 이중 18세 이하가 12명이었다고 밝혔다. 익명의 이란 정부 관리도 <로이터>에 시위자와 보안대를 포함해 약 2,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다만 "테러주의자"들이 모든 죽음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인터넷을 막고 있고 외국 기자들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현장 취재와 상황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온 영상은 시위가 격렬하고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이 매우 폭력적이어서 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CNN과 BBC는 바닥에 수십 개의 시신이 담긴 검은 가방이 있고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울부짖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이란 통화인 리알의 폭락과 그로 인한 물가 인상 등으로 인해 테헤란의 그랜드바자 상인들이 가게를 닫으면서 시작됐다. 시위는 곧 31개 주 전체와 180개 도시로 번졌고 정치 변화와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이란 정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시위는 히잡 단속으로 체포된 여성의 의문사에서 촉발됐던 2022년 반정부 시위와는 다르고, 그 중심에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던 시장(bazaar) 상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상인들은 정권 및 정부 기관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의 중심 세력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이들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했다. 특히 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많은 공공 자산이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관련된 사업체들과 보니아드(Bonyad)라 불리는 준정부 종교군사 재단들에 흡수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와 주로 군대 및 보안 기관 출신들로 구성된 내각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세력을 확대했고 이는 이란 정치 경제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 결과 시장 상인들의 힘과 영향력은 쇠퇴했고 특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란 국민의 바람대로 정권 교체는 가능할까
CNN은 시위 촉발 원인에 대해 짚으며 "시장에서 식용유, 닭고기 등 기본적인 식료품값이 급등했고 일부 식품은 매대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건 이란 중앙은행이 수입 상인들에게 제공하던 환율 우대를 중단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상품 가격은 올랐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었다. 정부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한 달에 7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시위를 막지는 못했다.
암스테르담의 국제사회역사연구소의 카이한 발라드바이기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시위가 시장에서 시작됐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상인들의 충성심을 칭찬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시위 상황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메네이의 발언에 대해 "자신감이 아니라 걱정을 드러낸 것이며 시장의 공개적 저항은 이란 정권이 저지하기 어려운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부는 시장 상인들을 달래 시위를 잠재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 3일 시위 후 첫 연설에서 상인들의 우려는 정당한 것이라며 이들이 "국가의 가장 충성심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시위자들은 비난하며 그들의 배후에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메네이는 1월 9일 TV 연설을 통해서는 시위자들은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려는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11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상인들의 우려를 청취했다면서 필요한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다른 시위자들을 "폭도"로 부르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지도자와 대통령 모두 상인들에게는 유화적인 손짓을 보내고 정부를 비난하고 정권 교체를 외치는 시위자들은 "폭도"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상인과 다른 시위자들을 분리하려는 지도자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반정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폭력 진압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란 정부에 어떻게 압력을 넣어 폭력 진압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나아가 이란 국민의 바람대로 정권 교체가 가능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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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 ⓒ 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이는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을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제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시위와 정권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아니며 향후 핵 협상 등을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 교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후 협상 이점을 고려해 정권을 유지하도록 한 점은 이러한 분석의 강력한 근거가 됐다.
시위자들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무력 개입을 반길 수는 없다. 미국의 개입이 오히려 정부를 자극하고 시위대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정부와 지지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정부에 폭력 진압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명분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 정계도 군사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을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개입 또한 제한적이다. 유엔과 각국 정부들은 이미 폭력 진압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고 이란 정부에 중단을 촉구했지만 이란 정부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한 제재를 고려할 수 있지만 이미 이란은 1979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령과 인질 사태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제재, 그리고 우라늄 농축 사태로 2006년 이후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다. 유엔 제재는 2016년 1월 해제됐다가 2025년 9월 다시 시작됐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제재를 받는 국가 중 하나고 이것이 경제 상황 악화를 야기한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제재가 이뤄지면 결국 그 피해는 이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학살하는 국가에 대해 국제사회가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즉 보호책임을 가지고 개입하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R2P 원칙에 따른 개입에는 무력 개입도 포함되지만 합법성을 가진 이란 정부에 군사 개입을 하는 건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적, 정치적 개입 또한 신중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다. 여러 이유로 현재로선 이란 정부에 폭력 진압을 비난하고 중단을 촉구하는 외에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국민의 필요에 응답하는 제대로 된 정부를 원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외부의 압력이 시위대가 원하는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란 국내 사정을 봐도 정권 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외교관들에게 "폭력적이고 유혈 사태로 변한 시위가 핑계가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 발언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군사 개입 주장의 정당성을 반박했다.
이란 정부는 여러 수단으로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하고 시위 상황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친정부 시위 또한 계속되고 있다. 12일 하메네이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친정부 시위 참여자들이 "훌륭한 일을 했다"고 치켜세우며 "미국 정치인들에 대한 경고"였다고 말했다. 외부 개입설로 반정부 시위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친정부 시위를 통해 시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과 다른 시위자들을 구분하려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 또한 상인들을 달래는 정책을 통해 시위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를 잘 보여준다.
정권 교체가 가능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현재로선 영향력을 가진 야당 세력도 지도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 거주 중인 이란 마지막 황제인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의 아들인 레자 팔레비 왕자가 유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시위를 독려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폴리티코>는 그의 추종자들은 많은 사람이 팔레비 왕자 진영에 합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는 많은 이란 국민이 왕정으로의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많은 국민이 지지하는 반정부 지도자가 없는 이런 상황 또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란 국민이 원하는 건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필요에 제대로 응답하는 제대로 된 정부다. 이런 이유로 시위를 통해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을 표출했지만 정부는 폭력 진압으로 답을 대신했다. 현재 이란 국민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건 폭력 진압과 학살의 중단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단호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유효한 방법은 지속적인 보도와 세계인의 관심일 수밖에 없다. 세계 여론의 악화가 이란 정부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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