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영츠하이머, 슬픈 배달음식 증후군 극복하는 건강법

리셋 증후군은 일상에도 숨어 있다. 다이어트 기간에 운동을 단 이틀 쉬었을 뿐인데 루틴 자체를 폐기하는 것. 하루 계획이 조금만 어긋나도 모든 걸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 그렇다면 당신은 리셋 증후군이다. 이 말이 유행처럼 퍼졌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 패턴을 경험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완벽주의적 자기비난’이 작은 실패를 전체 실패로 확장시키는 경향을 지적해 왔다. 완벽하게 지켜지는 하루만이 올바른 하루라고 믿을수록, 아주 작은 흐트러짐도 즉시 재설정을 요구하는 오류로 보이기 쉽다.

캐나다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의 ‘자기불일치 이론’ 역시 이를 설명해 준다. 이상적 자아(완벽히 지키는 나)와 실제 자아(계획을 어기는 나),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당위적 자아 사이의 틈이 벌어질수록 불안은 증가하고, 사람들은 그런 불일치를 줄이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선택한다. 마치 균열을 메우는 대신 페이지를 통째로 뜯어내는 것처럼! 이 증후군은 의지 부족이나 끈기 없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임상심리학과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을 ‘흑백 사고’로 설명한다. 조금 어긋난 상태를 완전한 실패로 인식하고 초기화 단계로 쉽게 도달한다는 것. 이런 결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불안을 줄이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문제는 리셋이 반복될수록 스스로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자기비난에 빠진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심리학자들이 강조하듯, 이는 성격 결함이 아니라 자기 기준이 너무 높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패턴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답은 리셋을 금지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리셋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일치를 견디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계획을 지우는 대신 조정하기, 실패도 기록으로 남기기, 완벽한 하루에 대한 강박을 버리기, 계획이 조금 어긋나도 ‘괜찮다’고 스스로 보듬어 주기.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회복은 완벽함에서 오지 않고 지속 가능성에서 온다고.
자기불일치 이론이 던지는 메시지도 같다. 우리가 괴로운 이유는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셋 증후군은 다시 시작하고 싶어지는 마음의 문제라기보다, 계속해도 괜찮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를 가리키는 말일지 모른다. 〈엘르〉가 전하는 위로를 덧붙이자면 이렇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히 멀리 와 있으며, 계속한다는 건, 늘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멈추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인이 되는 사회 현상은 여러 가지다. ‘주의력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환경에서의 잦은 전환이 기존의 집중 방식을 크게 흔든다. 스탠퍼드 연구 팀은 멀티태스커일수록 정보 걸러 내기, 집중 유지, 기억 저장 능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콘텐츠를 보다가 알림을 확인하고, 다시 검색 창을 열고, 또 다른 영상을 보며 우리 주의는 끊임없이 이동한다. 그 사이 기억은 충분히 자리 잡을 새도 없이 빠르게 밀려나 버린다! 사실 기억의 휘발이라는 기능적 문제가 아니라 기억이 자리도 잡기 전에 주의가 이동하는 환경 문제에 더 가까운 것이다.

인간의 기억 용량은 정해져 있고,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인데 지금 우리는 이전 어느 시대보다 더 많은 텍스트와 영상, 알림, 대화를 동시에 처리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이 기억을 대신하고, 검색 엔진이 지식을 대신해 주는 구조에서 살고 있는 우리. 주소나 일정, 심지어 친구의 생일조차 기계가 대신 기억해 준다. 인터넷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우리 뇌는 정보를 외울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강화하고, 실제로 기억하려는 의지도 감소한다는데! 어쩌면 우리는 ‘잊어도 괜찮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정보는 넘치지만, 깊이 저장되는 정보는 줄어들고, 기억은 속도에 떠밀린 채 가볍게 표류한다. 영츠하이머는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기억의 체류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 시대의 징후나 마찬가지인 셈.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흐름을 거슬러 봐야 한다. 속도 대신 깊이를 선택하거나, 정보 소비를 줄이고 천천히 읽고 기억하려는 노력 혹은 수면과 휴식을 통해 기억의 여백을 회복하려는 시도. 참고로 기억력 저하를 가속화하는 건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라는 신경과학 연구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기억을 강화하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기억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되찾는 일 아닐까? 영츠하이머적 삶과 천천히 기억하는 삶은 지금 어떤 비율로 공존하고 있을까? 공존의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속도를 강요하는 우리의 선택 아닐까.

심리학과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도파밍’에 익숙해진 상태다. ‘도파민(Dopamine)’과 농사 짓기를 의미하는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의도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자극할 콘텐츠를 찾고, 도파민을 빠르고 반복적으로 끌어올리는 행동 패턴에 적응돼 버렸다. 배달 앱의 화려한 이미지를 보고, 다양한 리스트를 구경하며, 자극적인 추천 문구를 읽고, 고르는 행위는 먹는 경험보다 기대감을 증폭한다.

〈도파미네이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의 핵심 주장처럼 “자극이 쉬울수록 만족은 짧아지고, 공허는 길어진다.” 한편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저서 〈윌파워〉에서 사람은 지칠수록 미래의 이득보다 현재의 보상을 더 크게 평가한다. 당신은 너무 지친 상태에서 가장 쉬운 위로를 선택한 걸 안다. 성실한 당신에게 제안하는 팁은, 충동적인 식사 외 회복 수단을 마련할 것! 때로는 음식이 아니라 샤워, 잠깐의 산책, 아무 목적 없는 휴식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모든 위로를 한 끼의 배달음식에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하루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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