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야근한 딸을 위해 출근길 아빠가 은밀하게 들른 곳 (영상)

이른 아침 텅 빈 가게.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굳게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매장 구석구석을 쓸고 닦습니다. 대체 이 남성, 누구길래 이러는 걸까요?


경기도 여주시에서 막걸리 가게를 운영하는 우소희 사장님은 지난해 11월 5일 평소보다 일찍 가게로 향했습니다. 전날 마감을 한 뒤 새벽까지 주방 대청소를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홀까지는 치우지 못하고 퇴근을 했었거든요. 영업 시작 시간은 오후 5시30분. 그 전에 홀 청소를 마무리하고 오늘 장사할 음식 준비도 마쳐야 했기 때문에 사장님은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서둘러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소희씨 눈이 번쩍 커졌습니다. 그 사이 우렁각시라도 왔다 간 건지... 바닥 청소를 위해 테이블 위로 올려놓은 의자가 제자리에 놓여 있는 데다 바닥도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합니다. 어리둥절한 사장님은 CCTV를 돌려보곤 순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CCTV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희씨 아버지였거든요. 아빠는 딸이 전날밤 미처 버리지 못한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싹싹 쓸고 닦았고, 이렇게 의자를 다 내려놓고는 가게 입구까지 깨끗이 쓸었습니다. 청소를 마친 뒤에는 조용히 문을 닫고는, 그제서야 다급하게 다시 회사로 향했습니다.

CCTV 속 아버지 모습에 울컥한 사장님. 사실 전날 소희씨는 집에서 조금 투덜댔었거든요. 일이 너어무~ 힘들다고 말입니다. 마음 편히 투정 부릴 곳은 가족뿐이니, 투덜투덜, 아빠에게 하소연을 했던 건데. 그걸 들은 아빠는 그냥 넘기지를 못했던 겁니다.

“제가 집에 가서 막 힘들어가지고 투덜투덜거렸어요 힘들다고... 그러니까 아빠가 다음 날 마음이 조금 안 좋으셨나 봐요”

바쁜 출근길에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준 아빠가 너무나 고마웠다는 소희씨. 하지만 가족끼리 감사 인사는 쑥스러워서 대신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요. 평소 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사장님 부녀는 종종 같이 퇴근하고 서로 장난도 많이 치는 친한 사이라고 해요. 아버지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한 날에도 집 대신 가게로 와서 청소를 도와주며 이런 장난을 치기도 하고,

반대로 우소희 사장님은 핼러윈 복장으로 아빠의 회사에 등장해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답니다.

얼마 전 첫눈이 오던 날에도 매장 앞에 쌓인 눈을 쓸어준 것도 소희씨의 아버님이었는데, 그날도 출근길에 몰래 들러 급하게 치우고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고 해요. 이런 유쾌한 부녀는 선행도 함께 하고 있답니다.

지난해 여름 ‘오학 물놀이장’ 행사에서 소희씨는 막리단길의 음식들을 들고 ‘먹거리장터’에 나갔는데, 그 수익금을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흔쾌히 내놨다고 해요. 큰돈은 아니지만 한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구슬땀을 흘려 번 돈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데, 아버지의 권유로 그 어려운 걸 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버지 우성일씨는 오랫동안 여주시 오학동 상인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웃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거든요.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이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 이웃끼리 도와야 된다는 아버지의 말에 소희씨는 망설임없이 기부했답니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는 말이 이 부녀를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가끔 뉴스에 등장하는 가족들 얘기에 섬뜩해질 때가 있죠. 어떻게 가족끼리 저러지? 싶은 그런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잖아요. 하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의 얘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소희씨 부녀처럼 서로를 사랑으로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족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가족이 있어서 우리가 매일매일을 잘 버텨내고 있는 것일 테고요.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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