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과잉 소비, 목 통증 부른다

최근 미국의 한 유명 전자 출판사가 지난해를 뒤돌아보며 2025년 키워드로 ‘슬롭(Slop)’을 선정했다. 슬롭은 ‘음식물 찌꺼기’ ‘싸구려 음식’을 뜻하는 단어지만, 해당 출판사는 이를 ‘AI 기술을 활용해 대량 생산된 저품질의 디지털 콘텐츠’ 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황당한 영상이나 이상한 광고 이미지,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 등이 해당되며 “사람들이 슬롭을 짜증스러워하면서도 열광적으로 소비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몇 해전부터 관련 키워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 속, 올해도 관련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썩음(Brain Rot)’을 선정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현상을 뜻하는 것으로, 온라인 콘텐츠의 과잉 소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뇌썩음’ 이라는 표현으로 경고했다.
문제는 디지털 콘텐츠의 과잉 소비가 집중력 저하 등 뇌 건강뿐 아니라 근골격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흐름 속에서 ‘일자목 증후군’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스마트폰을 볼 때 고개를 숙이거나 내미는 자세가 목뼈(경추)에 지속적인 하중을 가해 경추 정렬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추는 C자 형태의 곡선을 이룬다. 머리의 무게를 분산시키고 외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내밀고 있는 자세가 장시간 지속되면 목뼈가 점점 일자로 펴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신체와 자세 변형을 넘어 목 주변 근육과 인대의 과도한 긴장, 경추 디스크 압박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으론 ‘목 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 발생 위험까지 높인다.
일자목 증후군이 진행되면 목과 어깨 결림, 두통, 팔·손의 저림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신경 압박으로 인해 감각 이상이나 근력 저하까지 나타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자가 진단 방법으로는 바로 선 상태에서 귀의 중앙과 어깨 중앙이 일직선상에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만약 귀 중간 지점이 어깨보다 앞쪽으로 2.5㎝ 이상 나와 있다면 일자목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자목 증후군과 함께 목 통증이 지속된다면 한의통합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침 치료는 긴장된 목과 어깨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을 돕는다. 약침 치료는 추출·정제한 한약 성분을 통증 부위에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염증 완화와 조직 회복을 촉진한다. 여기에 추나요법은 틀어진 경추와 주변 근골격의 정렬을 바로 잡아준다.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약침 치료는 일반적인 물리 치료보다 목 통증 개선에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중등도 이상의 목 통증 환자들을 약침 치료와 물리 치료군으로 나눠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약침 치료군의 시각통증척도(VAS, 0~100)는 치료 전 63.9점에서 치료 후 30.7점으로 33.2점이나 감소했다. 반면 물리치료군은 17.4점 감소하는 데 그쳤다. 목의 기능을 평가하는 경부장애지수(NDI), 삶의 질 개선도, 회복 속도 평가에서도 약침 치료군이 앞섰다.
평소 목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최소 40분~1시간에 한 번씩 굳은 목과 어깨를 풀어주도록 하자. 그럼에도 목에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진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권한다.
신민식 잠실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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