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 무대화할 때 미야자키 감독처럼 먼저 이미지로 생각했어요”

장지영 2026. 1. 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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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및 번안 존 케어드, 공동 번안 이마이 마오코 부부 인터뷰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연출 및 번안 존 케어드와 공동 번안 이마이 마오코 부부가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c)CJ ENM

“원작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을 무대 위에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죠.”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명예 부감독인 거장 연출가 존 케어드(78)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무대화한 동명 연극의 제작 과정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연극 ‘니콜라스 니클비의 삶과 모험’으로 영미권에서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받는 등 오랜 관록의 거장도 처음 도전하는 애니메이션의 무대화는 만만치 않았다.

케어드는 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야자키 감독에게 무대화를 문의했을 때 흔쾌히 허락해 줬다. 그런데, 막상 허락을 받으니 ‘이 엄청난 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극과 뮤지컬의 서사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중심인 텍스트에 담겨있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래서 나도 이미지로 먼저 생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제작 당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라 인형과 무대세트 디자이너는 런던에서, 편곡자는 시카고에서 줌을 통해 회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공연. (c) Johan Person

2022년 일본에서 초연된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호평 속에 영국과 중국 그리고 이번에 한국 무대까지 올랐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아직도 공연을 관람하지 않았단다. 케어드는 “미야자키 감독은 집에만 있는 사람이다. 공연장에 가는 일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작품 흥행이나 수상에 관심 없이 오직 자신의 작품 창작만 생각하는 그의 면모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케어드가 2001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뒤늦게 매료된 계기는 배우 출신의 일본인 아내 이마이 마오코 덕분이다. 이마이가 자녀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을 보여줄 때 같이 본 것이다. 그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다양한 장소가 배경인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90% 이상이 온천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화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유바바/제니바 역의 나츠키 마리(오른쪽부터), 치히로 역의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카와에이 리나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c)CJ ENM

일본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에 출연하기도 했던 이마이는 이번 작품의 공동 번안자이자 연출 조수다. 그는 지난 2012년 초연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의 일본어 대본 및 가사 번역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남편이 연출한 여러 작품에 번역자 겸 연출 조수로 참여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경우 그가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케어드가 뮤지컬로 만든 것은 유명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남편과 함께 온 이마이는 “‘키다리 아저씨’ 이후 남편과 함께한 작품들은 사실상 대본 번역이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의 모험’은 처음부터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원작이 일본 작품이기 때문에 번안 과정에서 일본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공연. (c) Johan Person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원작 애니메이션과 차별되는 것은 가면극 ‘노’와 인형극 ‘분라쿠’ 등 일본 전통 공연 양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다. 특히 목욕탕을 노 무대처럼 설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케어드는 “미야자키 감독의 천재성은 800만이 넘는 신들을 모시는 일본의 종교 신도(神道)와 목욕탕의 전통을 판타지로 엮은 것”이라면서 “이번 작품은 일본의 예술적, 종교적 전통을 무대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 애니메이션에 쓰인 작곡가 히사이지 조의 음악도 편곡을 거쳐 라이브로 연주된다. 여기에 편곡자인 브래드 하크가 두 곡의 짧은 노래를 작곡해 추가했다. 케어드는 “라이브 음악은 캐릭터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스토리텔링을 위한 다양한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녹음된 음악은 결코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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