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원유, 최대 5000만 배럴 미국에 인도… 돈은 내가 관리”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 예정
에너지부 장관에 즉각 실행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서 최대 500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지 사흘 만에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며 석유 이권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베네수엘라 과도정부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인 고품질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며 “이 원유는 시장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며 수익금은 미국 대통령인 내 통제하에 베네수엘라 및 미국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에게 이 계획을 즉각 실행하도록 지시했다”며 “(원유는) 선박으로 운송돼 미국의 하역 항구로 반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00만 배럴의 시장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나드는 현재 국제유가를 적용하면 30억 달러(약 4조3400억원)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트럼프-케네디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언급하며 “기업들을 만나겠다. 이는 시추에 관한 문제이며 유가를 더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백악관에서 미국 석유 기업 대표들과 베네수엘라 투자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금수 조치를 해제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와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베네수엘라 과도정부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석유 이권 확보를 속전속결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석유 대기업 셰브론은 이미 베네수엘라에 유조선을 투입해 원유 선적을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셰브론이 최소 11척의 유조선을 베네수엘라에 보냈다”며 “이 유조선들은 베네수엘라 정부 관할 구역인 호세항과 바호그란데항에서 원유를 선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소 1척의 유조선은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선적 작업을 끝냈으며 다른 2척은 입항을 앞두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셰브론은 현재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미국 유일의 석유 기업이다.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 기업 대부분은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석유 국유화로 2007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석유 총생산량의 약 25%를 책임지고 있으며 시추한 원유 전량을 미국에 인도한다. 블룸버그는 “셰브론 유조선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들여올 수 있는 원유 총량은 하루 15만2000배럴”이라며 “이는 지난달 운송한 12만3000배럴보다 많은 물량”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축출 이후 기존 운송량을 24%가량 늘린 셈이다.
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인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 통제로 시장에 풀리면 중동을 포함한 기존 산유국들의 입지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에 중질유를 팔아온 캐나다, 원유 수출 대금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충당한 러시아, 수입선 다변화에 차질을 빚을 유럽연합(EU)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짚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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