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인중개사, 집주인이 자료 안줘도 저당권 조사해 임차인에게 설명해야"

최서인 2026. 1. 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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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밀집지역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뉴스1


공인중개사가 다가구주택을 중개할 때 임대인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더라도 선순위 채권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서 임차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선순위 임차인 7명에 밀려 보증금 못 돌려받아


A씨는 공인중개사 B씨 중개로 2020년 4월 보증금 1억1000만원에 다가구주택 한 호실을 전세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가구주택 전체에는 7억 15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이 주택에는 다른 호실이 7개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다른 호실에 선순위 채권이 있어 경매에 넘어갈 시 선순위 채권자들이 먼저 돈을 가져가게 된다고 구두로 설명했다. 설명서에는 "임대인의 자료 제출 불응으로 선순위 다수 있음을 구두로 설명함"이라고 기재됐다.

2021년 실제로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넘어갔다. 배당절차가 진행됐지만 A씨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나머지 7개 호실의 선순위 채권액이 7억4000만원으로, 이들이 먼저 돈을 받아갔기 때문이다. A씨는 보증금 1억1000만원의 80%인 8800만원을 배상하라며 공제조합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B씨가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A씨에게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A씨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위험성의 정도나 범위에 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명서에 구체적인 금액 제시 없이 막연히 선순위가 다수 있다는 식으로만 기재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는 A씨 패소로 판단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도 이미 선순위 임차인이 여럿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며 "본인의 위험 부담과 책임 하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공시되지 않는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공인중개사로서는 더 이상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이 경우 공인중개사는 제출이 거부된 사실을 고지하면 족하다"고 했다.


대법 "선순위 채권 조사·확인해 설명해야"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뒤집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B씨는 개업공인중개사로서 준수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달 4일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설명서는 임차인들의 보증금이 얼마인지, 그중 소액보증금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돼 있다"며 "설령 임대인이 관련 자료제공을 거부해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더라도 다가구주택 규모와 전체 세대 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시세 등을 확인해 다가구주택에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로서는 이미 다른 호실에 상당한 금액의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았다면 주택을 임차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얼마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확인해 의뢰인에게 성실하게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2항에 따른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 중개업자가 기존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에 관하여 어떠한 확인·설명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인 선례가 없었는데, 이에 관한 첫 판시"라고 설명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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