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395만명 보유 35세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어요”

손재호 2026. 1. 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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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ㅌㅂ] 영화 리뷰 분야 국내 1위 지무비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리뷰 유튜버 ‘지무비’로 활동하는 나현갑 지알엔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은행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청년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약 8년 만에 글로벌 영화 제작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가 찾는 거물이 됐다. 공개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영화나 드라마도 그의 손만 거치면 ‘역주행 신화’를 쓴다. 성공 비결을 물으니 “영상을 만드는 능력이 1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작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국내 영화 리뷰 유튜버 중 1등이라고 자신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는 “영상을 만드느라 2시간밖에 못 잤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또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국내 1위 영화 리뷰 유튜버 지무비(본명 나현갑·35)다. 20만원짜리 마이크 하나로 시작해 이제는 구독자 395만명을 거느린 그를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에서 만났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를 비롯해 대박을 터뜨린 과정,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 등을 들었다. 다음은 지무비와 나눈 일문일답.

-유튜브를 왜 시작했나.

“국민은행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면서 좌절했다. 경쟁률이 2대 1이었는데 떨어지니 아깝더라. 공개채용 시즌도 끝난 상황에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데, ‘인생은 박스 안에 든 초콜릿들과 같다.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알 수 없다’는 대사가 나오더라. 그 순간 어차피 시간이 남으니 도전하고 싶었던 유튜브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때 블로그를 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데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장 수요도 꾸준히 있고, 취미이기도 해서 영화를 유튜브 채널 장르로 골랐다.”

-직원 5명을 두고도 하루 15시간 이상 일한다던데.

“20분짜리 영상 한 편을 만드는 데 평균적으로 30시간가량 걸린다. 추상적인 작품을 다룰 땐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단 1초라도 허투루 쓰이는 게 싫어서 영상을 완성한 후에도 검토하는 절차를 수차례 갖는다. 수백만명이 영상을 본다면 1초는 어마어마하게 큰 시간 아닌가. 동종 업계에서 영상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은 내가 제일 많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 탓에 건강도 나빠졌다. 사실상 쉬는 날 없이 일한다. 직원들이 쉬는 법정 공휴일은 혼자 일해야 해서 공휴일이 많으면 싫다(웃음).”

-영상 제작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할 계획은 있나.

“현재로서는 없다. 내레이션 하는 게 어찌 보면 연기를 하는 것이다. 굉장히 몰입해서 대본을 읽고 녹음하는데, AI가 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의 발판이 된 영상이 있나.

“뉴질랜드 영화 ‘블랙 쉽’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리뷰 영상이 대박을 쳤다. 특히 카지노는 첫 영상을 올린 지 1분 만에 1만1000명이 시청했다. 1시간에 70만명 정도가 본 건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35시간 꼬박 작업을 했는데, 흥분이 돼 졸리지도 않았다. 카지노 방영 기간 구독자가 30만명 가까이 늘었다.”

-어려움은 없었나.

“유튜브를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 몇 개가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그런데 당시 광고주들이 혐오를 일으키는 영상에 자사 광고가 붙는 상황에 불만을 품고 유튜브 광고를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튜브 측에서 시스템 점검차 신규 채널의 수익 창출을 전 세계적으로 6개월 동안 막았고, 나 역시 영상 제작을 통한 수입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영상을 30개 정도 올린 상황이었기에 상실감이 상당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광고나 홍보 요청이 들어온 게 아니라면 ‘유튜브각’이 있는지 최우선으로 따진다. 영상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기왕이면 결괏값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쉴 때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직업병이다.”


-이 영화 혹은 드라마는 ‘무조건 뜬다’는 감이 오나.

“수천 편을 보고, 8년가량 영상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70% 정도는 맞히는 듯하다. 유튜브와 마찬가지로 영상 초반 5분에 승부가 난다.”

-살면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가 있다면.

“포레스트 검프를 추천하고 싶다.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에 크게 공감하는데, 영화 내용이 이에 꼭 들어맞는다. 살다 보면 삐걱거리는 순간도, 불행한 시기도 언젠가 한번은 찾아오지 않나. 그런데 지나고 보면 전화위복 계기가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가장 크게 좌절했을 때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천만영화 계보가 끊기는 등 지난해 한국영화 성적표가 좋지 않다. 어떻게 분석하나.

“코로나19 시기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고, 그 반대급부로 OTT가 급성장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회수율이 높지 않으니 투자를 줄이게 되는데, 이런 상황은 작품 퀄리티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반면 사람들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OTT 작품에 익숙해져 버렸다. 영화계 거장 이창동 감독도 넷플릭스행을 택하지 않았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채널 규모가 커지면서 광고비도 크게 늘었지만, 영화 제작사에는 코로나19 시기 기준으로 광고비를 받고 있다.”

-줄거리 요약부터 분석까지 넣는 탓에 작품 소비를 대체한다는 비판도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절반 이하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영상을 접한 뒤 본편을 보게끔 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담아 영상을 제작한다. 내 영상을 통해 흥행 역주행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다만 최근 신규 채널 중 1차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결말을 노출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올린 영상 중 결말이 포함된 것은 사전에 저작권자와 협의를 끝낸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성공했는데,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유튜브를 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부모님이 정말 많이 말리셨다. 6개월간 돈도 못 버니 부모님 눈에 어떻게 보였겠나(웃음). 이제는 정말 좋아하신다.

-투자도 열심히 하는 걸로 안다.

“미국 주식에 90%, 국내 주식에 10% 투자하고 있다.”

-제2의 지무비를 꿈꾸는 이들과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길이 막혀도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찾은 새 길이 알고 보니 목적지로 향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은행 최종 면접에 합격했으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다. 멈춰있지만 않으면 기회는 생기는 것 같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제2의 지무비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를 올봄 개설할 계획이다. 평소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많이 받는데 시간이 부족해 답장을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업영화 수준은 아니더라도 내가 1차 저작권자가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구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감사하다. 구독자들이 오늘의 지무비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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