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안성기 영면… 남긴 말은 “세상에 필요한 건 착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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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정우성은 "타인에 대한 겸손과 절제, 배려를 당연시하되 자신을 높이는 것은 경계하고 부담스러워하셨다"며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영화인 안성기'로서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셨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하셨다. 곁에서 지켜만 봐도 무겁게 느껴졌고, 때로는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늘 의연하고 단단하셨다. 마치 철인 같았다"고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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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거라.”
배우 고(故) 안성기의 영결식에서 장남 다빈씨는 어린 시절 부친에게 받은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에 담긴 당부에는 안성기 자신이 지켜온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겼다.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하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꼭 지킬 줄 알며,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안성기의 추모 영결식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엄수됐다. 유족과 친지, 영화계 동료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다빈씨는 “어릴 때부터 신성한 곳으로 여겼던 아버지 서재를 둘러보다 5세 때쯤 아버지께 받은 편지를 발견했다. (그 내용이) 모두에게 남기고 간 메시지 같기도 하다”며 읽어 내려갔다. 내내 울음을 삼키는 그의 힘겨운 음성에 참석자들은 함께 울었다.

추모사는 고인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공동 대표인 배우 정우성, 고인과 13편의 작품을 함께한 공동장례위원장 배창호 감독이 맡았다. 정우성은 고인과 영화 ‘무사’(2001)를 찍었을 당시를 회상하며 “항상 누군가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며 현장을 보듬어주셨다. 쉽지 않은 촬영 환경에도 온화함을 잃지 않으셨다. 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깊이와 품의를 보여주셨다”고 돌이켰다.
정우성은 “타인에 대한 겸손과 절제, 배려를 당연시하되 자신을 높이는 것은 경계하고 부담스러워하셨다”며 “‘배우 안성기’를 넘어 시대를 잇는 ‘영화인 안성기’로서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셨다.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하셨다. 곁에서 지켜만 봐도 무겁게 느껴졌고, 때로는 한없이 고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늘 의연하고 단단하셨다. 마치 철인 같았다”고 추억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시면서 스스로 행동하는 모습이 참으로 숭고했다. 모든 사람을 진실한 이해와 사랑으로 대하셨다. 늘 무색무취로 자신을 지키고자 하신 선배님은 어떤 상황에도 향기롭게 가장 선명한 색으로 빛났다”면서 “혹시 누군가 오늘 선배님께 ‘어떠셨나요’ 물으면 ‘음, 난 괜찮았어’라고 정갈한 미소로 답하실 것 같다. 부디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980년 봄 고인을 처음 만났다는 배 감독은 “안(성기)형이 어느 날 밤 우리집에 불쑥 찾아와 ‘유명 커피 광고 제안을 받았는데 영화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된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렇게 그는 오롯이 영화에만 전념했다”며 “90년대에는 ‘국민 배우’라는 호칭이 붙여져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85년 화창한 봄날에 이곳 명동성당에서 올린 안형의 결혼식이 생각난다.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의 세월은 어디로 간 것일까”라며 “인생이란 저물 때가 있다. 너무 일찍 떠나야 하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엄숙한 마음으로 보내드린다. 안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게 아니라 관객을 웃고 울게 해준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 살아 있다”고 애도했다.

영결식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배우 박상원·정준호·현빈·예지원·김종수·오지호·변요한, 감독 임권택·이준익·이명세·김한민, 가수 바다 등이 참석했다. 배우 설경구·박철민·유지태·박해일·조우진·주지훈은 운구를 맡았고, 정우성과 이정재가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각각 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살을 에는 추운 날씨에도 고인이 떠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지켰다. 고인은 장지인 경기도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면한다.
2019년부터 혈액암으로 투병한 고인은 한 차례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재발했다. 2022년 투병 사실을 밝힌 그는 이듬해 인터뷰에서 “건강이 회복됐다”며 복귀 의지를 보였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했다 6일 만인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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