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선언…인간 노동의 끝이 도래했다 [CES 2026]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6. 1. 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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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하기 시작했다.”

1월 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6 기조 연설자로 등장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이다. 이날 황 CEO는 연설을 통해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발표 내내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본격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올해 CES를 차지한 키워드는 AI와 로봇, 자율주행이었다. 가전 업체는 AI와 결합한 가사용 로봇을, 자동차 업체는 스스로 운전하는 로보택시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미국 빅테크부터 중국 전자 기업까지 앞다퉈 AI와 로봇,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을 연달아 공개한 덕에 역대급 CES란 평가가 쏟아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도 신사업을 소개하며 관심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신기술의 향연으로 꼽혔던 CES 2026 현장을 매경이코노미가 4가지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다.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유려한 움직임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연합뉴스)
LG전자는 휴머노이드 ‘클로이드’를 포함한 AI 가전 솔루션을 부스로 공개했다. (LG전자 제공)
키워드 1 피지컬 AI

분야 가리지 않은 ‘로봇’ 열풍

올해 CES 2026을 상징하는 단어는 단연 ‘피지컬 AI’다. 전자, 자동차 등 산업은 물론 국적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로봇 관련 기술과 향후 사업 계획을 쏟아냈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이 직접 나서 로봇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는 등 로봇 분야서 존재감을 키워오고 있다. 노 대표는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분야는 우리에게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이다. 지난해 인수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해서 로봇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 기술과 피지컬 AI 엔진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먼저 자사 제조 거점에 개발한 로봇 기술을 활용한다는 목표다.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먼저 적용한 뒤, 얻은 데이터와 기술력을 토대로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는 다른 가전, 전자 등 빅테크 업체를 제치고 CES서 가장 뜨거운 기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로봇을 전면으로 내세운 부스 덕분이다. 제조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한 현대차는 CES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전시했다. 아틀라스는 부스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손님을 맞으며 관객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로봇이 산업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모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현대차는 스팟이 로봇 전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르빗 AI’를 활용해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점검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일상으로 다가온 로봇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가정용 홈 로봇 ‘클로이드’를 소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청소, 요리 등 가사 업무를 담당하는 로봇이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된 LG전자 HS로보틱스연구소의 첫 결과물로, LG전자가 그동안 구축해온 AI 가전의 최종 진화 형태다. 냉장고, 오븐, 세탁기 등 LG AI 가전과 연동해 사용자의 집안일 일체를 담당하는 일종의 ‘집사’다. 현장서 LG전자는 클로이드가 아침 식사 준비, 세탁 후 빨래 정리 등 집안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시연, 관람객과 미디어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LG전자 가전사업부는 클로이드를 포함한 AI 기술 도입을 통해 ‘가사 노동 해방(제로 레이버 홈)’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 현장용 AI 로봇 ‘스캔앤고’로 CES AI 부문 최고혁신상,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협동로봇 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을 결합한 산업용 AI 로봇이다. 대형 구조물 형상을 스스로 인식하고 최적의 작업 경로를 생성, 검사, 샌딩, 그라인딩 등 작업을 자동 수행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해당 로봇 상품 정식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도 보행보조장치 ‘WIM’으로 잘 알려진 국내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 로봇 구동 부품 생산 업체 에스비비테크 등도 참석해 기술을 선보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기계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하기 시작했다”며 본격적인 피지컬 AI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알파마요’ 공개로 자율주행 SDV 대전이 불붙었다는 평가다. 사진은 일렉트로비츠가 공개한 SDV 솔루션 모습. (일렉트로비츠 제공)
키워드 2 자율주행

엔비디아 진출 선언…불붙는 SDV 대전

로봇만큼 주목을 받은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자사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언급한 덕이다. 반도체 거물 엔비디아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장 진출을 선언, 자율주행 판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황 CEO는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특별 연설에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AI 모델인 알파마요를 공개했다. 발표 현장은 공식 개막 하루 전 열린 사전 무대였음에도 황 CEO의 발언을 듣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알파마요는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과 2가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스스로 추론한다. 기존 자율주행은 라이다 또는 카메라로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상황을 학습한다. 학습된 데이터에 알맞은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학습된 상황의 경우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오류를 일으킨다. 알파마요는 학습 단계를 넘어 추론까지 진행한다.

단순히 카메라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을 추론해서 동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골목길을 주행하는 중에 공이 굴러가는 것을 확인했다면, 어린이가 공을 주우러 올 것까지 예상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오픈소스다. 테슬라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체는 자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만 활용했다. 알파마요는 다르다. 자동차 제조사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해 차량에 적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기존 자율주행 모델은 아이폰의 iOS와 같은 형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회사가 같고, 개발사가 만든 제품 외에는 호환이 불가능하다. 알파마요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비슷하다. 어떤 제조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누구나 개발에 참여가 가능하고, 자사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알파마요를 올해 2~3분기 유럽·아시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도 주목을 받는다. 1월 6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만남을 가졌다.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에서 다소 열세에 있다고 평가받는 현대차가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알파마요 협력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가능성은 다 있다. 조만간 전체적인 (자율주행) 전략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TCL은 LVCC 메인 전시장을 차지하며 중국 기술 굴기의 위용을 과시했다. (AP=연합뉴스)
키워드 3 차이나테크

급성장 중국 기업, 이젠 주인공으로

“CES는 한국 기업의 놀이터다.”

2010년대 CES를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으로 남겼던 소감이다. 말 그대로 한동안 CES는 한국 기술 기업의 놀이터였다.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통신 등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한국 업체가 기술을 선보이는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20년대 들어 흐름이 다소 바뀌었다. 한국 기업만큼 중국 기업들이 상당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CES는 중국 강세 흐름이 절정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전시장 메인홀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한 데 이어 가전, 로봇, 모빌리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차이나테크’를 제대로 홍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시장을 꾸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자리에는 TCL이 대규모 부스를 꾸려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TCL은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입구를 꾸며 위용을 보였다.

TCL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SQD-미니 LED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글라스인 레이네오 시리즈를 공개했다. 부스를 관람한 한국 기업 관계자 사이선 ‘기술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는 우려 섞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TCL은 자체적으로 꾸린 ‘AiME LAND’에 AI 로봇 에이미도 전시했다.

모빌리티 전시장으로 잘 알려진 LVCC 웨스트홀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현대차그룹 전시장 바로 옆에는 ‘만리장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중국의 완성차 업체인 창청자동차가 대형 부스를 차려, 중국 모빌리티 산업의 위용을 과시했다.

가전과 모빌리티보다 더 주목받은 게 로봇 분야였다. CES 2026에 참가한 휴머노이드 로봇 전시 업체는 총 38곳으로, 이 가운데 21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TCL 바로 옆 하이센스 전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애런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애런은 춤을 추기도 했고 중국 복식을 입은 관계자와 여러 포즈를 취하며 관람객을 맞이했다.

하이센스 전시장 옆에는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인 드리미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부스를 꾸렸다. 드리미는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기능을 강화한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X60 Max 울트라를 비롯해 손가락 크기의 8K 액션 카메라’ 등을 공개했다.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강자로 꼽히는 유니트리의 부스는 휴머노이드 ‘G1’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현장서 즉석 복싱 시연을 선보이며 관람객 발길을 붙잡았다. 빨간색 글러브를 착용한 G1은 사람과 실제 권투를 하듯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대의 주먹을 피했고 그때마다 현장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K뷰티 기업들의 활약도 빛났다. 사진은 외국인 관람객이 한국콜마 부스를 체험하는 모습. (한국콜마 제공)
키워드 4 뷰티·헬스케어

CES서도 여전했던 K뷰티 명성

최근 존재감을 끌어올린 K뷰티 산업도 CES서 상당한 존재감을 뽐냈다. 여러 기업이 뷰티 부문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쓸어 담았다.

한국콜마는 ‘스카 뷰티 디바이스’로 뷰티테크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장비는 상처 치료와 메이크업 커버를 한 기기로 해결하는 통합 기기다. 기존에는 얼굴에 상처가 있다면 연고를 바르고 메이크업으로 상처를 가려야 했다. 그러나 스카 뷰티 디바이스는 10분 만에 치료와 미용을 동시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상처 부위를 스마트폰 앱으로 촬영하면 AI 알고리즘이 상처 유형을 12가지로 분류해 상태를 정밀 분석하고, 상처에 맞는 치료제를 압전 미세 분사 기술로 정밀 분사한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사이트’는 혁신상을 받았다. ‘스킨사이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차세대 ‘전자피부’ 플랫폼이다. 피부 노화 원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인 맞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센서 패치를 피부에 부착해 다양한 노화 요인을 측정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케어를 제공한다.

LG생활건강은 ‘하이퍼 리쥬버네이팅 아이 패치’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얼굴에 착용하는 형태의 장비다. AI 기반 피부 진단 프로그램, 생체 구조 모방 패치, 플렉서블 LED 패치, 머리띠형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됐다.

6만명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눈가 주름, 색소 침착, 다크서클 등 노화 패턴을 분석한다.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AI가 고객에게 적합한 화장품 성분을 추천한다. 이후 ‘음압 패치’와 ‘플렉서블 LED 패치’를 눈가에 부착해 해당 성분을 피부 속으로 전달한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3호 (2026.01.14~01.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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