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열풍 여의도… “구독자 1만명 단가 100만원” 브로커도

이강민,김혜원 2026. 1. 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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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공론장 #유튜브정치]
인지도 제고 목마른 의원실
알고리즘 생리 알기 위한 노력
보좌진이 구글 방문, 기술 습득
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 정치에는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다. 드높은 꿈을 안고 정치에 입문했으나 유튜브 정치에 패하면서 속앓이하는 의원도 많다. 여의도에는 이들에 의한, 이들을 위한 영상 전쟁이 한창이다. 엄숙하던 의원실은 ‘쇼츠각(角)’ 영상을 위해 아마추어 스튜디오로 변신하고, 보좌진은 직접 구글을 찾아간다. 정치인의 목마름을 발 빠르게 알아본 유튜브 브로커들은 가짜 구독자를 만들어주겠다며 의원회관을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구독자 10만명에 1000만원”

유튜브 정치를 멀리했다가 의제에서도, 후원금에서도 멀어진 정치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뒤늦게 유튜브의 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레거시미디어의 영향력은 과거 같지 않고 진영별 유튜브 채널은 소수가 독점한 상황에서 본업이 아님에도 독자 생존을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고민 끝에 유튜브 영상을 대신 제작해주는 전문 외주 업체를 찾아가기도 한다.

한 정치 유튜브 제작자는 “유튜브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문 업체를 통해 영상 의뢰를 맡기는 의원실이 최근 늘고 있다”며 “영상 단가 10분에 30만원 정도이고 편집 수준, 섬네일 제작 여부 등에 따라 40만∼50만원씩 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쇼츠 제작 의뢰가 늘고 있는데, 일반 영상보다 단가도 낮아 선호되고 있다고 한다.

외주를 맡긴들 갑자기 구독자 수가 늘 리 만무하다. 어떤 의원실은 구독자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찾는다. 유튜브 자체 유료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상 노출 시간을 늘리거나 암암리에 이미 자리를 잡은 인기 정치 유튜버에게 돈을 주고 방송에서 채널을 언급하게 하는 식이다.

이처럼 유튜브 열풍이 부는 여의도의 빈틈을 파고들어 가짜 구독자를 사주겠다고 홍보하는 유튜브 브로커도 성행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홍보 명목으로 구독자부터 조회수까지 패키지로 관리해 주겠다며 의원실을 찾아오는 일명 유튜브 브로커들이 있다”며 “특히 선거철엔 하루에도 수십명이 의원실을 방문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구독자 1만명에 100만원, 10만명에 1000만원 정도 단가를 부른다. 이 관계자는 “주로 네팔이나 인도에서 유령 구독자를 사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브로커들은 유튜브 계정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공론장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한 홍보 담당자는 ‘유튜브 영상을 디씨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에 퍼 나르고 댓글까지 관리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튜브 정치가 활성화되면서 공론장에서 일종의 ‘조작’이 일어나는 셈”이라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정치라는 작은 우물”


“NG, NG 다시!” 지난달 24일 의원회관 618호 조정훈 의원실은 드라마 촬영 현장을 방불케 했다. 물고기 탈을 쓴 20대 청년이 조 의원에게 정부의 ‘고교학점제 폐지’ 정책에 대해 야당 교육위 간사로서 책임지라고 호통치고 있었다. 청년의 호통에 조 의원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이었다.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다섯 번의 재촬영이 진행됐다.

조 의원실 최병현 보좌관은 “젊은층 시각에서 정책 이슈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쇼츠 촬영을 하고 있다”며 “1주일에 두세 번, 1시간 이상 촬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조 의원과 함께 촬영을 한 팀은 청년 정치테크 스타트업 ‘참치상사’다. 최 보좌관은 “정치 고관여층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조정훈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싶어 정치 알고리즘을 뚫을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의 비밀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한 최 보좌관은 구글코리아를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구글 유튜브 담당팀과 3개월 이상 매일같이 미팅하고, 수백 개 질문을 주고받으며 ‘50대, 초선 정치인, 남성’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본인만의 영상 제작 프로토콜을 정립했다.

알고리즘 공부 후 영상 실험에 나섰다. 예를 들어 의원 목소리와 어울리는 배경 음악을 찾기 위해 수십 개 장르를 다르게 삽입해보는 식이다.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 특성을 고려해 박진감 있는 드럼 비트의 음악을 삽입했더니 조회수가 잘 나왔다”며 “배경 음악, 사진 크기, 자막 위치 등 어느 것 하나 대충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개설 초기 500명이던 유튜브 구독자가 6개월 만에 15만명까지 올랐다.

조 의원 채널에선 보좌진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보좌진이 최신곡에 맞춰 댄스 챌린지를 하는 일명 ‘병맛 영상’과 의원의 정책 설명 영상을 번갈아 올리는 식이다. 최 보좌관은 “정치인 혼자 나오는 영상은 확장력이 없다”며 “젊은층에 영상을 소구하려면 지루함을 없애 허들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온라인 영상과 오프라인 현장을 연결하는 실험도 한다. 최 보좌관은 “한 주제에 대한 영상을 올리고 ‘이 주제에 대해 난상 토론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식으로 현장 모임 링크를 첨부한다”며 “영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까지 연결돼야 영향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모임의 경쟁률은 9대 1이었다.

최 보좌관은 “최근엔 구독자에서 조회수 중심으로 전략이 변화하는 메타 정책에 맞춰 영상에 오래 머무르게 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정치 유튜브는 역설적으로 정치라는 작은 우물에서 벗어날 때 유튜브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민 김혜원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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