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쿠페 SUV…‘車 중견 3사’의 반격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6. 1.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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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다 생존…신차로 불황 뚫는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중견 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GM한국사업장)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점유율이 90%를 넘나드는 독주 체제가 굳어진 가운데, 수입차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며 중견 3사의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올해 1~11월 기준 중견 3사의 내수 점유율은 6%대에 머물렀고, 판매량 역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3사는 내년을 기점으로 신차를 대거 투입하며 반등을 시도한다. 다만 이번 반격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건 시험대에 가깝다.

KG모빌리티 차세대 픽업트럭 무쏘(프로젝트명 Q300) (KG모빌리티)
2026년 1분기 출시 예정이 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부평공장에서 생산 중인 ‘뷰익 엔비스타’. (GM 제공)
숫자가 말하는 중견 3사 위기

판매량 감소에 점유율 6%대 추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5년 1~11월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에서 ▲한국GM(0.9%) ▲KG모빌리티(2.4%) ▲르노코리아(3.1%)의 합산 점유율은 6.4%에 그쳤다. 2023년 연간 7.1%, 2024년 6.8%에 이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23년 대비 점유율이 늘어난 곳은 르노코리아(1.3% → 3.1%)가 유일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비중은 16.1%에서 18.1%로 확대됐고, 현대차·기아는 76.7%에서 75.1%로 소폭 줄었지만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중견 3사는 2025년 판매가 부진했다. 2025년 1~11월 중견 3사의 누적 내수 판매는 9만9035대로, 2024년 연간 판매량(11만1686대)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크다. 연말 반전이 없다면 역대 최저 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는 29만4827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28만1813대)을 넘어섰고, 현대차·기아 역시 115만3666대를 판매해 지난해 기록(124만7458대)에 근접했다. 중견 3사의 부진을 단순히 내수 침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견 3사의 입지가 축소된 것은 차량 라인업의 다양성 부족과 신차 출시 부진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간 흥행 실패라기보다 경쟁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

가장 큰 전환점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친환경차가 ‘대안’에서 ‘주류’로 자리 잡는 동안, 중견 3사는 대응 속도와 선택지 모두에서 뒤처졌다. 전기차 전환이 늦어졌고, 하이브리드 역시 라인업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를 전 차급으로 확장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빠르게 넓혔다.

신차 주기와 라인업 격차도 치명적이었다. 현대차·기아는 3~4년마다 부분변경, 5~7년마다 완전변경을 반복하며 완성차 상품성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반면 중견 3사는 신차 1종 개발에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구조 속에서 투자 여력 한계에 부딪혔고, 신차가 나오더라도 단기간 ‘원 히트’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특히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해외 본사가 신차 투입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국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회장이 2022년 방한 시 공개된 오로라 프로젝트 실루엣. (르노그룹 제공)
전략 차종·신차 투입 공세

새해 실적 반등 전망은 ‘흐림’

이런 상황에 중견 3사는 새해 ‘다종 다량’ 전략 대신 각 사 강점을 살린 전략 신차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KG모빌리티(KGM)는 ‘픽업트럭’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틈새를 선택했다. 2026년 1분기 출시 예정인 ‘무쏘’는 기존 무쏘 스포츠·칸의 후속 모델로, 프로젝트명 ‘Q300’으로 개발됐다. KGM이 오랜 시간 무쏘 스포츠·칸을 통해 국산 픽업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이끌었지만, 올 초 기아가 국산 픽업 시장에 ‘타스만’으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모델 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Q300은 디젤과 가솔린 두 가지 파워트레인을 갖추고 레저와 상용 수요를 동시에 노릴 전망이다. 국내 시장에서 동급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만큼, Q300 역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KGM은 2025년 액티언 하이브리드가 선전했지만,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노후화로 전체 판매는 감소했다. 여기에 기아가 국산 픽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신형 무쏘가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으로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KGM의 내수 반등 시나리오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하반기에는 중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이자 렉스턴 후속 모델인 SE10도 예고돼 있지만, 결국 픽업 성공 여부가 새해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협업한 ‘오로라 프로젝트(오로라2)’의 두 번째 모델을 2026년 상반기 내놓는다. 쿠페형 SUV로 분류되는 이 신차는 르노의 인기 차종 ‘그랑 콜레오스’보다 한 체급 크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주력이 될 전망이다. 첫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량의 78%를 차지하며 반짝 흥행에 성공했다. 오로라2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며, 국내에서 상표 출원을 마친 ‘필란테’라는 이름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GM한국사업장(한국GM)은 아예 다른 길을 택했다. ‘쉐보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새 브랜드를 들여오기로 했다. 기존 1개 차종으로 운영되던 GMC 브랜드는 2026년부터 3개 차종을 추가 투입해 총 4개 차종으로 확대된다. 또 사상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뷰익 브랜드 1개 차종을 2026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뷰익 엔비스타를, 창원공장에서 앙코르 GX를 각각 생산하고 있지만 두 모델 모두 국내 판매가 아닌 수출 전용으로 생산돼왔다. 이들 차량이 국내에 출시되면 픽업과 SUV 수요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캐딜락은 2025년 11월 출시한 에스컬레이드 IQ에 이어 추가 전기차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북미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GM 산하 4개 브랜드를 모두 도입한 지역은 한국이 최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3사의 신차 출시가 곧바로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26년 국내 완성차 시장은 현대차·기아의 ‘신차 슈퍼사이클(핵심 차종 다수가 완전·부분변경을 진행하는 해)’로 불린다. 핵심 모델 7종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고, 수입차 진영도 전동화 모델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한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볼보에 더해 중국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중견 3사는 국산차 내부 경쟁과 외부 경쟁에 동시에 노출되는 ‘샌드위치’ 구조에 놓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중견 3사가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제한적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2호 (2026.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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