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가짜 전문가’ 광고, ‘AI 문맹’ 고령층 지갑 노린다

양윤선 2026. 1. 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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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생존법] ② AI 모르는 사람들


직장인 박모(28)씨는 최근 함께 사는 친할아버지(77)에게서 “주식 계좌를 개설해 달라”는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았다. 유튜브에서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투자 권유 영상을 보고 “잘만 하면 나도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280만원으로 210억원 번 50대 전직 어부’ 등 주식 투자로 ‘인생 역전’을 했다는 AI 생성 사연들로 가득했다. 박씨는 “젊은 세대가 봐도 한눈에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정교해지고 있어 고령층은 더 쉽게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AI가 만든 허위 콘텐츠의 ‘덫’에 빠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3월 발간한 ‘2024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은 일반 국민 평균 대비 55.9%로 나타났다. 4대 정보취약계층 중 가장 낮다. 생성형 AI 서비스 활동률도 50대 20.5%, 60대 13.2%, 70대 이상 7.7%로 나이가 올라갈수록 저조해졌다.

이런 틈새에서 노인들의 알고리즘은 ‘AI 무법지대’가 되고 있다. 6일에도 유튜브에서는 AI로 만든 ‘가짜 전문가’가 식품·의약품을 추천하는 영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흰 의사 가운을 입은 여성은 자신을 “10년째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 중인 박○○ 원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세수하기 전 바셀린에 율무가루, 당귀가루를 섞어 얼굴에 바르면 2주 안에 주름과 검버섯이 옅어진다”고 말했다. 이후 제품 판매 사이트 접속을 유도했다. 이외에도 불법 도박 앱, 근거 없는 복지 정책 등을 전달하는 영상이 수두룩했다.


AI에 대한 고령층의 막연한 신뢰를 악용한 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 박진숙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다단계 업체 부지점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 회사는 “인공지능 ‘에어봇’을 이용해 비트코인 거래를 하기 때문에 손실이 날 염려가 없다” “투자금을 맡기면 10개월 후 원금 제외 150%의 이익금을 주겠다” 등으로 노인들을 현혹했다. A씨는 고령 피해자 2명으로부터 모두 4560만원을 가로챘다. 실상은 신규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돌려막기) 사기였다.

반복되는 피해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AI 기본법에 따라 AI 개발·이용 사업자는 모든 AI 생성물에 사전 고지 및 식별 표시(워터마크)를 추가해야 한다. AI를 이용해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하면 발생한 손해의 최대 5배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도입된다.

그러나 단순 규제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인 AI 교육의 질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정원 시니어AI교육진흥원장은 “현재 노인 AI 교육은 단순 챗GPT 사용법 등을 배우는 단발성 특강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텍스트·이미지·영상 등 분야별 AI를 지속적으로 체험하며 ‘AI가 어떻게 가짜를 만드는지’ 몸소 이해할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시니어 AI 지도사 양성 등 노인 AI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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