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주장한 '99만원' 지방선거 출마, 실제로 가능할까
[이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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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99만원 출마 공천 실험을 선언했다. |
| ⓒ 개혁신당 인스타그램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개혁신당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30초 분량의 해당 쇼츠 동영상은 게재 사흘 만인 지난 11일 200만 뷰를 돌파했다(13일 기준 203만 뷰). 게시물의 댓글에는 "참신하다", "나도 도전" 등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 청년 정당 미래당을 창당하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2021년 재보궐선거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청년들을 출마를 지원했던 필자 입장에서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돈이나 연줄이 없어도 마음껏 정치에 도전하고 출마했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 마음과 별개로 개혁신당의 '99만 원' 출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어 보인다. 너무나도 많은 청년들이 거대한 선거 비용의 벽 앞에서 출마를 주저했기에 현실적으로 출마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유해 본다.
이준석 대표가 말한 기탁금은 원래 0원
사실 정당들은 오래 전부터 예비 후보들에게 수백만 원의 심사비나 기탁금을 받아왔다. 이러한 정당들은 당헌·당규를 통해 당내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오래된 관례가 되었을 뿐, 정당에 기탁금을 내야 하는 이유는 사실 없다. 미래당을 포함한 몇몇 군소정당은 이미 정당 기탁금을 받지 않고 있다.
반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내야 하는 기탁금은 법적으로 필수다. 선관위에 내지 않으면 출마 자체가 무효다. 기탁금은 시·군·구 기초의원은 200만 원, 시·도 광역의원은 300만 원이다. 자치단체장부터는 기탁금이 훌쩍 뛰는데 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은 1천만 원이며, 시장·도지사급의 광역자치단체장은 5천만 원이다. 국회의원은 비례대표가 500만 원, 지역구는 1,500만 원이다. 올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면 이 돈은 무조건 내야 한다.
이준석 대표는 기탁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선관위 기탁금은 후보자 개인의 몫이 될 예정이다.
자동화된 홍보물 제작 시스템과 AI 비서... 정작 비용 드는 건 따로 있다
개혁신당은 자동화된 홍보물 제작 시스템과 AI 비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한 지원 같아 보이지만 지금도 홍보물 제작은 자동화되어있는 미리캔버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혼자서도 충분히 디자인할 수 있다.
도움을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작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건 출력비다. 선거를 앞두고 가구마다 공보물이 도착하고, 거리에는 벽보가 붙는다. 지역구에서 출마한다면 전 가구에 공보물을 발송해야 한다. 2022년 송파구 기초의원 선거를 지원했을 당시 마 선거구에 거주한 선거인수는 약 6만 명이었다. 주민들에게 공보물을 전부 보내야 하는데 프린트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
공보물은 최대 8장까지 만들 수가 있는데, 간혹 손바닥만한 크기의 공보물을 보내 화제가 되는 후보들이 있다. 성의가 없어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다.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보물 역시 보내지 않으면 후보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자 인쇄 크기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도 지난 대선 시절 공보물을 4장밖에 준비하지 못했다. 8장 만들기에는 비용이 부담됐을 것이다. 벽보는 또 어떤가. 벽보도 프린트해서 선관위에 보내야만 선관위에서 주요 골목에 벽보를 부착한다.
선거를 치르려면 후보 사무실과 선거사무원도 필요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사무원의 일당은 하루 약 10만 원. 선거사무원이 가장 적게 필요한 기초의원은 최대 8명까지 둘 수 있다. 8명씩 10만원 선거운동 기간 2주를 계산하면 이것만 벌써 1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사무실도 공짜는 없다. 사전선거운동까지 생각하면 3개월은 빌려야 하는데 서울 임대료가 오죽 비싼가.
그 밖에도 선거 유세차량, 현수막, 명함, 조끼, 식비 등을 계산하면 최소한으로 아껴도 기초의원 기준으로 4천 만원은 족히 필요하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지원할 때도 유세차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전거로 대체하고, 사무실은 최대한 작은 곳으로 하고, 디자인도 직접해 비용을 아껴봤지만 가장 많이 들어가는 건 역시 인건비, 인쇄비였다.
이준석 대표는 99만 원에 출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본인도 지난 대선 기간에 약 30억 원을 선거비용으로 썼다. 아마 아껴서 사용한 것이 이 정도였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런 현실적인 비용들을 감안했을 때 개혁신당과 이준석 대표의 99만원 출마는 과대 마케팅일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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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당은 선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제작한 홍보물을 들고, 유세차 대신 시장 카트 등을 이용해 2022년 지방선거를 치렀다. |
| ⓒ 이성윤 |
선거 때면 쏟아지는 공보물, 벽보, 현수막 등의 인쇄물들은 사실상 쓰레기 폐기물이다.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12만8천여 장. 이를 한 줄로 엮어서 이으면 총 길이는 1,281km에 달했다. 서울에서 도쿄를 잇는 길이다. 당시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방선거에서 각종 인쇄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만8285t으로 추산됐다. 불필요한 인쇄물만 줄여도 선거에서 수백, 수천만 원은 아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덤으로 환경파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현재는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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